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 7

국립현충원 수양벚나무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경내만큼 수양벚나무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보지 못했다. 대개 벚나무들 사이에 한둘씩 끼어 있지만 여기서는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나무가 제일 크다. 얼마나 큰지 카메라를 최대 광각으로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다른 수양벚나무는 어느 정도 높이로 자란 뒤에는 가지가 아래로 늘어지는데 이 나무는 위로 힘차게 뻗어 올랐다. 수양벚나무에도 여러 품종이 있는 것 같다. 수양벚나무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이 나무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나무 옆에 있다 보면 지나는 사람들이 감탄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야, 희한하게 생겼다. 꼭 수양버들 같애." 수양벚나무라는 이름도 그 모양에 어울리게 잘 지은 것 같다. 수양벚꽃이 달린 늘어진 가지가 봄바람에 하느작거리는 ..

천년의나무 2013.04.26

거꾸로 보는 세상

뒷산을 산책하다가 쉼터 나무 아래에 눕다. 고개를 젖히니 거꾸로 보이는 세상이 재미있다. 땅은 위로 올라가고 나무도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벤치가 신기하다. 가끔은 이렇게 거꾸로 세상보기를 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의미의 뒤집기를 해 보는 것이다. 사고(思考)의 물구나무서기다. 그런 눈으로 보면 코끼리도 하늘을 난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마음도 깃털처럼 가벼워질지 모른다. 또는 제일 많이 TV에 나오는 보기 싫은 사람도 이쁘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누워서 쳐다보는 나무도 느낌이 새롭다. 나무의 친구는 하늘과 바람임을 알겠다. 같은 가지에 달린 나뭇잎이더라도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어쩌면 다들 생채기를 갖고 있는지, 온전한 잎은 찾아보기..

사진속일상 2009.08.31

뒷산을 산책하다

대도시에 살면서 대문을 나서면 바로 이런 아름다운 산길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그 축복을 자주 누리지는 못하지만 언제고 날 기다려주는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오늘도 가벼운 운동화 꺼내 신고 산길에 든다. 일요일인데도 길은 호젓하다. 사람들은 유명 관광지나 축제에는 몰리지만 이런산은 잘 찾지 않는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도리어 그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한다. 아니면 걷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 탓도 있으리라.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걷기의 가치를 많이 깨달아가고 있다. "나는 걸을 때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음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 루소가 '고백록'에서 한 말이다. 또 니체는 말했다.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

사진속일상 2009.06.07

국립현충원의 가을

아내와 첫 외출을 했다.수술을 받은지 한 달 반만이다. 처음에는 집 주변을 가볍게 산책했으나 그것마저 무리가 되는 것 같아 포기하고 아내는 집에서만 지냈다. 가볍게 운동을 했으면 싶지만 찬바람을 쐬면 자꾸 머리가 아파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집 뒤의 국립현충원에 가을이 한껏 익었다. 전 같으면 가볍게 운동화를 신고 나갔겠지만 이번에는 차를 이용했다.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던 길을 차를 타고 지나야 되니 괜히 슬퍼졌다. 단풍이 멋진 곳에서는 내려서 조금씩 주변을 산책했다. 올들어 처음 보는 가을 단풍에 아내는 환호성을 질렀다. 도심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휴일인데도 사람들은 별로 없이 한산했다. 아마 묘지라는 인식이 사람들을 꺼리게 만드는 것 같다. 아내는 이 정도라..

사진속일상 2008.11.10

국립현충원 수양벚꽃

수양벚나무는 오래될수록 멋있고 운치가 있다. 또한 수양벚나무는 나무 아래서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아야 아름답다. 마치 하늘에서 분홍빛 불꽃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장관에 절로 탄성이 난다. 수양벚나무는 능수벚나무라고도 부른다. 이름 그대로 벚나무와 능수버들을 합친 듯한 나무다. 그러므로 물가에 서있는 수양벚나무는 더욱 분위기가 난다. 나는 올 봄이 되어서야 수양벚나무를 주목하게 되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에는 오래된 수양벚나무가 여럿 있어 봄이면 장관을 이룬다. 수양벚꽃은 일반 벚꽃에 비해 크기가 작고 연분홍 색깔이 난다. 왕벚꽃의 화려함에는 못 미치지만 아기자기한 봄 분위기를 돋구는 데는 수양벚꽃 쪽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이 수양벚나무 줄기는 탄성이 좋아 옛날에는 활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꽃들의향기 2008.04.15

동작봉의 봄

따스한 봄햇살은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으면 뭔가 죄를 짓는 것 같다. 시선은 자꾸 창 밖을 향하고 부산해진 마음은 운동화를 찾아내어 밖으로 나서게 만든다. 꽃잔치가 벌어지는 유명한 곳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신의 집 주변에서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내와 같이 뒷산을 올랐다. 국립묘지를 끼고 있는 이 산을 동작봉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작지만 여러 개의 봉우리가 연결된 능선을 따라 걷는 재미가 아기자기한 재미있는 산이다. 묘지의 출입을 막는 흉물스런 시멘트 담벽이 거슬리지만 세 곳에 묘지와 연결통로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벚꽃은 한창 때를 지났지만 그래도 아직은 볼 만하다. 장군묘역에서 삼면으로 바라보이는 산에는 하얀 벚꽃이 점점이 박혀 있다. 여기가 ..

사진속일상 2007.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