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불안사전

샌. 2007. 12. 11. 10:50

현대를 읽는 키워드는 아무래도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모든 사람들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어 작금의 우리나라 사회 현상의 원인은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직장의 불안정은 심리적 불안정을 가져오고 그것은 국민의 집단적인 공포심으로 나타난다. 믿을 수 있는 것은 돈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돈에 매달리고 현실주의자가 되어 간다. 낭만의 시대는 이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사라졌다.

'지식네트'에서 '불안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말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수집하고 있다. 마치 예전의 '악마사전' 같은 신선한 발상이다. 같은 말이라도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어감은 다르다. 불안사전에서 나오는 새로운 정의들을 보면서 이 시대 의식의 한 단편을 만나본다.

근로 장학금 - 가난한 학부 및 대학원생을 이용하여 각종 학교의 행정 업무를 맡기며 건네는 쥐꼬리만 한 돈

연구학교 정책 - 학교가 미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미치지 않았다는 증명에 목숨 거는 짓

88만 원 - 1) 비정규직 한 달 월금 2) 프라다폰 1대 가격

장학금 - 공부 못하는 애들 돈을 삥뜯어서 공부 잘 하는 애들에게 몰아주는 것

결혼 - 억대 빚 잔치의 시작

스키니진 - 1) 옷이 몸에 맞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옷에 맞추어야 겨우 들어가는 기이한 바지로 20대 한국 여성들을 분노의 다이어트로 몰아가는 몹쓸 유행 2) 입고 꼬맨 바지

연애 - 한 번 쯤 마음 편히 누려 보고 싶은 최고의 사치품목 중 하나

보험 - 보험회사에서 각종 광고를 통하여 사람들의 불안을 증폭시킨 후, 얼마간의 돈을 받으며 안심을 주지만, 각종 전문적인 법학 의학 용어를 동원한 약관을 통해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착취수단

채용박람회 - 현대판 인간시장. 사람의 활동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공리에 의해 운영됨.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는 사람보다 팔리는 사람이 더 적극적이라는 것

투잡 - 일을 할 수록 가난해지는 사회에 나타나는 대표적 징후

비겁함 - 자신이나 세상에 화를 내야 할 상황에 화를 안으로 삼켜버리고 우울함만 남는 것. 혹은 우울함 마저도 잊고 사는 것

세금 - 십시일반 민중의 돈을 걷어 대부분은 기업의 사업을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것

자격증 - 공무원 가산점을 위한 자격증서

사채 - 가난한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늘려주는 빚. 자칫하면 사채로 인해 사체가 될 수 있음

동창회 - 1) 학교 동기동창들이 모여 자기 자랑하는 모임 2)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렸는데도 "너는 학교 다닐 때 그대로야" 라고 서로를 거짓말로 추켜주는 모임 3) 나 말고 다 정규직인 것 처럼 느껴지는 모임

불안의 무게 - [내 몸무게 - 45 kg]

다이어트 - 필요 이상의 것을 덜어내고 영혼을 축내는 행동

남자 친구 - 끊임없이 주위로부터 검증을 요구 받는 존재

광고 - 시각과 청각에 가해지는 폭력

공무원 - 가장 따분해 보이는데 가장 인기가 높은 직업

여행 - 남들 다 가니까 나도 한 번 가야 하는 것

봉사활동 - 봉사의 개념 자체를 흐리게 만드는 못되고 못된 제도

자유 - 억압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언제라도 억압에 저항할 수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

정규직 - 잠재적 비정규직

담배 - 1) 강자에 대한 약자의 말없는 저항 2) 건강이라는 이름하에 공공연히 자행되는 폭력의 희생물

가족 - 불안을 감추기 위해 숨어드는 아지트, 때로는 불안의 원천지

종교의 자유 - 남에게 종교를 강요할 자유가 아닌 남의 종교로부터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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