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양평동에서 사당까지 걷다

샌. 2010. 9. 4. 19:43


열아홉 번째 <토요 걷기>는 양평동에서 안양천, 도림천을 거쳐 사당까지 걸었다. 햇빛 쨍쨍한 날이었다. 하늘에는 솜털 같은 뭉게구름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햇살이 따가워 가능하면 그늘을 찾아 걸었다. 그래도 걸음은 가벼웠다. 내 마음도 뭉게구름처럼 부풀었다. 길 위에만 서면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다. 만약 내 호(號)를 지어야 한다면 '우보'라고 해야겠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한자로는 '又步'로 '또 걷는다'는 뜻이다.

 


양평동에서 안양천으로 나가 상류 쪽으로 걸었다. 오른쪽으로 목동 지구를 끼고 지나갔다. 오늘은 빌딩들과 구름이 잘 어울렸다. 안양천을 30분 정도 걸으면 도림천과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도림천(道林川)은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서울대학교를 지나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구로구를 거쳐 안양천으로 유입되는 하천이다. 최근에 정비가 되었다.

 



도림천은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물도 기대 이상으로 깨끗했다. 더 윗쪽 상류에서는 아이들이 멱감는 장면도 보았다. 그러나 도림천도 청계천처럼 한강물을 도수관로로 끌어올려 인위적으로 흐르게 한다고 들었다. 지금은 여름철이라 이 물은 실제 관악산에서 흘러오는 자연수일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도림천 대부분 구간이 고가도로 아래로 산책로가 나 있다는 것이다. 하천 가운데로는 2호선 전철이 다니는 고가가 놓여 있고 양쪽 변으로는 자동차도로 고가가 자리잡고 있다. 그 때문에 넓은 하천이 옹색하기 그지 없었다. 걷기에도 답답했다. 그러나 오늘은 워낙 햇살이 따가워 차라리 그늘이 반가웠다.

 

신대방역에서 밖으로 나와 점심을 먹었다. 허름한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손님은 나 혼자였다. 시원한 막걸리 한 병과 설렁탕으로 요기를 했다. 심심한 주인 아주머니는 TV 연속극을 보면서 연신 눈물을 훔치셨다.

 

원래는 여기서 난곡으로 가 천연기념물 갈참나무를 볼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곳으로 가는 길이 너무 복잡하여 다음으로 미루고 계속 도림천을 따라 걸었다.

 

 

하천 산책길은 신림동 고시촌 부근에서 끝났다. 위로 올라와토시를 꺼내 차고 뜨거운 도시의 길을 걸었다. 오늘 서울 기온이 30도를 넘었는데 도시 시멘트 길은 더욱 뜨거웠다.

 


목표 지점인 서울대학교 앞에 이르렀다. 저 마크는 친숙하지만 장소는 낯설었다. 이왕 여기까지 걸은 것, 계속 걸어가 보기로 했다. 캠퍼스를 관통해서 후문을 지나 낙성대로 나갔다.

 

오늘 도림천을 걸음으로써 서울 걷기는 거의 마무리 되었다. 한강과 지천들을 한 번 이상씩은 다 걸어본 것이다. 이젠 좀멀리 나가더라도 숲길이나 시골길을 걸어보고 싶다. 걷기는 내 삶의 일부이고, 내일도 모레도 걷고 또 걸을 것이다.

 

* 걸은 시간; 10:30 - 16:00

* 걸은 거리; 23 km

* 걸은 경로; 양평동 - 안양천 - 도림천 - 서울대 - 낙성대 -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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