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거꾸로 보는 세상

샌. 2009. 8. 31. 10:17



뒷산을 산책하다가 쉼터 나무 아래에 눕다. 고개를 젖히니 거꾸로 보이는 세상이 재미있다. 땅은 위로 올라가고 나무도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벤치가 신기하다.

 

가끔은 이렇게 거꾸로 세상보기를 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의미의 뒤집기를 해 보는 것이다. 사고(思考)의 물구나무서기다. 그런 눈으로 보면 코끼리도 하늘을 난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마음도 깃털처럼 가벼워질지 모른다. 또는 제일 많이 TV에 나오는 보기 싫은 사람도 이쁘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누워서 쳐다보는 나무도 느낌이 새롭다. 나무의 친구는 하늘과 바람임을 알겠다. 같은 가지에 달린 나뭇잎이더라도 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어쩌면 다들 생채기를 갖고 있는지, 온전한 잎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뭇잎이나 사람사람살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때가 되면 저 잎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일생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산 너머 국립현충원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묘역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의 가운데 작은 흰색 부분이 무덤 앞에 만들어진 간이 참배소다. 무덤으로는 아직 들어갈 수 없다.

 

그분이 마지막 남긴 일기의 몇 구절을 다시 읽어 본다.

 

1/6/2009

오늘이 나의 85회 생일이다.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1/7/2009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1/14/2009

인생은 얼마만큼 오래 살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얼마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았느냐가 문제다. 그것은 얼마만큼 이웃을 위해서 그것도 고통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다.

 

2/7/2009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

 

3/18/2009

투석치료. 혈액검사. X레이검사 결과 모두 양호. 신장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다.

 

5/1/2009

이제 아름다운 꽃의 계절이자 훈풍의 계절이 왔다.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5/2/2009

종일 집에서 독서, TV, 아내와의 대화로 소일. 조용하고 기분 좋은 5월의 초여름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5/20/2009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5/23/2009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다. 그간 검찰이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에 흘려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

 

5/30/2009

손자 종대에게 나의 일생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이웃 사랑이 믿음과 인생살이의 핵심인 것을 강조했다.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양초  (5) 2009.09.07
가을의 문턱  (1) 2009.09.01
당산에서 도덕산까지 걷다  (0) 2009.08.29
광화문광장 플라워 카펫  (0) 2009.08.27
남한산성에서 고골로 내려오다  (0) 2009.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