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제임스 웹이 찍은 수레바퀴은하

샌. 2022. 9. 14. 11:11

우주의 풍경 앞에서는 가슴이 뛴다. 요사이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조차 잊은 처지지만, 우주망원경이 보내오는 사진이 있어 허전함을 달래준다. 작년에 하늘로 올려진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 더 선명한 이미지를 선물하고 있다.

 

얼마 전에 제임스 웹이 찍은 수레바퀴은하가 공개되었다. 아름다운 은하나 성운이 많지만 수레바퀴은하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원 이름은 'ESO 350-40'인데 생긴 모양에서 통상 '수레바퀴은하(Cartwheel Galaxy)'라 불린다.

 

 

수레바퀴은하는 우리은하에서 5억 광년 떨어져 있고, 지름은 15만 광년이다. 원래는 나선은하였는데 다른 은하와 충돌하면서 생긴 충격파가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고리 모양을 만들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호수에 돌이 떨어질 때 생기는 파문과 비슷하다. 충돌은 약 2억 년 전에 일어났고, 고리는 지금도 확장하고 있다.

 

은하의 충돌은 흔하진 않지만 가끔 관찰되는 현상이다. 시뮬레이션에 의하며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도 40억 년 후에는 충돌한다. 그러면 둘이 합쳐져서 거대한 타원은하가 형성된다고 예상한다. 수레바퀴은하는 작은 은하가 충돌하면서 뚫고 나가서 생긴 결과라고 한다. 은하 안에 있는 별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두 은하가 충돌하더라고 중심만 피하면 서로 스치듯 지나갈 수 있다. 은하의 충돌은 당구공의 충돌과는 다르다.

 

수레바퀴은하 왼쪽에 두 개의 은하가 보이는데 위에 있는 붉은색의 헝클어진 나선은하가 충돌하고 지나간 은하가 아닐까.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비록 사진이지만 우주 공간을 힘차게 굴러가는 수레바퀴 모양을 한 이 은하를 경탄하며 바라본다. 은하는 실제 회전하고 있으니 굴러간다는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다. 긴 시간을 짧게 압축하여 볼 수 있다면 더 없는 장관일 것이다. 우주에는 이렇듯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풍경이 수도 없이 많다. 우주에는 은하들이 조 단위로 존재한다. 각 은하에는 수천 억 개에서 수 조 개의 별들이 있다. 그나마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우주의 스케일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다.

 

우주적 시간과 크기를 마주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무엇이며 나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내 두뇌로는 헤아릴 수도 가늠할 수도 없이 막막하다. 우주의 장엄한 풍경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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