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 31

논어[353]

자공이 말했다. "참된 인간의 허물은 일식이나 월식 같다. 잘못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고, 고치게 되면 사람들이 다 우러러보게 된다." 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人皆見之 更也人皆仰之 - 子張 15 이 말의 방점은 군자는 잘못을 고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데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잘못을 저지른다. 군자나 소인이나 마찬가지다. 군자는 제 허물이 무엇인지 알고, 허물을 고쳐 나가면서 더 나은 인간으로 성숙해 간다. 허물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반면에 소인은 제 허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알더라도 변명하기 급급하다. 아예 제 허물에는 눈을 감는 경우가 흔하다. 예수도 말하지 않았는가. "이 위선자, 먼저 당신 눈에서 들보를 빼내시오. 그때에야 당신은 똑똑히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

삶의나침반 2019.09.15

논어[345]

자하가 말했다. "참된 인간은 세 번 변한다. 바라다 보면 위엄이 있고, 마주치면 부드럽고, 그의 말을 들으면 엄정하다." 子夏曰 君子有三變 望之儼然 卽之也溫 聽其言也려 - 子張 7 군자는 큰 산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변한다. 가까이서 볼 때와 들어가서 볼 때도 다르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군자 언행의 특징을 보여준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위엄이 있고, 가까이서 만나면 부드럽고, 말을 들으면 엄정하다. 군자는 어느 한 모습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군자불기(君子不器)와도 통하는 말이다.

삶의나침반 2019.07.21

논어[304]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 있는 인간은 아홉 가지 경우를 생각한다. 보는 데는 밝을 것을, 듣는 데는 맑을 것을, 안색은 부드러울 것을, 태도는 공손할 것을, 말은 진심으로 할 것을, 일은 꾸준할 것을, 의심날 때는 물을 것을, 분통 터질 때는 뒷처리할 것을, 이익 볼 일 당하면 옳으냐 그르냐를 생각한다." 孔子曰 君子有九思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 - 季氏 8 군자되기도 참 어렵다. 모든 행동거지가 완벽해야 하니 말이다. 차라리 소인으로 살아가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마지막의 '옳은 일을 당하면 옳으냐 그르냐를 생각한다[見得思義]'는 안중근 의사의 붓글씨로 남아 있다. 유묵에는 '見利思義見危授命'으로 되어 있다. '이익 볼 일이 생기면 의로운지 생각하고, 나..

삶의나침반 2018.08.26

논어[302]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세 가지를 두려워한다. 천명을 두려워하고, 큰 어른을 두려워하고,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하찮은 사람은 천명을 모르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큰 어른께 함부로 굴고,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긴다." 孔子曰 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小人 不知天命 而不畏也 狎大人 侮聖人之言 - 季氏 6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역사는 천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 의해 변화되고 진보해 왔다. 여기 나오는 천명, 큰 어른, 성인의 말씀은 권위를 지탱하는 힘이다. 신분이나 지위에 의한 예속 관계를 심화, 고착시킨다. 판을 뒤엎는 새 물결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반동에서 생긴다.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는 모든 운동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상이나 신념도 마찬가지다. 부처를..

삶의나침반 2018.08.15

논어[289]

선생님 말씀하시다. "훌륭한 인물은 잔일은 잘 모르지만 큰 일은 맡을 수 있다. 하찮은 사람은 큰 일을 맡아서는 안 되지만 잔일은 잘 안다." 子曰 君子不可小知 而可大受也 小人 不可大受 而可小知也 - 衛靈公 27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만들어지기보다는 타고나는 품성 중 하나다. 여기 나오는 '소지(小知)'는 '단편적인 지식'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제 좁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재단하는 사람이 소인이다. 큰 일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살이에서는 소지(小知)와 소인(小人)도 필요하다. 잔일을 아는 사람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군자와 소인을 구분했지만 하나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군자로만 이루어진 세상이 이상향은 아니다. 군자와 소인이 제 역할을 하며..

삶의나침반 2018.05.15

논어[287]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 있는 인간은 자기의 나갈 길을 찾지, 먹고 사는 일은 꾸미지 않는다. 밭갈이 하되 배고픈 것은 그 속에 있거든. 학문을 닦으면 식록은 그 안에 있고. 참된 인간은 나갈 길을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 거야." 子曰 君子謀道不謀食 耕也 뇌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 不憂貧 - 衛靈公 25 인간의 가치는 먹고사니즘을 넘어서는 데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것이 군자의 화두다. 삶의 길을 공부하다 보면 식록은 따라온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군자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 "君子憂道 不憂貧" - 이 구절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한때 "부자 되세요"가 국민적 인사말이 된 적이 있었다. 누가 누구를 나무랄 것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겠다.

