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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와 여름휴가

방학을 맞은 손주와 전주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집 밖으로 벗어난 가족 휴가였다. 아직 조심스러워 사람으로 북적이는 데보다는 조용한 곳을 찾으려고 했다. 첫째 날은 전주로 내려가는 길에 춘장대해수욕장에 들렀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안 되서인지 넓은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춘장대는 주차장이나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인지도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 반면에 인근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머드축제로 인산인해라는 보도다. 처음에는 멈칫하다가 손주는 곧 물에 뛰어들었다. 썰물 때여서 바닷물은 자꾸 뒤로 물러났다. 둘째 날 오전에는 덕진공원으로 연꽃을 보러 갔다. 작년에는 공사 중이더니 호수 가운데의 연화정 건물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변해 있었다. 연꽃도 만개중이었다. 오후에 손주..

사진속일상 2022.07.29

일 년 만의 일박 여행

누구나가 그러하겠지만 코로나는 많은 사람의 여행길을 막았다. 당일치기 나들이는 가끔 했어도 일박 이상의 여행을 다녀온 지가 일 년이 한참 넘었다. 해외는 엄두도 못 내고 국내 여행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동해안으로 놀러 간 둘째가 합류하라고 연락이 왔다. 마침 정부에서도 가족끼리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해제한 터였다. 날씨가 나쁘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떠났다. 먼저 양양성당에 들러서 성지 참배를 하고 낙산사를 찾았다. 워낙 오랜만에 와서인지 들머리부터 낯설었다. 보타전을 중심으로 해서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해수관음상 마당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시원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낙산해수욕장은 젊었을 때 단골 장소였다. 낙산사 경내의 양지바른 언덕에서 올해 첫 매화를 보았다. 지나는 사람들 ..

사진속일상 2021.02.17

손주와 창덕궁 나들이

9개월 된 외손주를 데리고 창덕궁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한 첫 외출이었다. 어느새 유모차를 따라가는 할아버지가 되다니, 내 자식이 유모차에 앉아 있었을 때가 자꾸 생각났다. 손주는 이제 막 길려고 한다. 팔과 무릎으로 버티기는 하는데 아직 앞으로 나가지는 못한다. 아이가 크는 걸 보면 무척 빠르다. 그래도 저걸 언제 키워서 사람으로 만들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창덕궁은 전과 달리 자유 입장이었지만, 후원은 여전히 가이드 인솔하에만 관람이 가능했다. 후원을 자유롭게 다니는 특별 관람이 없어져 아쉬웠다. 우리는 애련지까지만 따라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런데 후원에서는 통제가 너무 심해 마음 놓고 의자에 앉아 쉬지도 못했다. 잘 보전이 되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창덕궁은 조선 시대..

사진속일상 2013.09.06

외손녀

첫째가 출산을 한 뒤 친정에 와서 몸조리하고 있다. 아기는 하루의 8/10은 자고, 1/10은 먹고, 1/10은 놀거나 운다. 깊은 잠에 빠진 이 녀석이 나를 한순간에 할아버지로 만들었다. 아기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 자그마하고 연약한 생명이 어디에서 어떻게 우리를 찾아왔는지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다. 또한,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내야 할 걸 생각하니 안스럽기도 하다. 네가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구나. 이 할아버지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너와 내가 만난 귀한 인연에 감사한다. 이 지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 예쁜 꿈 많이 꾸고 많이 웃자. 옆에서 천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할아버지는 무척 행복하단다. 아가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거라....

사진속일상 2012.12.24

발 등에 떨어진 불

첫째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임신 과정을 지켜보며 한국에서 아이를 갖는다는 게 무척 힘들다는 걸 느꼈다. 우선 병원의 과잉(?) 진료비에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권하는 검사를 안 받는다, 할 수도 없다. 첫째도 초음파 정밀 검사, 양수 검사, 유전자 판별 검사 등을 받느라고 2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검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외국에서는 35세가 넘는 고령 임산부가 아니면 초음파 이외의 검사는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조금만 이상이 보여도 온갖 정밀 검사를 받으라고 권한다. 두 달 전에는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이 염려된다고 해서 특별 검사를 받기도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족들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의사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질병 ..

