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협 5

장자[64]

그러므로 위로는 일월의 밝음을 어그러지게 하고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를 꺼지게 하고 가운데로는 사시의 운행을 일그러지게 하여, 기어 다니는 벌레와 날개 달린 곤충들까지 그 성품을 잃지 않은 것이 없다. 너무도 심하도다! 지식을 좋아하여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 故上悖日月之明 下삭山川之精 中墜四時之施 췌연之蟲肖교之物 莫不失其性 甚矣 夫好知之亂天下也 - 거협 5 인간 본성에 대해서 장자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아마 어떤 고정된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쉼없이 운동하고 변하는 우주에서 본성도 마찬가지라고 보지 않았을까. 다만 분명한 것은 지식[知]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과 도(道)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자는 천하가 어지러워진 근본 원인이 인간의 욕망, 그중에서도 지식욕이라고 하고 있..

삶의나침반 2009.03.27

장자[63]

민중들은 새끼를 맺어 의사소통을 했지만 그들의 음식을 달게 먹었고, 그들의 의복을 아름다워했고, 그들의 풍속을 즐거워했고, 그들의 거처를 편안해했다. 이웃 나라는 서로 바라보이고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를 서로 듣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民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樂其俗 安其居 隣國相望 鷄狗之音相聞 民至老死 而不相往來 - 거협 4 장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가 그려져 있다. 장자가 꿈꾸는 것은 문명이 나타나기 전의 원시시대에 가깝다. 실제 원시시대가 그러했는지는 차치하고 장자가 생각하는 그 시대의 특징은 인간의 무지무욕(無知無欲)이다. 지도자가 있는지 없는지 의식하지 않고, 조직이 없으니 구속 받는 일도 없다. 무욕하니 가난하지만 넉넉하고, 서로 다툴 일도 없다. ..

삶의나침반 2009.03.22

장자[62]

낚싯바늘을 훔친 놈은 죽임을 당하고 나라를 훔친 놈은 제후가 된다. 彼절鉤者誅 절國者爲諸侯 - 거협 3 장자를 읽다 보면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장자의울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장자는 특히 백성을 수탈하고 이용해 먹으면서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려는 정치에 대해서 환멸을 많이 느낀 것 같다. 보호니 행복이니 또는 하늘의 뜻이니 하며 명분을 내걸지만 모두가 사탕발림일 뿐, 정의나 법은 강자의 입맛대로 재단되기 일쑤다. 춘추전국시대나 지금이나 돈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별로달라지지 않았다. 제도나 법으로 사회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장자는 회의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큰 도둑놈이 나타나 나라를 통째로 훔쳐가면 도리어 도둑놈을 도와준 꼴밖에 안 된다. 자신들은 나라를 탐하면서 백..

삶의나침반 2009.03.09

장자[61]

옛날 도척의 무리들이 도척에게 물었다. "공구의 무리들은 도가 있는데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답했다. "어디를 간들 도가 없겠느냐? 남의 집 안에 감춰진 재물을 짐작해 알아내는 것은 성(聖)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勇)이요, 뒤에 나오는 것은 의(義)요, 도둑질의 가부를 아는 것은 지(知)요, 도둑질한 것을 고르게 나누는 것은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 도(道)를 갖추지 않고 대도(大盜)가 된 자가 천하에 없었다." 故盜척之徒 問於척曰 盜亦有道乎 척曰 何適而無有道邪 夫妄意室中之藏 聖也 入先 勇也 出後 義也 知可否 知也 分均 仁也 五者不備 而能成大盜者 天下未之有也 - 거협 2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는 비아냥은 세상의 도덕이나 법률에 대한 장자의 혐오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윤리를 강조하고 ..

삶의나침반 2009.02.20

장자[60]

상자와 자루를 열고 궤짝을 뒤지는 도둑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끈으로 단단히 묶고 튼튼한 빗장이나 자물쇠로 잠가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이른바 세상의 지혜라는 것이다. 그러나 큰 도둑의 경우는 궤짝을 지고, 상자를 들고, 자루를 메고 달아나면서 오히려 노끈이나 자물쇠가 튼튼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즉 지난날 이른바 지혜 있다는 자들은 큰 도둑을 위해 쌓아두는 자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將爲거협探裏發櫃之盜 而爲守備 則必攝緘등 固경휼 此世俗之所謂知也 然而巨盜至 則負櫃揭협擔裏而趨 唯恐緘등경휼之不固也 然則鄕之所謂知者 不乃爲大盜積者也 - 거협 1 '큰 도둑'[大盜]이란 나라를 훔치는 자나 무리들이다. 아무리 지혜를써서 좋은 정치를 베풀려고 해도 큰 도둑의 칼부림 한 번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성인의 ..

삶의나침반 200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