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한평생 / 반칠환

샌. 2023. 6. 1. 10:22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고 지음도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그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 한평생 / 반칠환

 

 

본디 짧고 긴 것이란 없다. 짧다고 보면 짧은 것이고, 길다고 보면 긴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다. 하루살이의 하루가 거북이의 천 년보다 더 길 수도 있다.

 

다만 사람이 다른 점은 주어진 삶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천 년이 주어진들 만족할 것 같지 않다. 인간만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즐기지 못하고 전도몽상(顚倒夢想) 속에서 살아간다. 오죽하면 800살을 살았다는 팽조(彭祖)도 이런 유언을 남겼겠는가. "내 이렇게 일찍 죽을 줄 알았다면 침을 멀리 뱉지 않고 헛되이 기운을 쓰지 않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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