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11

텃밭 가을걷이와 김장

텃밭의 가을걷이를 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어 서둘렀다. 조그만 땅뙈기에서 나오는 산물이라 규모가 아담했다. 배추 20 포기, 무 30여 개를 비롯해 고추, 가지, 파, 상추, 호박 등 여러 채소를 거두었다. 고추와 상추는 앞으로도 더 따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되돌아보면 올해만큼 텃밭 덕을 톡톡이 본 해도 없었다. 우리 식탁은 대부분 텃밭에서 나는 남새로 차려졌다. 덕분에 야채값이 너무 비싸졌다는 불평은 우리와는 무관했다. 텃밭의 효용이라면 기르는 재미를 제일로 봤는데, 건강하고 풍성한 먹을거리를 무한 공급해주는 현실적인 이득이 올해는 앞섰다. 땅을 기꺼이 빌려준 이웃분에게 감사한다. 아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빠른 셈이다. 나는 말없이 조수 역할에..

사진속일상 2023.11.08

스무 포기 김장한 날

전에는 고향에서 형제들이 모여 같이 김장을 했지만, 각자의 집에서 따로 하게 된 건 4년이 된다. 어머니 기력이 떨어지신 게 제일 큰 이유다. 함께 모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번거롭고 신경 쓰이는 게 많다. 각자 제 집 입맛에 맞게 알아서 하니 간편해서 좋다.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게 옳다. 이번에는 이웃이 농사 짓는 밭에서 배추 스무 포기를 구해 담구었다. 이전에 비해 양이 많아진 것은 처제네 몫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조카가 수험생이라 김장으로나마 도와주려는 것 같다. 처제는 오후에 와서 잠깐 일손을 거들었다. 배추 스무 포기 김장 준비하는 데도 사흘이 걸렸다. 김장을 끝내고 나니 아내는 다운 직전이다. 시골 어머니는 80대의 나이에도 자식들 김장 준비를 홀로 다 하셨다. 심고 거두며 절인 배추가 ..

사진속일상 2019.11.07

늦가을 고향집

김장을 하러 고향에 내려가서 닷새를 머물렀다. 가을이 저물수록 풍요의 빛은 사그라지고 저녁 어스름 기운이 마을에 스며든다. 이 계절을 좋아하긴 하지만 무대가 고향이 되는 건 싫다. 너무 쓸쓸하다. 고향 마을에도 가을 김장을 하는 집이 얼마 안 된다.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자식들도 힘들게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 몇 만 원만 주면 절인 배추를 배달해주는 세상인데 굳이 시골까지 내려가 김장을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고향에서의 김장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내년에 어머니가 또 배추를 심으신다면 어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형제가 모여 함께 김장을 하는 의식에는 김장통 몇 개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일 년 농사가 자식들 차에 바리바리 실린다. 아직은 어머니가 건강해서 고맙고, 이..

사진속일상 2014.11.25

스마트폰으로 글쓰기

김장을 하기 위해 고향집에 내려와 있다. 어제 배추를 절여놓고 오늘 네 집치 김장을 한다. 작년에 비해 양이 확 줄었다. 어제 저녁은 처음으로 어머니가 금일봉을 하사해서 맛난 한정식으로 식사를 했다. 인생이 서글프다는 말씀을 자주 해서 마음이 짠했다. 힘든 고향에서의 김장을 올해를 끝으로 그만 두려 했는데 어머니가 계시는 동안은 안 될 것 같다. 지팡이를 짚고 찾아온 이웃집 할머니는 가족이 모여 김장하는 모습을 부러워한다. 몇 년 전만해도 그 집 역시 김장철이 되면 북적북적했다. 해가 저무는 건 한순간이다. 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담그는 것도 앞으로 몇 해 더 허락되어 있을지 생각해 보면 나도 서글퍼진다. 어머니에게 김장은 김장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있으니 이렇게 전화기로 글쓰기도 해본다..

길위의단상 2014.11.22

김장은 힘들어

고향에 내려가서 김장을 했다. "내려와 같이 김장을 담그자." 아직은 어머니의 파워가 막강하시니 꼼짝할 수가 없었다. "아니요, 저희는 여기서 따로 담을 께요." 아마 아내의 속마음은 이랬을 것이다. 절인 배추를 신청만 하면 집까지 택배로 보내주는 편리함이 자꾸 손짓한다. 그러나 김장에 대한 어머니의 정서는 다를 것이다. 김장을 함께 한다는 것은 가족이라는 동질감을 확인하는 한 해의 마지막 행사인지도 모른다. 배추를 심지 말라고 말려도 안 된다. 내 손으로 기른 채소를 자식에게 먹인다는 뿌듯함을 넉넉히 이해할 수 있다. 연세가 많으셔도 이만큼 기력이 있으시다는 게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고향에서 하는 김장은 배추에서부터 모든 재료가 어머니가 손수 지은 것이다. 시장에서 사서 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

사진속일상 2013.11.24

고향에서 김장을 하다

고향에 내려가서 김장을 했다. 제사를 지내듯 매년 벌어지는 연례행사다. 함께 김장을 하며 한가족이라는 동질감을 확인하지만 힘들고 번거롭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는 이제 각자 알아서 하자는 쪽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는 동생들이 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이모가 김장할 준비는 모두 갖춰 놓았다. 여든 내외의 두 분이 배추 100포기를 일주일에 걸쳐 준비하셨다. 이게 사람 사는 재미라지만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김장 행사는 올해로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힘들면서 돈도 더 든다. 요사이는 주문만 하면 절인 배추가 배달되는 편리한 세상이라고 아내는 강조한다. 이것 역시 변화하는 세상의 추세다. 약을 가져가지 못한 아내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 펑크가 날 정도로 한 차 가득 가을 짐이 실렸다...

