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교실 안의 야크

샌. 2021. 6. 12. 10:47

 

처음 만나는 부탄 영화다. 부탄이라고 하면 불교 국가면서 은둔의 왕국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민 행복을 국가 경영의 최우선에 두는 탓에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마음이 부자인 나라다. 이 영화의 주제는 역시 행복이다.

 

유겐이라는 젊은 교사가 부탄에서도 가장 외진 벽지 학교로 발령을 받는다. 일주일을 걸어가야 하는 해발 5천 미터 되는 '루나나'라는 산골 마을이다. 호주로 이민을 꿈꾸는 유겐인지라 처음에는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유겐에게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고립된 오지 생활은 적응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청정한 대자연 속에서 순박한 아이들과 주민을 만나면서 유겐의 마음은 조금씩 열린다.

 

'교실 안의 야크'라는 제목대로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 뒤편에는 야크도 같이 산다. 루나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는 사람과 동물의 구분이 없다. 문명사회에서 인권, 동물권을 얘기하지만 루나나에서는 그런 개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삶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자연 속에서 타자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의 풍경이 정갈하고 깨끗한 화면에 펼쳐진다. 루나나야말로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으로서의 무릉도원이 아닐까 싶다. 노자가 말하는 '소국과민(小國寡民)'으로서의 공동체로도 보인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선성(善性)이 발현될 수도 있고, 악성(惡性)이 드러날 수도 있다. 잔인한 경쟁 사회에서 인간은 인간의 적이 되지만, 루나나에서는 인간만 아니라 그 너머로까지 사랑과 환대의 문화가 꽃필 수 있다. '교실 안의 야크'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 세상의 모습을 루나나라는 거울을 통해 비쳐준다.

 

부탄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겐만 보더라도 해외의 선진 문화를 동경하며 탈출을 꿈꾼다. 1년 동안의 루나나에서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유겐은 호주로 가서 가수의 꿈을 키우지만, 그는 종내 루나나에서의 소중했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 '교실 안의 야크'는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묻는다.

 

이 영화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유겐이 첫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묻는다. 한 아이가 교사라고 대답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어루만져 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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