길위의단상 2012.09.17

광한루원에서 널뛰기

하루는 남원 광한루원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장모님도 동행했다.딸과 함께 온 것은 20년도 더 되었다. 그때는 딸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닐 때였다. 첫째가다 큰만큼이나 광한루원 안의 나무도 울창해졌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첫째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이것저것 탈 것을 좋아하는 게 어린 아이일때와 똑 같았다. 그네를 타고, 널을 뛰고, 형틀에도 묶였다. 첫째 때문에 자주웃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손주 재롱이 기쁘게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데 모녀가 널을 뛰는 모습은 너무 웃겼다. 처음으로 동영상으로 남겨 보았다.

사진속일상 2011.10.05

진도 가족여행

진도로 1박2일의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올 초부터 아이들이 결혼하기 전에 함께 여행을 가길 계획했었지만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시집간 둘째는 빠지고 첫째만 동행했다. 원래는 울릉도를 생각했지만 장시간 배를 타는데 부담을 느껴서 진도로 결정했다. 진도는 멀었다. 전주에서 가는데도 꼬박 세 시간이 걸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진도대교 주변에서는 명량대첩 축제를 하고 있었다. 축제라면 교통 혼잡과 소란스러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지자체들의 축제는 대부분 그랬다. 이름에 걸맞는 내용은 없고 그저 시끄러운 장터에 불과했다. 그래서 축제장이라면 아예 피한다. 그러나 차 없는 진도대교를 걸어서 건너볼 기회는 오늘밖에 없었다. 마침 당시의 해전 상황을 재현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사진속일상 2011.10.04

자전거 / 고은

수유리 안병무네 집 마당에서 초례 마치고 한강가에서 하룻밤 자고 안성 대림동산으로 왔다 상화 남편은 얼간이 성화는 철부지 축의금 봉투를 꺼내보았다 이백만원 얼마 상화 상화 남편 둘이 지닌 것 털어 집을 샀으니 화곡동 집 팔리지 않고 억지로 집을 샀으니 이백만원 얼마 이것으로 살아야 했다 마음속 화수분이라 무어나 차고 무어나 넘쳤다 마음 밖 가난이라 전화도 없다 전화 걸려면 십분쯤 가서 고개 너머 관리사무소 전화를 빌려야 한다 민음사에서도 문익환도 전보로 급래급래를 알려왔다 이백만원 얼마는 곧 동났다 안성장에 가 빗자루 사고 삽도 호미도 샀다 개수대 그릇도 샀다 빈털터리인데 창비에서 원고료가 왔다 살았다 살았다 무턱대고 자전거 한 틀을 샀다 자전거에 상화를 태우고 상화 남편은 견마를 잡혔다 삼단 자전거 바..

시읽는기쁨 2011.09.02

첫째가 독립해 나가다

첫째가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해 나갔다. 그동안 부모와 30년을함께 살았으니 오랜 기간이었다. 이른 아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외지 생활을 하는데 서른이 되도록 엄마의 직접 보살핌을 받았다는 건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다. 이번에 불가피하게 따로 떨어져 살게 되었지만 첫째의 성숙을 위해서는 잘 된 일이다. 엄마와의 정신적 탯줄은 빨리 끊으면 끊을수록 좋다고 믿는다. 나는 14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았다. 외할머니가 수발을해주셨지만 학업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은 혼자서 해야 했다. 지금처럼 전화로 상의하고 연락할 수 있던 때가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부모님의 사랑에서 너무 일찍 헤어졌다. 내 심리 속에는 그런 경험의 부족이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늦어도 대학교을 졸업하고 나서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게..

사진속일상 2011.04.10

첫째와 함께 한 여행

아이들과 함께여행을 했던 것이 몇 년 전이었는지 가물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자주 데리고 다녔는데 크고 나니 함께 갈 일이 없어졌다. 우선 아이들이 아빠와 같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때가 대략 사춘기 때부터였다. 내 기억으로는 아이들과의 마지막 여행이 첫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제부도에 간 것이 아니었나 싶다. 8 년 전이다. 그때 바닷가 뻘을 맨발로 걷다가 조개 껍질을 밟아 모두가 발바닥에 상채기가 생겼다. 이번에 첫째가 휴가를 얻으면서부모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해서 무척 반가웠다. 특히 아내가 제일 좋아했다. 갑자기 결정된 것이라 멀리 여행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고 전주 처갓집에 머물며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도 외할머니를 찾아뵙고 싶어했다. 첫째날은 내려가다가 아산 공세리성당에 ..

