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라비앙 로즈

샌. 2007. 11. 25. 08:51

최근에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을 보았다. 하나는 ‘카핑 베토벤[Copying Beethoven]’이었고, 다른 하나는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이었다.


‘카핑 베토벤’은 친구가 워낙 강력히 추천하여 보게 되었는데 기대가 컸던 탓이었는지 실망을 했고, 우연히 보게 된 ‘라비앙 로즈’에서는 의외의 감동을 받았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으니 구체적으로 영화를 평가할 자격이 없지만, 앞의 영화는 인간의 내면 묘사나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비하여 ‘라비앙 로즈’는 한 인간에 대한 감동과 함께 탄탄한 짜임새가 있어 좋았다.


사실 에디트 삐아프라는 가수도 그녀의 노래에 대해서도 무지한 가운데서 영화를 보았는데, 파란만장한 그녀의 일생은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녀의 감미로운 노래를 여러 곡 들을 수 있었다는 것도 무척 좋았다. ‘후회하지 않아요’라는 노래를 열창하는 것을 끝으로 영화는 갑자기 막을 내리는데 한참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도록 가슴이 찡하게 울려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에디트 삐아프였지만 정식 데뷔 무대의 두려움을 이기고 나가서 열창하는 장면은 무성으로 처리되어 더 감동적이었다. 가수와 관객들의 표정과 동작만 클로즈업하며 첫 무대의 긴장과 성공을 소리 없이 전해 주었다. 소리의 예술인 음악이 소리 없이도 묘사될 수 있음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화려한 무대에 선다고 해서 삶의 이면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예술가들은 도리어 더 진폭이 큰 인생을 산다. 보통 ‘끼’라고 표현하는 내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디트 삐아프의 삶도 그러했던 것처럼 보인다. '작은 참새‘라는 뜻을 지닌 에디트 삐아프의 일생은 이름과는 달리 파란만장 했다. 유명가수로 사랑받는 모습과 함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외로운 노년의 모습은 인간의 삶에 대해서 연민과 애틋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빛나게 한 것은 에디트 삐아프 역을 맡은 마리안 코티아르라는 배우의 연기력이다. 주인공의 절망, 환희, 고통, 외로움의 감정을 탁월하게 연기해서 감동을 더해 주었다.


바닷가에서 뜨개질하는 노년의 삐아프에게 기자가 질문을 한다.


“노래를 못하시게 되면요?”

“더 이상 살 수 없겠지.”

“죽음이 두려우세요?”

“외로움보다는 덜 무서워.”

“기도를 하세요?”

“그럼, 난 사랑을 믿거든.”

“일을 하시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요?”

“매번 무대 커튼이 올라갈 때.”

“여성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시겠어요?”

“사랑”

“젊은 여성들에게는요?”

“사랑”

“어린이들에게는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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