삶의나침반 2018.05.02

논어[279]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정의를 바탕으로 삼고, 예법으로 행동하고, 겸손하게 말을 꺼내며, 신의로 매듭을 맺으니, 참된 인간이지." 子曰 君子 義以爲質 禮以行之 孫以出之 信以成之 君子哉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자신의 무능을 뼈아프게 생각하지, 남이 자기를 몰라주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子曰 君子 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之也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죽게 될 때까지 칭찬받을 만한 이름을 남기지 못함을 뼈아프게 생각한다." 子曰 君子 疾沒世而名不稱焉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사람값을 제게서 찾고, 하찮은 사람은 그것을 남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子曰 君子 求諸己 小人 求諸人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기품을 높이나 싸우지 않고, 어울리기는 하나 끼리끼리 짝..

삶의나침반 2018.03.02

논어[260]

자로가 참된 인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몸단속을 잘 하면서 사람됨이 경건하다." "그러면 그만인가요?" "몸단속을 잘 하면서 뭇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그러면 그만인가요?" "몸단속을 잘 하면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몸단속을 잘 하면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일은 요, 순도 애태웠던 일이다." 子路問 君子 子曰 修己以敬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人 曰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百姓 修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 - 憲問 29 군자됨의 기본은 수신(修己)다. 그를 바탕으로 타인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로 나아간다. 수신제가 연후에 치국평천하로 확장하는 것이다. 제 몸단속도 못 하는 사람이 명예욕만 키울 때 어떤 불행을 자초하는지는 우리가 늘 보게 되는 바다. 세상을 혼란케 하는 ..

삶의나침반 2017.10.29

강자와 약자

일부러 약자가 되려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강자가 될 수는 없다. 일부 사람은 강자에게 빌붙어 강자 행세를 한다. 일종의 호가호위다. 위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도 있다. 자발적으로 몰려든 무리로 인하여 강자는 지배를 정당화한다. 찾아온 알렉산더에게 디오게네스는 "거참, 햇빛이나 가리지 말아주쇼"라고 답했다. 강자가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을 만난 것이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이런 말로 존경을 나타냈다고 한다. 강자에게는 욕심 없는 사람만큼 두려운 사람이 없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강자는 아니다. 성공했다고 강자는 아니다. 살아남았다고 강자도 아니다. 진정한 강자는 주체적으로 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자기가 제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세상의 ..

참살이의꿈 2017.06.26

논어[237]

선생님 말씀하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사람답지 못한 수가 있기는 하지만, 지저분한 사람치고 사람다운 사람은 없다." 子曰 君子而不仁者 有矣夫 未有 小人而仁者也 - 憲問 6 여기서 공자가 말하는 군자(君子)는 높은 벼슬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인(仁)하지 못한 군자도 있다고 한 게 아닐까. 반면에 소인(小人)치고 인한 사람은 없다. 소인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좇는 사람이다. 군자는 대의를 따른다. 그렇지만 군자 중에도 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인자(仁者)는 품성면에서 군자보다 한 단계 위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나마 인(仁)에 가까운 사람이 당선되어 다행이다. 부끄럽게도 소인 행세를 자랑하는 후보도 있었다.

삶의나침반 2017.05.14

논어[228]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차분하되 뽐내지 않는다. 하찮은 것들은 뽐내면서 차분하지 않다." 子曰 君子 泰而不驕 小人 驕而不泰 - 子路 21 공자가 사람을 군자와 소인으로 구분하는 것에 거부감이 든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 공자가 말하는 소인이란 속물성과 이기성을 드러내는 인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마 우리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소인들이 많으니 세상은 시끄럽다. 이만큼이라도 세상이 굴러가는 건 그나마 '착한(?) 소인'이 다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상에는 소인보다 더 하질의 인간도 수두룩하다. 제 행위에 대해서 창피함을 모르는 부류다. 뻔뻔하고 염치를 모른다. 제 이익을 위해서는 타자에 대한 폭력도 서슴치 않는다. 이런 무리들이 날뛰면 세상은 난장..

