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다투고 나면 집이 좁다.
이럴 때는 혼자 걷는 게 약이다.
그런데 오늘은 콧물에 재채기,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간다.
새로 생긴 풍물장도 구경하고
각설이 엿도 사 먹고
마침 산 아래에 도서관이 있다.
여자들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푼다지만
나는 책 속에서 모든 걸 잊는다.
조용하고 진지한 공간에 들면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내 마음도 잔잔해진다.
오늘 같은 날은
가볍게 신문을 보고
바둑 잡지를 보고
사진책도 본다.
일회용 커피도 빼먹는다.
혼자 노는 게 재미있다.
휴게실 유리창 너머로 책 읽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이 보인다.
남자 하나에 여자 셋이 나란히 앉아 있다.
무슨 책일까?
뒤태가 귀엽다.
열람실에 들어갔다가 나와도 그 모습 그대로다.
그놈들 대견하다.
몰래 가까이 가 보니
헉, 만화책이다.
저 무렵 나도 그랬지.
부모님께 들킬까 봐 장롱 밑에 숨겨두고
만화방 들락거렸다.
고개를 돌리고 배시시 웃는
소년의 얼굴에 솜털이 곱다.
아이야,
책과 함께 미래를 밝히라고 하지만
일 년에 책 한 권 안 읽고 잘 사는 어른들도 많단다.
그리고,
미래가 만화만큼 달콤한 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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