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김장을 했다. 제사를 지내듯 매년 벌어지는 연례행사다. 함께 김장을 하며 한가족이라는 동질감을 확인하지만 힘들고 번거롭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는 이제 각자 알아서 하자는 쪽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는 동생들이 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이모가 김장할 준비는 모두 갖춰 놓았다. 여든 내외의 두 분이 배추 100포기를 일주일에 걸쳐 준비하셨다. 이게 사람 사는 재미라지만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김장 행사는 올해로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힘들면서 돈도 더 든다. 요사이는 주문만 하면 절인 배추가 배달되는 편리한 세상이라고 아내는 강조한다. 이것 역시 변화하는 세상의 추세다.
약을 가져가지 못한 아내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 펑크가 날 정도로 한 차 가득 가을 짐이 실렸다. 내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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