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나무에 있는 노인 / 에드워드 리어

샌. 2022. 12. 9. 17:50

나무에 나이 많은 남자가 있었는데

벌 때문에 엄청 귀찮아했죠.

사람들이 묻기를 "벌이 붕붕거려요?"

그는 대답하기를 "물론 그렇죠!

그게 바로 벌의 진짜 성질인걸요."

 

- 나무에 있는 노인 / 에드워드 리어

 

There was an Old Man in a tree

Who was horribly bored by a bee:

When they said "Does it buzz?"

He replied, "Yes, it does!

It's a regular brute of a bee."

 

- There was an Old Man in a tree / Edward Lear

 

 

우리는 수많은 타자와 접촉하면서 살아간다. 우주에 존재하는 대상은 서로 관계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인생살이의 괴로움도 대부분 여기서 유래한다. 인간이라면 주로 상대를 향한 애착과 혐오다.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엄청난 감정의 낭비를 유발한다. 호오(好惡)의 진폭을 최소로 하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인지 모른다.

 

벗들과 얘기하면서 '체념' '운명'이라는 말의 긍정적 작용에 대해 같이 공감했다. 체념한다거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삶을 맞이하려는 의미일 수가 있다. 이 시에 나오는 나무에 있는 노인의 삶의 태도가 나에게는 그렇게 읽혔다. 다르게 말하면 에고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XX의 성질 때문인 걸요"라고 한다면 인생사의 여러 갈등이 풀리지 않을까 싶다. 반면에 나는 도대체 나잇값이나 하고 살아가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이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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