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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난 사람들

우리는 모두 길 위의 사람들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이젠 잊어버린 고향 집을 떠나 와서 어딘가로 가고 있는 나그네들이고 순례자들이다. 내가 가는 길은 어떤 길인가? 길 위에 올라섰으니 무작정 걷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언가의 꿈을 쫓아 아니면 신기루에 희망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어느 길 모퉁이에서 남은 여정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헤어진 신발에 다리를 절뚝이며 자꾸만 뒤쳐지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런데 여기, 생명평화를 위한 탁발순례의 길에 나선 분들이 있다. 지난 3월에 지리산을 출발하여 3년 계획으로 전국을 순례하며 생명평화의 기운을 일으키려는 도법과 수경, 두 분의 스님이시다. 그리고 이분들 뜻에 동참하는 여러 사람들도 동행하..

길위의단상 2004.04.23

머나먼 길

길은 멀고도 험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얼마나 많은 고통의 강을 건너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설 수 있을까? 그 대답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마음을 비운다고 하면서 도리어 점점 더늘어가는 욕심들. 세월따라 내 가면은 덧칠이 더해져 자꾸만 두꺼워져 가고 이젠 희망도 사그러져라. 시간은 나를 구원할 수 없으니 몇 억 겁의 세월이 나를 요만큼 밀어왔으니... 무슨 물건인지 모르는 이 마음 하나 다스리는 것이 천하를 구하는 것보다 더 힘들구나. 내가 붙들고 있는 이 허상은 무엇인가? 쓰레기더미 속에서 찾아낸 쓰레기로 쓰레기 성을 쌓아놓고 나는 싸운다. 나에게 오지 마라. 내 보물 건드리지 마. `놓아라!` 서릿발같은 선승의 고함 소리 나를 내리치거라.

길위의단상 2003.09.27

길 / 정희성

길(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

시읽는기쁨 200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