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송 20

청와대 녹지원 반송

청와대 상춘대 앞 정원인 녹지원에 있는 반송이다. 균형 잡힌 단아한 모습이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답다. 청와대에 많은 나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빛나는 나무다. 수령은 170년 정도로 추정하고, 나무 높이는 7.4m에 이른다. 여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지내며 이 나무를 수도 없이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과연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이 반송처럼 반듯하게 정치를 했다면 나라가 얼마나 좋아졌을까,를 생각한다. 반송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24.05.11

대하리 반송(2022)

의도치 않았는데 15년 만에 다시 만난 소나무다. 문경 도로를 지나다가 우연히 안내 표지판을 보고서야 이 나무가 있는 줄 알았다. 그때보다 주변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2000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송이다. 400년 된 노목으로 내뿜는 기상이 범상치 않다. 둘로 갈라진 줄기가 우산을 편 듯 넓게 펼쳐져 있다. 펼쳐진 지름이 20m나 된다. 한 바퀴를 돌면서 봐도 흠결을 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자태다. 마을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에 영각 동제를 지내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실 만한 신령한 나무다.

천년의나무 2022.10.21

와운마을 천년송

와운(臥雲)마을은 구름도 누었다가 쉬어갈 만큼 높고 험한 지리산 깊숙이 숨어 있는 마을이다. 뱀사골 계곡을 따라 한 시간 넘게 올라가야 나온다. 공식 주소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다. 약 500년 전 임진왜란 때 난을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라고 한다. 와운마을을 내려다보는 곳에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반송 종류인데 마을 사람들은 각각 할머니 소나무와 할아버지 소나무로 부른다. 당산제를 지내는 큰 소나무가 이 할머니 소나무다. 별칭이 '지리산 천년송(千年松)'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천년송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 소나무가 있다. 단아하고 미끈한 생김새를 보면 이쪽이 여성스러운데 이름은 반대로 할아버지다. 와운마을은 마을 자체보다 천년송 때문에 유명하다. 마을 방문객들..

천년의나무 2022.07.30

삼공리 반송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반송이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영예에 어울리게 멋진 나무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 위에 있는데 아름다우면서도 우람한 풍채가 대단하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살짝 마을쪽으로 기울어져 보인다. 구천동을 상징하는 나무라서 구천송(九千松), 또는 만지송(萬指松)으로도 불린다. 이 반송의 나이는 약 200년쯤 되었고, 높이는 17m, 줄기 둘레는 5.3m다.

천년의나무 2022.06.12

호암미술관 반송

오래된 소나무는 아니지만 수형이 아주 예뻐 이곳에 올린다. 첫눈에 단아한 고려청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결한 조형미가 빼어나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봐도 똑같다. 귀족적 고상함이라고 할까, 호암미술관 분위기가 나는 반송이다. 미술관 마당에는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공작새가 한 마리 있다. 사람 모인 곳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가끔 울기도 하는데 공작새 소리는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마침 옆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반송이야말로 소나무의 공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년의나무 2013.04.25

영릉 소나무

여주에 있는 영릉(英陵)에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가 잠들어 있다. 왕릉은 어디나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영릉의 소나무는 특별히 더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느낌이다. 쭉쭉 뻗은 소나무가 팔등신의 미끈한 미인들을 보는 것 같다. 그중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게 수복방(守僕房) 앞에 있는 반송이다. 다섯 개로 갈라진 가지가 균형있게 잘 자랐다. 반송치고는 키도 상당히 크다. 수복방은 제기를 보관하거나 능을 지키는 관리인 수릉관(守陵官)이나 청소 등의 허드렛 일을 맡아보던 일종의 관노비인 수복(守僕)이 거처하던 곳이다. 영릉을 둘러싼 소나무 사이를 거닐면서 솔바람을 맞아보면 눈과 마음이 절로 시원해진다.

천년의나무 2013.04.20

석파정 소나무

서울시 부암동 인왕산 자락에는 대원군 별장이었던 석파정(石坡亭)이 있다.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金興根)의 소유였으나 집이 욕심난 대원군이 반강제로 빼앗았다. 집을 빌려 고종을 머물게 한 뒤 주인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왕이 머문 집은 신하된 도리로 들어갈 수 없는 게 당시의 관례였다고 한다. 이러니 권력을 쥐려고 그렇게도 야단을 치는가 보다. 석파정 마당에 멋지게 생긴 소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이곳에 처음 별장을 만든 사람이 심은 나무일 것이다. 수령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300년은 되어 보인다. 대원군을 비롯한 여러 선비들이 이 나무를 완상하며 그늘에서 쉬기도 했을 것이다. 새롭게 단장된 석파정에서 그나마 가장 눈길을 끄는 명품 반송이다.