사진속일상 2011.11.22

고향집에서 김장을 하다

고향집에 내려가 김장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내려가니 어머니와 동생들이 김장 버무릴 준비를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네 집이 합쳐 150 포기 정도를 담갔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다. 조카가 와서 내 할 일을 다 해 주었는데도 그랬다. 마음이 편치 못해 사실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귀찮다고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에는그래도 함께 모인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괜찮았으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성가셔진다. 더구나 요사이는 마음이 한창 심란한 때다. 바로 전날은 골치 아픈 통보도 받았던 터였다. 동생들은 대단하다. 일 하는 것이나 어머니를 챙기는 것에서 나는 동생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니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나의 자업자득이다. 동생들 입장에서는 ..

사진속일상 2010.11.21

어머니와 김장을 하다

헝제들이 고향집에 모여서 함께 김장을 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는데 올해는 서로 일정이 어긋나 같이 모이지를 못했다. 동생들은 지난 주말에 내려갔고, 나는 이번 주에 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담그었다. 그러나 사실 내가 한 일이란 빈 김치통을 들고가서 가득 채워 돌아오는 일밖에 없었다. 같이 속을 버무리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디모도'나 하라고 해서 배추를 날라주고 통을 옮기는 등의 잔심부름만 했다. 그러나 가만히 보니 디모도 역할도 상당히 중요한 것이 김장을 하는 사람은 고무장갑을 낀 손에 양념도 잔뜩 묻어있어 다른 사람이 도와주어야만 일의 능률이 오르게 되어 있다. 고향에 내려가면 싣고 오는 것이 늘 차로 가득이다.이번에도 김장 외에 쌀, 당근, 파, 무우, 배추, 밑반찬, 기름, 장, 콩 등 어머니가 직..

사진속일상 2008.11.22

김장 하는 날

고향에서 형제들이 모여 김장을 했다. 어머니로서는 한 해 농사의 마무리이고,형제들로서는모여서 얼굴 맞대고 같은 음식을 만드는 연례행사이다. 같이 음식을 먹는 행위, 또한 같이 음식을 만드는 행위는 가족이라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이 된다. 가족이란 한 상에서 같이 음식을 먹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형제들이 모여 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담그는 것에는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가 들어있다. 아마 이것도 어머니라는 구심점이 계시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특별히 우애 있는 집안이 아니라면 요사이 같은 세태에 형제들이 김장을 하기 위해 모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는 삼형제에 대구 이모네도 같이 김장을 담궜다. 어머니와 이모가 미리 미리 배추를 다 절여 놓았고, 우리는 ..

사진속일상 2007.11.19

고향에서 김장을 담그다

지난 주말에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에서 형제가 모여 김장을 했다. 배추랑 모든 재료가 어머니가 직접 기르신 것이라 도시에서 재료를 구입해서 하는 것과는 의미가 달랐다. 돈이나 편리함으로 치면 도시에서 직접 담그는 편이 손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행사를 통해 따로 떨어져 살던 형제가 얼굴을 맞대고 먹을거리를 장만하며 한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올해도 형제들이 다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올해는 나도 손을 거들어 직접 배추속을 넣으며 한 몫을 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 담그는 일을 해 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세 집에서 먹을 양으로 배추 150 포기 정도를 담근 것 같다.그러나 배추를 절이고 씻는 작업은 어머니와 이모가 다 해놓으셔서 우리..

사진속일상 2006.11.27

김장을 하다

김장을 했습니다. 터에 심은 배추가 백 포기가 넘어서 지지난 주에 반 정도를 하고 이번에 남아있던 배추를 마저 뽑아 김장을 끝냈습니다. 올해는 온전히 직접 가꾼 배추, 무, 파로 김장을 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접이나 되는 배추로 김장을 담근 것도 아마 처음일 것입니다. 미리 했던 것은 이웃에 많이 나누어 주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것이 김치냉장고로 하나 가득 찼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올해 산 김치냉장고 덕을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날씨 때문에 아직 김장을 못했을 것입니다. 또 어느 해는 땅에 묻었다가 늦게 꺼내는 바람에 너무 시어져서 제 맛을 즐기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김치냉장고는 그럴 걱정이 없어서 좋습니다. 문명의 이기의 편리함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고향에 내려가 ..

참살이의꿈 2005.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