삶의나침반 2017.01.22

논어[227]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섬기기는 쉬우나 기쁘게 해 주기는 어렵다. 기쁘게 해 주는데도 옳은 방법이 아니면 기뻐하지 않는다. 사람을 부리되 그릇처럼 생김새대로 쓴다. 하찮은 사람은 섬기기는 어렵고 기쁘게 해 주기는 쉽다. 기쁘게 해 주는데 옳은 방법이 아니라도 기뻐한다. 사람을 부리되 아무거나 죄다 시킨다." 子曰 君子 易事而難說也 說之不以道 不說也 及其事人也 器之 小人 難事而易說也 說之雖不以道 說也 及其事人也 求備焉 - 子路 20 소인(小人)이 정치를 하면 어떤 폐해가 생기는지 생생한 실례를 우리는 지금 경험하는 중이다. 문제는 정치판은 언제나 소인배와 아첨꾼들로 시끌하다는 점이다. 소인배는 자신을 기쁘게 해 주는 사람을 주변에 둔다. 그래서 인(仁)과 덕(德)의 정치는 아직도 난망이다. 정치..

삶의나침반 2017.01.19

논어[225]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진정으로 화합하지 고개만 끄덕거리지 않는다. 하찮은 인간은 고개만 끄덕거리지 진정으로 화합하지 않는다." 子曰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 子路 18 책상 위에 도자기로 된 필통이 있다. 30년 전에 도자기 체험장에 갔다가 만든 것이다. 그때 겉면에 썼던 글씨가 '화이부동(和而不同)'이었다. 젊었던 한때 이 문구를 좋아했다. 당시는 아무래도 '부동(不同)'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나 싶다. 같이 어울려 지내지만 나는 너희들과 달라, 라는 오만이 있었다. '화(和)'는 체면이나 겉모습 같은 것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생각해 보니 방점은 '화(和)'에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세상이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외모만 아니라 생각이나 가치관이 제각각..

삶의나침반 2017.01.02

논어[199]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남의 장점을 키워 주되 단점은 조장해 주지 않는다. 속 좁은 인간은 이와 반대다." 子曰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 顔淵 11 에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내용이 자주 나오지만 군자는 무엇이고 소인은 무엇인지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속성은 제시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안갯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군자는 '참된 인물'로, 소인은 '속 좁은 인간'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애매한 건 마찬가지다. 군자의 이미지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유학이란 군자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동양의 이상적인 인간상이 군자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후세 사람은 공자를 성인 반열에 올렸지만 당시의 공자는 자신을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군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삶의나침반 2016.06.09

논어[192]

사마우가 참된 인물에 대해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근심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근심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 그러면 훌륭한 인물이라고 합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돌이켜 생각하되 잘못이 없으면 무엇이 근심되고 무엇이 두려울까?" 司馬牛 問君子 子曰 君子不憂不懼 曰 不憂不懼 斯謂之君子矣乎 子曰 內省不懼 夫何憂何懼 - 顔淵 4 군자(君子)란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윤동주가 바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부끄럽지 않으니 사적인 근심이나 두려움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근심마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을 것이다. 군자란 자신이 아닌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소인(小人)은 세상은 ..

삶의나침반 2016.04.29

논어[130]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사람이 서근서근하고, 되잖은 것들은 언제나 찌뿌드드하다." 子曰 君子坦蕩蕩 小人長戚戚 - 述而 32 '탕탕(蕩蕩)'은 너그럽고 도량이 넓은 모습이고, '척척(戚戚)'은 걱정이 태산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내 식대로 해석하면 군자는 걱정할 건 걱정하고, 걱정하지 않을 건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걱정할 건 걱정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을 건 걱정한다. 공자의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말을 접할 때마다 나는 여지없이 소인이구나, 하는 탄식이 나온다. 어쩜 그렇게 '되잖은 인간' 부류에 딱 들어맞는지.....

삶의나침반 2015.02.15

논어[95]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널리 글공부를 하며, 예법으로 몸단속을 할 것이니, 그러므로 엇나가는 일이 좀처럼 없을 것이 아니냐!" 子曰 君子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弗畔矣夫 - 雍也 21 문(文)과 예(禮)는 군자됨의 두 축이다. 문이 지(知)라면, 예는 행(行)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앎과 실천의 조화를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늘 강조되는 것이지만 우선 사람되는 공부가 필요하다. 사람 공부에는 한 분야만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라 통섭의 인문학적 정신이 요구된다. 세상의 이치와 사람이 살아가야 할 도리를 궁구하는 것이 공부다. 그 뒤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공자가 약례(約禮)를 말한 건 참된 인물로 살아가는 행동 양식을 규정하는 것이 예이기 때문이다. 공부와 삶이 나란히 박자를 맞추고 나아갈 ..

