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개최할 수 있느니 마느니 하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어 열리고 있다.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고, 시상식 때 메달도 본인이 직접 목에 거는, 코로나 시대의 특이한 올림픽이다.
손주가 찾아온 그저께 저녁에는 구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 여자 배구가 같은 시간대에 경기가 벌어졌다. 나는 축구와 야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처음부터 여자 배구만 봤다. 특히 여자 배구는 한일전이라 더 흥미로웠다.
참가 16개국 중 객관적 실력으로 우리나라는 하위권이다. 세계 랭킹이 우리나라가 14위, 일본이 5위다. 승리할 가능성이 낮으니 지상파 TV에서 중계를 안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일전은 드러난 실력만으로 판가름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4세트까지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마지막 5세트에 들어갔다. 엎치락 뒤치락하며 나가다가 중반부터 우리나라가 두 포인트 정도 뒤처지면서 종반으로 들어갔다. 일본이 매치 포인트에 들어갔을 때 스코어는 12:14였다. 한 점이라도 잃으면 지는 형국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박정아 선수의 스파이크가 터지고 일본의 실수가 더해지면서 결국 16:14로 이겼다. 올림픽 무대인 도쿄에서 일본을 꺾는 명승부를 펼쳤다.
스포츠에서는 실력이 현격하게 차이 나지 않는 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앞서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다. 일본은 한국을 한 수 아래로 봤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벼랑 끝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일본에 진다면 다음 게임인 세르비아전은 더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예선 탈락이다. 더구나 일본과의 승부니 반드시 이겨야 했다. 우리 선수들의 눈빛이나 파이팅이 이런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손에 땀을 쥐며 TV를 보고 있는데 손주가 내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주었다. 경기 막바지였나 보다. 그림의 TV 화면에 대한민국과 일본 스코어가 15:14로 적혀 있다. 이기기 바로 직전의, 나로서는 기념할 만한 순간이다. 그러나 손주는 나이가 어려 한일전의 짜릿한 묘미는 모른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외에 또 다른 관심 종목은 탁구다. 우리나라 탁구가 중국의 만리장성을 깨뜨리고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아직은 요원하지만 탁구 신동으로 불린 신유빈 선수가 이번에 올림픽에 참가했다. 얼마큼 성장했고 세계 무대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했다.
아쉽게도 신유빈 선수는 여자 단식 32강에서 탈락했다. 아직은 한참 먼 것 같다. 우선은 경험 부족이 눈에 띈다. 그러나 신 선수는 현재 17살이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음 파리 올림픽은 어렵더라도 그다음 올림픽에서는 세계 정상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파리 올림픽에서는 일본의 이토 미마는 넘어서길 바란다.
무더운 날씨지만 올림픽이라는 잔치가 열려서 경기 보는 재미에 더위를 잊는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나마 올림픽이 열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남은 기간 우리 선수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