사진속일상 2008.08.14

여서(女書)를 받고 / 조운

너도 밤마다 꿈에 나를 본다 하니 오고 가는 길에 만날 법도 하건마는 둘이 다 바쁜 마음에 서로 몰라보는가 바람아 부지 마라 눈보라치지 마라 어여쁜 우리 딸의 어리고 고운 꿈이 날 찾아 이 밤을 타고 이백 리를 온단다 - 조운 / 여서(女書)를 받고 어느 날 멀리 떨어져 있는 딸로부터 아버지는 편지를 받는다. 아마 그 편지에는 밤마다 아버지의 꿈만 꾼다는 딸의 애절한 사연이 젹혀 있었을 것이다. 자식의 편지를 받고 그리움과 안타까움에서러운 부정(父情)이 이 시에 잘 묘사되어 있다. 오죽했으면 딸이 찾아오는 꿈자리를 방해하지 말라고 '바람아 부지 마라'고 하며 애원을 할까. 부모와 자식 사이를 천륜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고금에 차이가 없을 것이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야더 말할 나위가..

시읽는기쁨 2007.12.26

첫째의 첫 출근

오늘은 첫째 아이가 직장에 첫 출근을 한 날이다. 지난 몇 달간 취직을 하기 위해 여러 군데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더니 한 작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구직 기간이 길지 않은 것 같지만,이름 있는 회사에 낸 원서는 대부분 서류 전형에서 탈락해서 아이 나름으로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의 적당한 선에서 만족해 준아이의 태도가 고맙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계속 청년 실업자의 대열에 서 있어야 했을 것이다. 직장을 구하는데 아빠가 힘이 되어주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도 안스럽고 안타까웠다. 그것은 내 아이가 취직을 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가지는 비인간적인 시스템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한국 ..

길위의단상 2006.02.01

둘째가 돌아오다

둘째가 1년 간의 어학 연수를 마치고 중국에서 돌아오다. 그동안 잘 지내는 것 같더니 막바지가 되어서는 더위와 배탈로 음식도 먹지 못한다며 애를 태우더니 마침내는 귀국 날자까지 앞당겨서 미리 들어오다. 다행히도 입국장을 나오는 얼굴은 밝고 건강하다. 집에서는 죽까지 끓여놓고 속 다스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밥을 달라더니 잘도 먹는다. 예상한 대로 향수병이었던가 보다. 짧은 여행중에도 귀국할 날짜가 되면 기다려 지는데 1년간이나 낯선 외국에서 생활했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아이가 무척 성숙되어 보인다. 1년 간의 외국 생활이 어학 실력만이 아니라 삶에서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다른 문화권과의 접촉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더욱 넓어지길 바란다. 이 세상에서 맺는 인연 중에 부..

사진속일상 2005.07.07

출산 장려 운동

딸이 쓴 글이 오늘자 한겨레신문 독자칼럼에 실렸다. 출산 장려 운동에 대한 의견을 신문사로 보낸 모양인데, 그저께 신문사에서 사진을 보내 달라는 연락이 와서 게재될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신문에 사진, 이름과 함께 실린 글을 보니 마음이 무척 뿌듯하고 딸이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항상 어린애 같이만 보였는데 이렇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것을 보니 이미 성인이 다 된 것 같다. 딸에게는 앞으로도 사회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넓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사회에 순응하는 잘 길들여진 사람이 아니라,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주체적 인간이 되길 부탁한다. 딸이 말한 대로 제발 이제는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는 듯한 무슨 운동이나 캠페인 좀 ..

길위의단상 2005.04.04

막내가 어학연수를 떠나다

막내가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있는데 직접 중국에서 어학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를 1년 휴학하고 출국한 것이다. 지난 겨울에 배낭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준비도 하고 수속도 다 마쳤다. 그래도 장기간의 해외 생활에 대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어찌할 수 없는지 평상시와는 다른 낌새가 느껴지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몸살도 진하게 앓았다. 나는 집안에서 아이들과 대화가 부족하다. 부족한 것이 아니라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은 많건만 서로 마음을 나누는 대화는 부녀지간이건만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아내와 아이들은 아주 가까이 잘 지낸다. 모녀지간이 아니라 마치 친구 사이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질투..

사진속일상 200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