삶의나침반 2014.08.07

논어[94]

재아가 물었다.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습니다' 하면은 뛰어듭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왜 그렇기야 할라구! 참된 사람은 가보기는 하겠지만 풍덩 빠지지는 않을 거다. 둘리는 수도 있지만 속아 떨어지지는 않지." 宰我問曰 仁者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 - 雍也 20 원문은 '우물에 인(仁)이 있다면'인데, 번역은 '함정 속에 사람이 빠졌다면'으로 되어 있다. '인'으로 보면 철학적인 질문이고, '사람'으로 보면 구체적인 상황이 된다. 어찌 되었든 재아의 질문은 교묘하다. "우물 속에 사람이 빠졌는데 인자(仁者)라면 뛰어듭니까?" 뛰어든다고 해도, 안 뛰어든다고 해도 꼬투리를 잡힐 것 같은 질문이다. 군자의 행동은 이성적이고 합리..

삶의나침반 2014.07.29

논어[87]

선생님 말씀하시다. "바탕이 맵시보다 나으면 촌뜨기, 맵시가 바탕보다 나으면 글친구, 바탕이나 맵시가 한데 어울려야 훌륭한 인물일거야."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 雍也 13 군자는 바탕과 맵시가 어울려야 한다[文質彬彬]. 문(文)과 질(質),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은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바탕이 중요한 건 당연하지만 맵시도 무시하지 않는다는 데서 공자의 특징을 볼 수 있다. 현실주의적 인간관이다. 아무리 바탕이 훌륭하고 속이 차 있어도 맵시가 떨어지면 인정받기 어렵다. 세상 속을 살아가자면 어느 정도 맵시도 갖추어야 한다. 아마 다른 현인들 같았으면 맵시보다는 바탕의 우위를 강조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말씀은 독특하게 들린다. 그러나 뜀박질에 자신이 없는 사람..

삶의나침반 2014.06.16

논어[54]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의리에 훤하고, 되잖은 인간은 잇속에 훤하지." 子曰 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 里仁 14 '되잖은 인간'[小人]은 유불리를 따져 행동한다.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다. 반면에 '참된 인간'[君子]는 의(義)의 길을 간다. 그것이 고난과 형극의 길일지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상적인 것과 의로움은 충돌하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목숨까지 내어놓아야 할 때도 있다. 예수가 간 길이 그러했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다. "선생처럼 고명하신 분이 천리 길을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 나라에 이익[利]이 있겠지요."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는 어찌 이익에 대해서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은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국가의 공리(公利)마저 거부한 게 유교다. 유교를 진정 국가의 통치 철학..

삶의나침반 2013.10.29

논어[51]

선생님 말씀하시다. "벼슬아치는 인격을 생각하고, 들녘 친구는 땅마지기나 생각한다. 벼슬아치는 법을 두려워하고, 들녘 친구는 남의 동정을 기다린다." The Master said, "The superior man thinks of virtue; the small man thinks of comfort. The superior man thinks of the sanctions of law; the small man thinks of favours which he may receive." 子曰 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惠 - 里仁 11 여기서는 군자를 '벼슬아치'로, 소인을 '들녘 친구'로 번역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앞에서는 군자를 '참된 인간'으로 번역했다. 벼슬아치와 참된 인간은 받는 느낌이 많..

삶의나침반 2013.09.30

논어[50]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세상일을 처리할 때, 꼭 그래야 할 것도 없고, 안 할 것도 없다. 옳은 길을 택할 따름이다." 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 里仁 10 에서도 '의(義)'가 강조되는 걸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공자라고 하면 부드러운 할아버지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주로 인(仁)에 대해서만 듣고 배웠기 때문이다. 의(義)에서는 서릿발 같은 날카로움과 실천 의지가 읽힌다. 공자 정신을 어떻게 삶으로 구현하느냐를 고민할 때면 이 의(義)의 문제와 부딪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보다는 '정의'라는 말이 그나마 오염이 덜 되었다. 의(義)의 길이 어떤 길인가는 각자의 양심에 새겨져 있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누구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이 배운 사람이나 덜 ..

삶의나침반 2013.09.23

논어[20]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서로 친밀하되 패를 만들지 않고, 하찮은 인간은 패를 짓되 정이 통하지 않는다." 子曰 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 - 爲政 10 에는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온다. 이을호 선생의 평설에 따르면 서로 무리를 이루려는 점에서는 군자와 소인이 다를 바 없으나, 군자는 심교(心交)하고 소인은 세교(勢交)하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썼다. 심교(心交)와 세교(勢交), 정확한 지적이다. 한자 '周'는 마음의 친밀함을, '比'는 세력에 의한 편당(偏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자를 신처럼 떠받든 조선 시대 유학자들이 편당 짓기에 가장 앞장섰던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참고로 신정근 선생은 이 구절을 이렇게 번역한다. "자율적 인간은 보편적 입장에 서지 당파..

