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11

2023년 첫 등산(검단산)

올 들어 첫 등산을 했다.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는 코스였다. 얼음 풀린 산 계곡에서 명랑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좋았다. 이 코스는 계곡과 능선길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어 산행의 첫 번째 선택지다. 오르막 경사도 급하지 않다. 검단산은 수도권의 인기 산행지이지만 윗배알미는 외진 곳이라 평일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오붓한 것도 장점이다. 몇 달만의 등산이라 몸이 어떨까 싶었는데 가뿐하게 다녀왔다. 아직 이 정도 산행은 감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좀 더 높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산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잘 지켜질지는 자신이 없지만. 정상에서는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전과 달라진 변화다. 모든 세대가 산과..

사진속일상 2023.03.15

가을이 무르익는 검단산에 오르다

가을이 무르익는 검단산에 올랐다. 기점은 윗배알미다. 윗배알미는 집에서 가까우면서 외진 곳이라 찾는 사람이 적어 좋다. 언제 가도 산길이 한적하다. 산 전체를 전세 낸 듯 혼자 독차지한다. 윗배알미 산길은 계곡을 끼고 있어 청량한 가을 물소리를 옆에 두고 걷는다. 계곡의 바위 사이를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계절마다 다르다. 이 계절에는 살을 모두 발라내고 남은 생선뼈 같은 소리를 낸다. 오르는 길은 단풍이 화려했다. 검단산 단풍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가을 향연에 초대받은 횡재를 했다. 검단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북쪽 방향으로는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남쪽에는 팔당호와 양수리/두물머리가 있다. 내려오는 길도 단풍 구경으로 황홀했다. 갑자기 강원도 정선의 동강 따라 단풍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

사진속일상 2022.10.26

비 온 뒤 검단산

봄 가뭄 속에서 어젯밤에 단비가 내렸다. 작은 텃밭 하나 있는데도 이렇듯 비가 반가운데,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반가운 비였을 것이다. 덕분에 대기도 깨끗해졌다. 집에서 가까운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올랐다. 검단산에서는 윗배알미 계곡이 제일 크다. 어제 내린 비로 졸졸 물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오르는 산길은 급한 데 없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길에 떨어진 꽃을 보고 쪽동백나무가 있음을 안다. 올라가면서 다섯 사람을 추월했다. 요사이는 늘 추월당하는 처지지만 오늘은 달랐다. 워낙 느리게 걷는 사람 때문임에도 괜히 뿌듯했다. 사람한테는 남을 앞서려는 기본 욕구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심하게 나타날 때가 도로 위에서 운전할 때다.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경쟁 사회의 슬로건이 우리 무의식에 깊이 ..

사진속일상 2022.05.26

다시 등산을 시작하다

작년 10월에 도봉산을 찾은 이래(힘들어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음) 등산과는 거리가 멀었다가 이제 다시 시동을 건다. 스틱을 꺼내는 것도 11개월 만이다. 뒷산은 심심치 않게 가지만 낮은 산이라 그저 산길 걷기 정도이니 등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시 시작하는 등산의 첫 상대는 검단산(657m)이다. 집에서 가까운 윗배알미에서 출발한다. 단점은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하산할 때도 같은 코스로 내려온다. 대신 사람이 적은 한적한 산길이다. 마스크를 신경 안 써도 되니 요즈음 같은 코로나 시대에 맞는 길이다. 윗배알미 쪽은 계곡이 길다. 검단산에서 가장 계곡이 깊고 수량이 많지 않나 싶다. 이곳 물은 경안천으로 들어가 팔당호에 합류한다. 상수원 수질 보호를 위해 상당한 높이까지 계..

사진속일상 2021.09.02

검단능선을 걷다

검단산에서 용마산을 거쳐 번천리까지 이어지는 능선길 걷기를 다시 시도해 보았다. 14년 전에 걸었다가 중도에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곳으로 이사와서는 가까이서 자주 보는 산이라, 언젠가는 걸어봐야지, 라는 마음이 늘 있었다. 6개월 만에 하는 등산이라 출발점을 산곡초등학교로 잡았다. 검단산 정상을 지나쳐서 능선에 오르게 되기 때문에 코스가 좀 짧아진다. 그렇더라도 다리 힘을 붙이지 못한 상태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었다. 이 능선길의 단점이라면 오르내리막이 너무 심하다. 그래서 쉽게 지친다. 체력 단련 코스로는 좋을지 몰라도 우리 같은 사람이 느긋하게 걷기에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야 한다. 다른 하나는, 옆으로 중부고속도로가 평행으로 지나기 때문에 길 내내 자동차 소음을 견뎌야 ..

