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네와 남한산성에서 만나 함께 가을 낮을 즐겼다. 비 지나가고 쌀쌀해져서 "가을이구나!"라며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된 날이었다. 산성마을에서 점심으로 보리비빔밥을 먹고 행궁을 둘러봤다.
행궁 맨 위에 이위정(以威亭)이 있다. 순조 17년(1817)에 광주부 유수였던 심상규가 활을 쏘기 위해 세운 정자라고 한다. 행궁이라 해도 궁궐 안 제일 높은 곳에 유수의 활 쏘는 정자를 만들어도 되는지 의아했다. 유수(留守)란 직책은 조선 시대에 수도 이외의 요긴한 곳을 맡아 다스리던 정이품의 외관 벼슬이다. 개성, 강화, 광주, 수원, 춘천 등지에 두었다. '이위(以威)'란 '천하를 위압한다'는 뜻이겠다.
산성리가 조선 시대 300년 동안 광주부 관아가 있던 광주의 중심지였다고 하면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 남한산 꼭대기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하고 지형도 옹색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1917년이 되어서야 이곳에 있던 군청이 현재 광주시내에 있는 경안동으로 이전하였다.
이 느티나무는 몇 년 전만 해도 살아 있었는데 이젠 죽은 둥치만 남았다.
행궁을 한 바퀴 돌아본 뒤 한옥 카페인 '반월(半月)'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반월은 오래 된 한옥을 활용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다. 현대식으로 개조하지 않은 이런 집은 산성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천정에 매달아 놓은 먹이통에 참새들이 몰려와 부지런히 식사를 하고 갔다.
사업을 하는 동서가 트레킹화를 선물했다. 걷는 데 좀 더 바지런해져야겠다. 화창하고 구름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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