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사기[2-2]

샌. 2023. 7. 10. 10:28

안영은 제나라 재상이 된 뒤에도 밥상에 고기반찬을 두 가지 이상 놓지 못하게 하고, 첩에게는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조정에 나아가서는 임금이 물으면 바른말로 대답하고, 묻지 않을 때에는 곧은 몸가짐을 하였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명령을 따랐지만, 도가 없으면 그 명령만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3대(영공, 장공, 경공)에 걸쳐 제후에게 이름을 떨칠 수 있었다.

 

"오늘날 안영이 살아 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채찍을 드는 마부가 되어도 좋을 만큼 흠모한다."

 

- 사기 2-2, 관안열전(管晏列傳)

 

 

'관안열전'에는 제나라의 두 명재상인 관중과 안영이 나온다. 안영(晏嬰)은 관중보다 백 년 뒤의 사람으로 공자와 동시대 인물이다. 공자가 제나라를 찾았을 때 안영은 재상직에 있었다. 안영은 공자를 존중했지만 유가 철학에는 이견을 보인 듯하다. 제 경공이 공자에게 나랏일을 맡기려 하자 안영은 반대했다.

 

관중이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있다면 안영은 온화하면서 반듯한 사람으로 보인다. 사마천도 그의 검소하고 강직한 성품을 칭찬한다. 안영은 왕 앞에서도 직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워낙 능력 있고 신망이 두터우니 왕이라고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마천은 안영에 관련한 두 일화를 소개하며 겸손하고 공정한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사마천이 언급하지 않은 다른 일화들은 <안자춘추>에 나오는데 안영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안영이 키가 작고 볼품 없이 생긴 것을 비하하며 초 영왕이 말했다.

"제나라에는 인재가 없는가? 어찌 자네 같이 작고 못난 사람이 왔는가?"

"어찌 제나라에 인재가 없겠습니까. 다만 제나라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사신을 보낼 때 큰 인재는 큰 나라에 보내고, 작은 인재는 작은 나라에 보냅니다. 저는 못났고 보잘것없기 때문에 초나라에 왔을 뿐입니다."

 

한 번은 초 영왕이 안영을 골탕 먹이려고 제나라 죄수를 끌고 와서 말했다.

"제나라 사람들은 전부 도둑놈들이군."

"맛 좋은 귤이라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열리듯, 순진한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만 들어오면 죄인이 되니 초나라야말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이런 일화를 보면 안영은 상당히 재치가 있고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으로 보인다. 영왕은 안영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무례를 사과했다고 한다. 안영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온갖 난제를 수습하며 기울어가는 제나라를 지탱했다.

 

안영이 죽었을 때 경공은 지방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비보를 접한 경공은 수레가 더디다고 느껴지면 내려서 달리고, 달리는 게 수레보다 더디다고 느껴지면 수레에 타기를 네 차례나 반복했다. 신하들이 예가 아니라고 말렸지만 경공은 안영의 시신을 껴안고 통곡했다. 경공이 안영을 얼마나 신뢰했는지를 알 수 있는 일화다.

 

"오늘날 안영이 살아 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채찍을 드는 마부가 되어도 좋은 만큼 흠모한다." 사마천은 안영에게 최대의 찬사를 보낸다. 평생을 바른 길을 걸으면서 겸허하고 검소하게 살았기에 그만한 존경심을 갖게 되는 것이리라. 삶의 태도와 인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안영을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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