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향 미닫이, 재양한 마루끝에 귀여운 젖먹이 무릎에 안고 앉아 조용히 엄마의 얼굴처럼 화색이 되는 자애로운 하늘 아래 하찮은 미물들과 푸나무 떨기조차 은총에 젖어 축복을 받는 오늘은 춘분! 낮과 밤이 같은 날. 나의 임종은 자정에 오라! 가장 소중한 손님을 맞이하듯 너를 위해 즐겨 마중하고 있으마 비인 방에 호올로 누워 천고의 비밀을 그윽히 맛보노니... 가여운 아내 아들딸들아. 아이예, 불쌍한 울음일랑 들레지 말라. 그동안 신세끼친 여숙을 떠나 미원한 본택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벌판에 내던지면 소리개와 사갈의 밥이 될 게고 땅에 묻으면 아미와 구더기의 즐거운 향연. (발가숭이로 왔으니 발가숭이로!) 불타여. 피 빨아먹고 산 공변된 공변된 업이요 보가 아니오니까. 백운대 위에 세워 풍장을 해도숱연키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