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5

천사의나팔꽃

동네 골목길 어느 집 마당에 천사의나팔꽃이 활짝 폈다. 얼마나 왕성하게 자랐는지 키가 2m를 훌쩍 넘는다. 천사의나팔꽃은 남아메리카 원산의 가지과 관목이다. 조건만 맞으면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꽃은 크고 무거워서 줄기에 매달려 아래를 향한다. 하늘에서 땅을 향한 모습이 천사가 부는 나팔이 연상되어 천사의나팔꽃(Angel's trumpet)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꽃에 귀를 갖다 대니 천사의 감미로운 속삭임 대신 군대 생활 3년 동안 매일 아침 들었던 트럼펫 기상나팔 소리가 울려 퍼져 쓴미소를 짓게 된다.

꽃들의향기 2023.09.30

악마의나팔꽃

이 꽃에 처음 '악마'라고 명명한 이는 누구일까. 무척 짓궂은 사람일 것 같다. 물론 '천사의나팔꽃'에 대응하여 지은 이름이긴 하겠으나, 그래도 꽃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 꽃도 인간이 붙여준 자기 이름을 들으면 억울해할 게 분명하다. 천사의나팔꽃(Angel's trumpet)이나 악마의나팔꽃(Devil's trumpet)이나 같은 독말풀속이다. 둘 다 독이 들어 있는 식물이긴 마찬가지다. 차이점은 천사의나팔꽃은 꽃이 땅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악마의나팔꽃은 꼿꼿하게 하늘을 향한다. 세가 훨씬 기운차 보여 좋다. 열대아시아 원산으로 꽃은 8, 9월에 핀다.

꽃들의향기 2023.08.30

나팔꽃(2)

나팔꽃의 보라색이 유난히 선명하다. 꽃 가운데에 강렬한 조명이 밝혀진 듯하다. 그래서 꽃 전체에서 빛이 난다. 자세히 보면 꽃 표면에 별 무늬가 있고 중심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온다. 저 빛의 유혹을 물리칠 곤충이 얼마나 될까. 나팔꽃의 진한 보라색은 내가 응원하는 여자배구 흥국생명팀의 유니폼에도 들어가 있다. 핑크와도 잘 어울리는 색깔이다.

꽃들의향기 2019.09.28

고향집 나팔꽃

고향집 울타리를 따라가며 나팔꽃이 피어 있다. 돌담을 지나고, 기와 덮개를 지나고, 버려진 슬레이트를 지난다. 소년 시절의 꽃으로 기억나는 건 화단의 붉은 채송화, 그리고 가꾸지 않아도 덩굴을 뻗으며 자라던 나팔꽃이다. 지금 이 꽃은 50년 전 그 나팔꽃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나팔꽃의 꽃말이 '덧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아침에 피었다가 낮이면 꽃잎을 닫아버리는 모양에서 사람 사이의 사랑을 연상했는지 모른다. 삶도 다르지 않다. 결국은 '덧없음'으로 귀결되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닐까. 나팔꽃에서는 힘찬 팡파르 대신 애조 서린 가락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한쪽 시력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 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 - ..

꽃들의향기 2015.09.04

나팔꽃

먼 옛날, 어느 고을에 그림을 잘 그리는 화공이 있었다. 이 화공의 부인은 빼어난 미인이었는데 이웃 마을에까지 소문이 자자했다. 욕심 많은 고을 원님은 억울한 누명을 씌워 화공 부인을 감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갖은 수단으로유혹했으나 부인은 모든 걸 뿌리치고 오직 남편을 그리며 눈물로 날을 지샜다. 부인을 빼앗긴 화공은 억울한 마음을 하소연할 길이 없어 미쳐버리고 말았다. 마침내 화공은 감옥 아래서 숨을 거두었는데 그 자리에서 한 줄기 덩굴꽃이 피어나 부인이 갇혀있는 창가에까지 다다랐다.원한에 사무쳐 죽은 화공의 넋이 꽃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나팔꽃에 숨어있는애틋한 사랑 이야기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많고, 슬픈 사연도 많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에 자신들의 억울하고 슬픈 사연을 투사해서 전설을 만들..

꽃들의향기 200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