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 있는 칠장사(七長寺)에 나옹송이라 부르는 소나무가 있다. 고려말의 나옹선사(懶翁禪師)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나무다. 바로 옆에는 나한전이 있는데 이곳은 암행어사 박문수가 머물다가 꿈에 과거시험 문제를 계시 받아 장원급제 했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그래서 지금도 수험생들의 기도처로 유명하다고 한다.
소나무는 모양이 특이하다. 힘차게 자란 줄기가 중간에서 멈춘 뒤 옆으로 퍼져 있다. 산 쪽에서 보면 완전한 T자형이다. 그러나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도 보인다. 나무 높이는 8 m, 줄기 둘레는 2.1 m이다. 나옹선사가 이 소나무를 심은 게 맞다면 600 년이 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무 크기로는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 않는다. 설화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일이겠다. 박문수의 일화와 함께 당시 민중들의 염원이 어떠했는지를 헤아리는 것으로 만족하면 될 것 같다.
나옹의 '나(懶)'는 게으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옹은 '게으른 늙은이' 정도가 되겠다. 나옹선사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를 지은 바로 그분이시다. 이곳에 와서 나옹송을 보며 마음 속욕심을 조금이나마 비워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