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3

불안의 책

오랜만에 묵직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기분은 많이 가라앉았다. 색깔로 치면 회색의 우울한 감정이었다. 고독, 허무, 몽상, 냉소, 권태, 무기력, 비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이 책을 쓴 페르난두 페소아는 포르투갈 사람으로 신비에 싸인 인물이다. 1888년 리스본에서 태어났고 쓸쓸한 유년기를 보낸 뒤 번역 일을 하며 글을 썼다. 천성적으로 고독했으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많은 글을 썼지만 생전에는 거의 발표하지 않았다. 도 페소아가 사망한 지 47년 만인 1982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은 리스본에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소아르스의 고백록이라 할 수 있다. 소아르스는 곧 페소아 자신이다. 그가 살아간 공간은 사무실과 셋방과 리스본의 거리 뿐으로 좁았다. 사색하고..

읽고본느낌 2018.02.20

전쟁의 공포

새벽에 장모님에게서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왔다. "야들아, 큰일 났다. 전쟁이 났다. 빨리 테레비 틀어봐라." 아니,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가슴이 방망이질 치면서 얼른 리모콘으로 손이 갔다. 그러나 TV는 조용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조금 뒤에 사정이 밝혀졌다. 새벽의 병원 구급차 소리를 듣고 전쟁 경보 사이렌으로 착각하신 것이다. 장모님은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지난 연평도 사건 이후 전쟁이 일어날까 봐 밤잠을못 주무신다. 물론 자식들 걱정 때문이다. 전쟁 안 일어나니까 염려 마시라고 해도 너희들은 안 겪어봐서 모른다고 하신다. 6.25를 경험한 세대 중에 전쟁의 상처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망나니 북한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며 전쟁 불사까지 외치는 사람들이 적지 ..

길위의단상 2010.12.26

불안사전

현대를 읽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모든 사람들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어 작금의 우리나라 사회 현상의 원인은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직장의 불안정은 심리적 불안정을 가져오고 그것은 국민의 집단적인 공포심으로 나타난다. 믿을 수 있는 것은 돈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돈에 매달리고 현실주의자가 되어 간다. 낭만의 시대는 이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사라졌다. '지식네트'에서 '불안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말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수집하고 있다. 마치 예전의 '악마사전' 같은 신선한 발상이다. 같은 말이라도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어감은 다르다. 불안사전에서 나오는 새로운 정의들을 보면서 이 시대 의식의 한 단편을..

읽고본느낌 2007.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