사진속일상 2019.04.30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다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는 산곡초등학교나 하남에서 오르는 길을 주로 이용했다. 같은 산이지만 다른 길을 걸으면 산의 느낌도 달라진다. 윗배알미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완만한 경사의 길이다. 걷기가 부담 없어 좋다. 다만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계곡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통제가 철저해서 눈과 귀로만 즐기는 계곡이다. 덕분에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집에 일이 있어 일행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윗배알미에 도착했다. 혼자 뒤처져서 따라갈려니 마음이 바빴다. 일행은 오랜 시간동안 정상에서 기다려 주었다. 습도가 높은 날이라 땀 많이 흘렸다. 서울 근교 산을 찾으니 여유가 있어 좋다.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버는 것이다. 천천히 걷고, 충분히 쉬고, 넉넉히 얘기 나누고,..

사진속일상 2016.09.03

불당리에서 검단산에 오르다

하남과 광주에 검단산이라는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검단(黔丹)'이라는 말이 '신성한'이라는 해석도 있는 만큼 같은 이름을 쓴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둘 다 외견으로는 평범한 산이다. 이번에 트레커에서 불당리를 기점으로 해서 광주 검단산에 올랐다. 광주 검단산은 아직 정상이 개방되지 않고 있다. 뙤약볕이 따가웠으나 한반도로 다가오는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불면서 땀을 식혀 주었다. 5백 미터급의 적당한 산 높이에 산길도 좋아서 산행에 무리는 없었다. 가볍게 뒷산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열네 명이나 되는 회원이 참가해서 시끌벅적했다.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서 트레커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단체가 되면 애초에 조용한 산행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일행과 떨어져..

사진속일상 2014.08.03

검단산을 넘다

연일 안개 자욱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안개 때문에 헬기가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오늘 검단산 산행도 한낮이 지날 때까지 짙은 안개와 구름을 헤치며 걸었다. 산봉우리 정상부만 제외하고 모든 게 구름의 바다에 묻혔다. 600m급의 낮은 산이지만 덕분에 고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치를 즐겼다. 안개와 구름의 차이를 설명할 때 지면에 접해 있으면 안개, 떨어져 있으면 구름이라고 가르쳤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어디까지가 안개이고 구름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출발할 때는 안개였는데, 산에 올라서니 구름이었다. 안개나 구름이나 같은 원리로 생기는 것인데, 억지로 나누는 건 인간의 머리 궁리일 뿐일 것이다. 검단산(黔丹山)의 '검(黔)'은 검다, '단(丹)'은 붉다는 뜻이다. 직역하면 검..

사진속일상 2013.11.16

행복한 평일 산행

평일에 홀로 여유롭게 산행을 하면서 퇴직의 행복감에 젖는다. 갇힌 방에서 탈출을 꿈꾸며 먼 산을 그리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자유의 몸이 된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 늦게 일어나도 눈치 볼 일 없고, 가고 싶은 데 아무 때나 갈 수 있다. 도시의 러시아워도 나와는 무관하고,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주말이면 북적이는 산이지만 나와는 무관한 일, 평일의 조용한 길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다. 직장에서 애쓰는 동료들을 떠올리면 더욱 즐거운 일이 아닌가. 마치 정체로 꽉 막혀 있는 상행선 옆으로 뻥 뚫린 하행선을 달리는 기분이다. 어제는 검단산에 올랐다. 영하의 기온이었지만 바람 없고 맑았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서 유길준 묘를 지나는 왼쪽 능선길로 정상에 오른 뒤 현충탑을 지나는 길로 내려왔다..

사진속일상 2011.12.20

검단산에 오르다

물리과 동기들의 19차 정기산행으로 검단산에 올랐다. 하남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앞에서 9시 30분에 네 명이 모였다. 검단산을 추천했던 S는일이 바빠 나오지 못했다. 검단산은 예전에 자주 오른 산이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코스를 택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벗어나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햇살 따갑고 더웠으나 짙은 나무그늘이 보호막이 되어 주었다. 정상 바로 전에 가파른 계단으로 된 불친절한 구간이 있었다. 정상의 넓은 공터에서 간식을 먹고 H가 가져온 진도 홍주를 몇 잔씩 나누었다. 토요일이라 사람들 많았다. 하산길에 전망바위에서 바라보이는 조망이 시원했다. 잠자고 있던 바람도 깨어나 땀을 식혀 주었다. 여기서는 한강과 덕소, 하남, 그리고 멀리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검단산에..

사진속일상 2011.05.28

검단산과 용마산을 종주하다

검단산과 용마산을 종주하다. 창우동-호국사-검단산-용마산-거문다리(10/22, 10:30-15:30) 하남에 있는 검단산(黔丹山, 657m)과 용마산(龍馬山, 596m)은 서로 이웃해 있는 산이다. 천천히 걸어서 1 시간 반 정도면 닿을 수 있는 두 산 사이의 능선길이 팔당호를 옆에 끼고 있어 아주 좋다. 나무들 때문에 전망이 열려 있지는 않으나 가끔씩나타나는 아랫 마을의 풍경이 시원하다. 검단산은 그 이름으로 봐서 백제 시대의 검단선사(黔丹禪師)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하는데, 만약에 그런 유적이라도 나온다면 대단한 발견이 될 것 같다. 특히 검단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남한강과 북한강과 만나는 양수리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팔당댐으로 인해 거대한 호수로 변해 있다. 강을 따..

사진속일상 200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