삶의나침반 2013.03.08

논어[19]

자공이 쓸모 있는 인간에 대해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행동이 앞서야 하며, 말이 그 뒤를 따라야 하느니라." 子貢問 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 爲政 9 공자의 3대 제자라면 안회, 자로, 자공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 자공(子貢, BC 520~456)은 언변과 외교 수완이 가장 뛰어난 제자였다. 또한, 이재에 밝아 사업으로 거부가 된 사람이었다. 자공은 의 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과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동시에 나온다. 사마천은 자공을 "입담이 세고 언사가 교묘하다."[利言巧辭]라고 표현했다. 공자가 공자학당을 유지하거나 주유천하를 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자공의 도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질적 지원만이 아니라 자공을 통해서 각국의 권력자들을 소개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자공은 인맥도 넓..

삶의나침반 2013.02.20

논어[18]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있는 인간은 외통수는 아니다." 子曰 君子不器 - 爲政 8 '그릇[器]'은 나무를 깎거나 흙을 빚어 만든 것이다. 밥을 담는 그릇, 국을 담는 그릇, 반찬을 담는 그릇 등이 있다. 이렇듯 그릇은 음식을 담는 용도로 사용된다. 사람으로 치면 한 가지의 유용성밖에 없는 전문가나 기능인이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필요로 한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재(人材)라고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대학생은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 따기에 열중한다.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은 효용성과 실용성이다. 인문적 소양은 아예 무시된다. 이런 교육은 군자가 아닌 소인을 기른다. 큰 그릇이 되라고 하지만, 그릇은 그릇일 뿐이다. 노자 에 '박산즉위기(樸散則爲器)'라는 ..

삶의나침반 2013.02.14

논어[8]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사람일진댄 자기 배 채울 일은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살림도 바라지 말고, 맡은 일은 날래 처리하면서 말을 조심하며, 사리에 밝은 이를 찾아가서 잘못을 고쳐야 한다. 그러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할 수밖에."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 學而 8 공자는 호학(好學)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렇게 말했다.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호학은 단순히 글을 배우는 게 아니다. 참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좁은 길을 가는 쉼없는 노력이다. 여기에는 호학하는 사람의 특징이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자기 배 채울 일은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살림도 바라..

삶의나침반 2012.12.21

논어[5]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도적 인물은 묵직하지 않으면 위엄도 없고, 학문도 부실하다. 충실과 신의를 으뜸 삼고,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 허물은 선뜻 고쳐야 하느니라." 子曰 君子不重 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 學而 5 유교적 덕목이 나열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無友不如己者].'다. 우선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A가 B보다 낫다면, B는 A와 벗하려 할 테고 반면에 A는 B와 벗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호학(好學)을 강조하는 마음은 헤아려지지만 너무 계산적인 인간관계다. 사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사귄다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도리어 퇴보할 수도 있다. 바둑을 둬보면 안다. 상수와 계속 두다 보면 상수 ..

삶의나침반 2012.12.06

장자[201]

공자가 진나라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이레 동안 더운 음식을 먹지 못하고명아줏국에 쌀 한 톨 넣을 수 없어안색은 심히 고달픈데 방에서 거문고를 타며 노래했다.안회는 나물을 다듬고자로와 자공은 불평하며 말했다."선생은 두 번이나 노나라에서 축출됐고위나라에서는 발자국을 지우며 숨어야 했으며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압사당할 뻔했고상나라 주나라에서는 곤경에 처했고진나라 채나라에서는 포위당했으니,선생을 죽이려는 자는 죄주지 못했고선생을 욕보여도 막을 수 없는데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는 것을 그치지 않으니군자의 염치없음이 이 같을 수 있는가?"안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이를 공자에게 고했다."자로와 자공은 속이 좁은 사람이다.불러오너라! 내 타일러 주겠다."자로와 자공이 들어왔다.자로가 먼저 말했다."이와 ..

삶의나침반 2012.03.28

군자와 소인

군자(君子)란 유가(儒家)의 이상적인 인간형이다. 원래는 제후와 같은 정치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공자에 의해 타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한다. 반면에 소인(小人)은 글자 그대로 작은 사람이다. 자신의 몸, 이익, 소유에만 관심이 쏠려 다른 고차원의 영역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우리들 같은 현실적인 이기적 인간이 소인이다. 유학(儒學)의 본질은 스스로를 갈고 닦아서 군자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다. 에는 군자와 소인을 대비시키며 둘의 차이를 드러내는 구절이 여럿 있다. 신정근 선생이 풀이한 라는 책에서 그런 구절들을 찾아보았다. 이 책은 군자를 ‘자율적 인간’으로 옮긴 점이 특이했다. 우리는 지금 소인배들이 득실거리는 세상..

참살이의꿈 201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