천년의나무 2012.12.20

드름산 소나무

춘천 드름산에는 멋진 소나무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전망대 옆에 서있는 이 소나무가 제일이다. 나무 모양으로 봐서는 반송인데 천인절벽 바위틈에서 너무나 곱게 자랐다. 마치 어느 집 정원수를 옮겨 심은 것 같다. 이 나무는 의암호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한 마리 고고한 학처럼 서 있다. 많은 나무가 척박한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죽거나 상하거나 모양이 비틀어지는데 이 소나무는 다르다.자연 상태에서 이만큼 완벽한 균형미를 갖춘 나무도 드물 것이다. 춘천 드름산의 제일송(第一松)이다.

천년의나무 2012.02.23

보경사 반송

포항에 있는 보경사(寶鏡寺)는 주변의 소나무가 아름답다. 솔숲에 둘러싸인 절집이 아늑하고 고풍스럽다. 절 안에 들어서면가운데에 있는 반송 한 그루가 우선 눈에 든다. 단아한 모습이 절집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그러나 줄기를 보면 보통의 반송과 달리 구불구불 용트림 모양을 하고 있다. 수령이 적어도 200년은 넘어 보인다. 원래 보경사에는 800년 된 회화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해인가 태풍으로 줄기가 부러지면서 죽었다. 안내원에게 물으니 있었던 자리를 가리켜 준다. 보경사에는 오래된 탱자나무도 있지만 역시 태풍 피해를 당해 온전치 못하다. 지금으로서는 이 반송이 보경사를 대표하는 나무로 보인다.

천년의나무 2012.02.13

영산암 반송

안동 봉정사에는 영산암(靈山庵)이라는 보물 같은 암자가 있다. 영산암 마당에 있는 반송을 보러 찾아갔지만 나무보다는 영산암 자체의 아름다움에 빠져버렸다. 안내문에 보면 영산암은 19세기 말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니 100년이 좀 넘었다. 그래선지 다른 암자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6개의 건물이 ㅁ자 모양으로 배치된 폐쇄적 구조다. 마치 인사동의 어느 고택 안에 들어선 느낌도 든다. 고풍스러우면서 편안하다. 전체적으로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통일성과 조화가 느껴진다. 조경 전문가가 특별히 설계해서 지은 것 같다. 특히 3단의 계단식 지형에 맞게 건물이 참하게 들어앉았다. 좁은 마당이 우주를 품은 것처럼 넓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이곳에서 실감했다. 반송은 마당..

천년의나무 2011.06.08

청와대 반송

청와대 앞을 지날 때마다 반송(盤松)이 제일 눈에 들어온다. 정문 진입로 양편으로 20여 그루의 반송들이 도열해 있다. 뒤의 북악산, 청와대 건물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이 집의 주인은 들고날 때마다 아름다운 반송의 환영을 받는 셈이다. 반송은 소나무의 품종 중 하나로 원줄기 없이 여러 개의 줄기가 부챗살처럼 퍼져 있다. 그래서 만지송(萬枝松)이라는 별칭이 있다. 재미있는 건 반송 종자를 발아시키면 15% 정도만 반송의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유전적인 형질은 아닌가 보다. 청와대 반송은 모양도 아름답고 건강하다. 수령은50년에서 100년 사이 쯤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볼 수는 없다. 정치도 이 나무들처럼 아름답고 멋지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년의나무 2011.02.26

삼인리 장사송

고창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올라가는 길에 이 소나무가 있다. 바로 옆에는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眞興窟)이 있는데, 장사송(長沙松)이란 이름은 옛날 이곳 지명이 장사현(長沙縣)이어서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에 보고 다시 만난 장사송은 역시 그 모습이 빼어났다. 단아하고 고고한 품격이 마치 한 마리 학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이 이 나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또는 고려청자의 날렵하면서도 은은한 고전적 미라고 할까, 아무리 바라보아도 절로 찬탄이 나오는 아름다운 나무였다. 나무 앞 정자에 앉아 있으려니 지나는 사람마다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천연기념물 354 호인 장사송은 반송의 일종으로 수령은 600 년 정도로 추산한다.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소나무 중에..

천년의나무 2009.04.24

실상사 반송

지리산 실상사(實相寺)는 신라 흥덕왕 3년(828)에 증각대사가 9산선문의 하나로 창건한 고찰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국보를 비롯한 문화재들이 많다. 단일사찰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람하고 거창한 사찰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스럽겠지만 실상사는 작고 소탈한 절이다. 대웅전인 보광전도 아담할 정도로 작다. 작은 건물들이 연못이나 나무, 풀들과 잘 조화를 이루며편안한 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실상사에는 예상과 달리 크고 오래된 나무가 없었다.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난 뒤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실상사의 편안한 분위기는 작은 건물들과 함께 나무들의 영향도 있는 것이었다. 대단한 나무들보다는 유실수 같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그런..

