금방 죽는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자신은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인간 세상의 하고많은 애착과 욕심을 들여다보아라. 자신만은 죽음과는 관계없다는 행동으로 가득하다. 인간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일부러 회피하는 것 같다. 깊고 어두운 허무의 심연을 들여다보기가 두려운지 모른다.

 

"금방 죽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 말을 몇 번 읊조리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어느 분이 말했다. 단지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아니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생생히 느끼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새해를 맞으며 나도 이분의 지혜를 차용하기로 한다. 아둔하면 반복적으로 세뇌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로마에서는 개선장군 뒤에서 노예가 "메멘토 모리"를 외쳤다고 한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건강과 장수를 비는 새해 첫날에 나는 나에게 당부한다. "금방 죽는다!"

 

또 하나의 결심이 있다. 잠들기 전에 내가 나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쓰듯 하루를 정리하며 나에게 따스한 말을 건네기로 한다. 우리는 대개 타인은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자신은 외면하고 무시한다. 내가 가장 사랑할 대상은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위로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보살펴 줄 것인가. 이 역시 새해를 맞아 내가 나에게 하는 약속이다.

 

2021년 새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