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노랑이 3

여름 가는 경안천

기세등등하던 여름의 기운이 꺾였다. 아침저녁 공기는 시원하다 못해 냉기가 서려 있다. 한낮에 햇빛을 맞으며 걸어도 크게 더운 줄을 모르겠다. 얼굴이나 목에 맺히는 작은 땀방울을 가끔씩 닦아주면 된다. 그렇더라도 아직 여름인지라 해가 중천인 경안천 길에는 사람이 드물다. 타박타박 혼자서 걷는다. 사람이 없으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되어 좋다. 아직 습관이 안 되어서 그런지 마스크를 쓰면 답답해서 자꾸 손이 가고 벗게 된다. 길에서도 사람을 만나면 넓은 길이라면 간격을 벌리고 피해 가지만, 좁은 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꺼내야 한다. 나보다도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참 잘 쓴다. 경안천처럼 사람 드문 곳에서도 꼭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야외에..

사진속일상 2021.08.21

한겨울 벌노랑이

제주도 초지에는 한겨울에도 벌노랑이가 피어 있었다. 어쩌다 핀 한두 개체가 아니라 넓은 풀밭 전체에 골고루 꽃을 피웠다. 벌노랑이는 중부 지역에서 늦봄이 되어야 피는 꽃이다. 벌노랑이 외에도 제비꽃, 개망초, 엉겅퀴 등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꽃에서 제주도의 색다른 기후를 경험한다. 이곳 벌노랑이는 키가 자라지 못한다. 방목하는 소가 자주 뜯어먹기 때문일 것이다.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는 본능이 계절에 관계없이 꽃을 피우게 하는지 모른다. 예뻐서 더욱 안쓰럽게 보인 벌노랑이였다.

꽃들의향기 2016.01.17

벌노랑이

벌노랑이는 석 장의 노란색 꽃잎으로 되어 있다. 키는 60 cm 정도로 자란다. 꽃의 모양은 무척 귀엽고 앙증맞다. 색깔은 노란색 꽃들이 보통 그렇지만 샛노랗다는 표현대로 눈을 부시게 한다. 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갓난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머금어지며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벌판의 노란 것들이라는 뜻으로 벌노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아니면 꽃의 생김새가 노란 벌을 닮아서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하늘에서 내려온 노란 별이라는 이름이 변해서 벌노랑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을 해 본다. 경복궁 서쪽 뜰에는 이 벌노랑이가 가득 피어있다. 인공적으로 파종한 것이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피어있는 이 꽃을 보러 일부러 길을 돌아 지나가곤 한다.

꽃들의향기 200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