천년의나무 2008.07.23

범어사 반송

범어사(梵魚寺)는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있는 고찰이다. 신라 문무왕 18년(678)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니 그 역사만 1300여 년이 된다. 오래 된 고찰답게 범어사에는 멋진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성보박물관 앞에 있는 이 반송은 단아한 모양새로 인하여 눈길을 끌었다. 수령은 100년도 채 안돼 보이는 어린 나무지만 약간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에서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고, 또한 날렵하면서도 고결한 품위가 느껴졌다. 아마 몇 백년 뒤에 여기를 찾는 후세 사람들에게는 명목으로 받아들여질 게 틀림 없다. 범어사에 들렀을 때 시간 여유가 없어서 다른 나무들은 주의 깊게 살피지를 못했다. 그들은 나중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그때는 하루 정도 날을 잡아 금정산 등산도 하면서 범어사를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천년의나무 2008.01.28

화산리 반송

문경시 농암면 화산리에 있는 이 반송은 국도에서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온다. 주변으로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이 나무는 산 속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군계일학이라고 할까, 다른 나무들에 비해 우뚝한 기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하늘로 뻗어올라간 기세가 힘차고 아름답다. 줄기가 여섯 개로 갈라져서 육송(六松)으로 부른다는데 지금은 네 개의 큰 줄기만 남아있다. 나무의 높이는 24m, 가슴높이의 둘레는 약 5m이다.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400년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책에는 200년으로 나와 있다. 나무의 나이는 추정치인 만큼 보는 사람에 따라서 오차가 심할 수밖에 없다. 나무와의 첫 만남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추억을 남긴다. 행복했던 추억은 삶을 따스하고 윤택하게 해준다. 이 화산..

천년의나무 2007.12.21

대하리 반송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 있는 이 반송은 높이가 6 m, 줄기 둘레가 3 m, 옆으로 퍼진 길이는 20 m에 이른다. 나이는 400여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반송과 달리 마치 처진소나무처럼 옆으로 퍼진 것이 특징이다. 나무는 줄기나 가지 모두 용트림 하듯이 구불구불해서 신비한 느낌을 더해준다. 장수 황씨의 종중 소유라는데나무 옆에는 '거송식당'이라는 큰 음식점이있다. 이 나무를 찾아가며 사람들한테 물었더니 "아, 그 거송요. 쭉 가다가 거송식당을 찾으세요. 바로 옆에 있어요." 한다. 나무 따라 식당도 유명해진 것 같다. 다행히 이 나무는 철책을 두르지 않아 가까이 가서 안아볼 수 있었다. 찬 날씨였어도 나무를 안으면 따스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속삭인다. "너와 나는 한 몸이야!"

천년의나무 2007.12.10

화서면 반송

우리나라의 명품 소나무 반열에 이 화서면 반송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분은 이 나무를 나라의 보배라고 불렀다. 그만큼 자태가 빼어난 명목이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도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한 눈이 확 떠지는 경험을 했다. 이 나무는 상현리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 언저리에 자리잡고 있다. 키는 16.5m, 줄기 둘레는 4.7m에 이르는데, 네 개의 줄기가 멋진 가지를 뻗어 아름다운 나무 형태를 만들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탑 모양으로 생겼다고 예부터 탑송(塔松)으로 불렀다고 한다. 수령은 약 500년으로 추정한다. 나무의 아름다움은 기하학적인 균형미에 있다. 이 나무 역시 우산 모양으로 경사진 각도나 전체적인 균형미가 일품이다. 훌륭한 도공이 빚어낸멋진 도자기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무 둘..

천년의나무 2007.09.05

경기상고 반송

경기상고에서 반송을 보다. 경기상고는 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학교 본관 건물 앞으로 늘어선 반송이 참 봄직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라면 대부분이 소나무를 말할 것이다. 소나무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야산에서 구불구불 자라는 소나무도 나름의 멋을 지니고 있고, 하늘을 향해 쭉 쭉 뻗은 소나무 또한 시원하고 힘찬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 중에서도 반송이 좋다. 반송의 가장 큰 특징은 주된 줄기가 따로 없고 땅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들이 뻗어 나온다. 영어 이름이 'Japanese Umbrella Pine'인데 그 이름대로 생긴 모양이 우산을 쓴 것 같이 대칭형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 붉은 색을 띤 줄기도 시원시원하다.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고 있는데 영어 이름에는 'Japanese'가 들..

천년의나무 200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