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현대인을 위한 신 십계명

샌. 2007. 11. 22. 09:32

올해 인문서적 중 가장 인기를 끈 책이 리처드 도킨슨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다. 6만 부가 넘게 나갔으니까 인문학 서적으로서는 상당히 많이 판매된 셈이다. 이런 결과에는 아프카니스탄에서 인질 사태가 생기고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했던 시기와 겹쳐서 상승효과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도킨슨의 견해는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강력하며 반종교적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과 증거만을 믿고 따르는 자연과학자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위니즘의 근본주의자 같은 그의 종교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책 표제에 적혀있는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라는 말이 책의 내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책 내용 중에 십계명이 당시의 시대 상황의 반영이었음을 말하면서 현대에 맞는 십계명을 소개한 것이 있다. 도덕이나 종교의 근본은 시공을 떠나 보편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은시대 정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신에 대한 문구가 전혀 없는 이것은 무신론자의 십계명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1. 남들이 당신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

1, 매사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라.

1. 당신의 동료 인간들, 동료 생물들, 나아가 세계 전체를 사랑과 정직과 성실과 존경으로 대하라.

1. 악을 못 본 척하지 말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주저하지 말라. 그러나 잘못된 행위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심으로 후회한다면 언제라도 용서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

1. 기쁨과 경이로움을 느끼며 살아라.

1.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라.

1. 모든 것을 사랑하라. 늘 자신의 생각을 사실에 비추어 점검하고, 설령 소중히 믿는 것이라고 해도 사실에 부합되지 않으면 폐기할 태세를 갖추어라.

1. 검열을 하지도, 이의를 막으려 하지도 말라.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의견을 낼 권리를 늘 존중하라.

1. 자신의 이성과 경험을 토대로 독자적인 견해를 수립하라. 남들에게 맹목적으로 끌려다니지 말라.

1. 모든 것에 의문을 품어라.

특히 첫 번째 계명은 황금률로 부르는 것으로, 예수님이나 공자님도 거의 같은 표현을 했다. 도킨슨도 지적했지만 종교를 가진 사람이 더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신앙과 행위의 일치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자신의 행위와 생활로 실천되지 않는 신앙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에는 회의가 든다. 신앙인들의 이런 불일치야말로 반종교적인 바람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도덕, 윤리가 종교의 알짬은 아니라는 변명이 이젠 더 이상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십계명은 신앙을 갖고 있던 아니던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경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판적이고 자기 주체적인 사고를 길러야 할 청소년들에게 주고 싶은 충고이기도 하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스  (0) 2007.12.04
라비앙 로즈  (0) 2007.11.25
보살예수(3)  (0) 2007.11.03
보살예수(2)  (0) 2007.10.25
보살예수(1)  (0) 2007.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