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남한산성 성곽길을 한 바퀴 돌았다. 두 주 만에 걷는 걸음이었다. 산에 오르니 바람이 찼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뿌릴 듯 잔뜩 흐렸다.
원래 대학 동기들 22차 산행일이었으나 날씨가 추워선지 둘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러다간 홀로 산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남문을 중심으로 해서 성을 일주하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성곽길은 언제라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약간은 부족한 듯한 이 정도가 내 체력에도 맞다.
걸으면서 퇴직 후의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직 현직에 있는 친구의 버킷 리스트가 재미있었다.친구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데도 많다. 퇴직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친구의 모습이 멋있었다.
오전에 산길을 걸은 뒤 따뜻한 두부전골로 몸을 녹이고 헤어졌다. 전날 과음을 했다는 친구 덕분에 술은 벗 삼지 않아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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