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10

강원도 가을 여행(3) - 십이선녀탕, 박인환문학관

여행 셋째 날, 따뜻한 아침 식사를 지어먹고 느지막이 출발했다. 돌아올 때는 인제를 지나는 국도를 타기로 했다. 미시령터널을 지나니 금방 설악산 십이선녀탕 입구에 도착했다.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었으므로 계곡 초입부를 한 시간여 여유롭게 산책했다. 입구에는 단체로 온 관광객으로 붐볐으나 계곡에 드니 한산해졌다. 수수한 갈색 계열의 계곡 단풍이 예뻤다. 바위에 앉아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쉬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가 볼까 했으나 날이 흐려져서 포기했다. 일기 앱에는 비 예보가 떴다. 대신 시간 여유가 생겼고, 인제읍에 있는 박인환문학관을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문학관 1층에는 시인과 관련된 옛날 거리를 재현해 놓아 특이하면서 흥미로웠다. 시인은 해방 후 20세 때 종로 3가에 '마리서사(茉莉書舍)..

사진속일상 2023.10.29

강원도 가을 여행(2) - 성인대, 중앙시장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밖에 나오면 잠을 설친다. 익숙한 잠자리가 아닌 탓이다. 특히 베개가 문제다. 다음부터는 내 베개를 갖고 다녀야 할지 고민을 해 봐야겠다. 젊었을 때는 아무 데서나 단숨에 잠들었는데 늙어서는 잠이 까다로워졌다. 외부 잠자리의 불편은 여행을 다니는 것이 귀찮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일찍 잠을 깨서 빈둥거리다가 바깥 산책에 나섰다. 마침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숙소에서는 설악산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였다. 여행 둘째 날은 울산바위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성인대에 오르는 날이다. 이쪽은 외설악이나 내설악만큼 단풍이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다. 성인대(聖人臺, 645m)는 화암사(禾巖寺)에서 오른다. 절 안내문에는 '금강산 화암사'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산줄기는 금강산에 속하는가 보..

사진속일상 2023.10.28

베틀바위와 울산바위

어쩌다 베틀바위를 가게 되었다. 자리 하나가 있다길래 좋은 기회라 여겨 꼽사리를 끼게 된 것이다. 베틀바위와 울산바위를 보러 가는 1박2일의 일정인데, 두 곳 다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선뜻 승낙했다. 둘째가 동해에 살 때 두타산은 여러 차례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베틀바위 코스는 그때보다 한참 뒤인 작년에 개방이 되었다. 워낙 유명세를 타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한 번쯤 다녀왔을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게 아니라 베틀바위는 충분히 이름값을 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도 멀리 제주도에서 단체로 온 탐방객이 있었다. 두타산 550m에 위치한 베틀바위를 중심으로 다섯 구간의 산성길이 있다. 우리는 오후에 도착한 관계로 전체 구간을 돌지는 못하고 A, B, E 구간을 거쳐 D구간 계곡길..

사진속일상 2021.11.14

40년 기념 속초 여행

4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묵직하다. 그때는 이만큼 오래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너무 아득해서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나고 보면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다. 꿈을 꾸면서 문득 꿈임을 알아채게 되는, 인생의 매듭을 통과할 때마다 드는 씁쓸함이다. 결혼 40주년을 맞아 아내와 속초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저녁은 대포항 어시장에서 회(방어, 광어, 오징어)를 포장해 와서 숙소에서 오붓이 즐겼다. 푹 끓인 매운탕이 특별히 맛있었다. 예식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갔는데 황망 중에 주민등록증을 챙겨 오지 않아서 신혼여행이 펑크 나는 줄 알고 무척 당황했었다. 안절부절못하다가 공항에 파견 나온 중앙정보부 사무실에 가서 확인서를 발급받고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때 직원이 신혼부부라 특..

사진속일상 2021.09.11

주전골 단풍

올해 설악산 단풍 감상은 십이선녀탕으로 잡았다. 너무 느긋하게 집에서 출발해서 가는 도중에 점심까지 먹고 십이선녀탕 입구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었다. 아뿔싸, 12시까지만 입장이 된다며 들어가는 걸 막는다. 헛걸음이 되었다. 한두 시간만 단풍 구경을 하고 나오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긴 시간 등산하는 사람이야 조난 위험 때문에 늦은 시간 입장을 통제할 수 있다지만 잠깐의 단풍 구경도 막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투덜대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대신 한계령을 넘어 주전골로 향했다. 3년 전에 찾았던 곳이다. 만경대를 개방하면서 구경하러 갔는데 만경대 입구에 긴 줄이 서 있어 주전골만 보고 되돌아왔었다. 개방 첫해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사람이 워낙 몰리니 지금은 만경대에 가기 위해서..

사진속일상 2019.10.22

수렴동계곡 단풍

11월 15일 현재 내설악 단풍은 수렴동대피소와 영시암까지 내려왔다. 백담사 부근은 이번 주말이 되어야 만산홍엽이 될 것 같다. 단풍 구경하러 아내와 수렴동계곡에 다녀왔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주로 걸어 왕복했는데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한 길에다 버스마저 자주 다녀 걷기에는 불편하다. 수월하게 오가는 대신 아까운 계곡 하나를 잃은 느낌이다. 백담사 앞 계곡의 돌탑은 자연에 펼쳐진 만다라 그림 같다. 본격적인 산길 걷기다. 설악산 산길 중에서 이곳 수렴동계곡 길이 걷기에 제일 평탄하지 않나 싶다. 수렴동대피소까지 두 시간여 동안 거의 이런 길이 계속된다. 또한 북적대지 않아서 좋다. 수렴동계곡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작년에 간 천불동계곡과 비교하면 빼어난..

사진속일상 2018.10.16

천불동과 선재길 단풍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동쪽으로 떠났다. 1박2일로 잡았고, 설악산 천불동 계곡 외에 다른 곳은 미정이었다. 둘째 날 영동 지방은 비 예보가 있어 날씨에 따라 갈 장소가 변할 수 있었다. 첫째 날은 천불동으로 가기 위해 아침 여섯 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내린천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바로 설악동으로 들어갔다. 세 시간이 걸렸다. 새 길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데 20여 분 대기해야 했다. 주차료 5천 원에 신흥사 입장료 7천 원(2인)이었다. 길은 복잡했지만 주차 안내는 친절하고 정확해서 혼잡은 없었다. 신흥사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가는 초입은 넓은 길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숲의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신흥사..

사진속일상 2017.10.19

강원도(1) - 주전골

오색 만경대가 1968년에 폐쇄된 이후 48년 만인 10월 1일부터 한시적으로 개방되었다. 주전골을 따라 올라가 만경대를 통해 내려오는 약 5km의 순환 코스다. 사람이 몰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평일에 단풍철을 피했으니 설마 들어가지 못하랴 싶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주차 전쟁으로 시작해서 기차놀이 하듯 줄지어 올라갔다가 인파에 밀려 결국 만경대 입구에서 되돌아왔다. 입장하는 데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름 난 데는 가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덕분에 설악산 주전골에 다녀왔다. 오래 전 아내와 점봉산에 오를 때 주전골을 통과한 이후로 27년 만이다. 너무 예전 일이라 기억에는 별로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러나 성국사에서 스님이 휘파람을 부니 산새가 날아와서 손바닥에 앉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

사진속일상 2016.10.15

설악동 소나무

외설악의 설악산탐방안내소 앞 삼거리에 있다. 천연기념물 351호로 지정되어 있는 명품 소나무다. 높이 17m, 줄기 둘레 4.1m로 훤칠하게 잘 생겼다. 그러나 하체에 비해서는 상체가 빈약하다. 원래는 큰 줄기가 3개 있었으나, 2개는 죽었고 가운데 줄기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부러진 줄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나이는 500살 정도로 추정된다. 설악동 마을의 서낭당 나무였으나 관광지구로 개발되면서 마을은 사라지고 나무만 덩그마니 남았다. 소나무 앞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놓아 만들어진 큰 돌무더기가 있었다는데 도로가 생기면서 사라졌다. 옛 모습은 잃었으나 나무는 보호를 받으며 잘 자라고 있다. 설악동을 상징하는 대표 소나무다.

천년의나무 2012.09.14

선자령과 권금성

궂은 날씨 가운데에서 맑은 초가을 하늘이 열렸다. 강원도의 산과 바다로 훌쩍 길을 떠났다. 아내와 동행했다. 먼저 대관령에서 선자령을 오가는 산길을 걸었다. 갈 때는 능선길을, 돌아올 때는 계곡길을 따랐다. 능선길은 전망이 시원했고, 계곡길에서는 많은 꽃을 만났다. 왕복 9km 정도 되는 길을 걷는데 4시간이 걸렸다.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매력 있는 길이었다. 선자령은 눈꽃산행을 많이 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계절에 찾아가더라도 특색 있는 풍경을 볼 것 같다. 속초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설악산 권금성에 올랐다. 처음으로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로 논란이 많은데 무조건 반대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유럽 알프스처럼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시설..

사진속일상 2012.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