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1

간절함이 통(通)하다

코로나 때문에 개최할 수 있느니 마느니 하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어 열리고 있다.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고, 시상식 때 메달도 본인이 직접 목에 거는, 코로나 시대의 특이한 올림픽이다. 손주가 찾아온 그저께 저녁에는 구기 종목인 축구와 야구, 여자 배구가 같은 시간대에 경기가 벌어졌다. 나는 축구와 야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처음부터 여자 배구만 봤다. 특히 여자 배구는 한일전이라 더 흥미로웠다. 참가 16개국 중 객관적 실력으로 우리나라는 하위권이다. 세계 랭킹이 우리나라가 14위, 일본이 5위다. 승리할 가능성이 낮으니 지상파 TV에서 중계를 안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일전은 드러난 실력만으로 판가름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4세트까지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마지막 5세트에 들..

길위의단상 2021.08.02

프로레슬링은 쑈다 / 유하

박통 시절, 박통터지게 재미있었던 프로레슬링 김일의 미사일 박치기에 온국민이 들이받쳐서 박통터지게 티브이 앞에 몰려들던 프로레슬링 흡혈귀 브라쉬 인간산맥 압둘라 부처 전화번호부 찢기가 전매특허인 에이껭 하루까 필살의 십육문 킥 자이안트 바바 빽드롭의 명수 안토니오 이노끼 그 세계적인 레슬러들을 로프 반동 튕겨져 나오는 걸 박치기! 당수! 또는 코브라 트위스트, 혼줄을 내주던 김일 천규덕의 극동 태그매치 조 저녁 여덟시면 나를 어김없이 만화가게에 붙잡아 놓던 그 흥미진진한 프로레슬링이 어느 순간 시들해진 건 무슨 이유일까 왜 모두들 외면했던 것일까 프로레슬링 유혈 낭자극을 유난히 좋아했던 박통이 죽어서? 김일 같은 스타 레슬러가 안 나와서? 항간에 떠도는 루머 중 가장 유력한 설은 국내파 레슬러 장영철이 ..

시읽는기쁨 2020.06.04

축구와 국민성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프로리그가 있다는 정도만 알 뿐, 무슨 팀이 있는지는 모른다. 축구 중계를 보는 일도 없다. 몸을 부딪치며 하는 경기는 대체로 싫다. 동료들이 축구를 하면 나는 벤치에서 구경하거나 주전자를 들고 다니는 역할만 맡았다. 직접 축구를 한 기억은 두 번이다. 대학생일 때 MT에 가서 어쩔 수 없이 운동장에 나간 적이 있다. 강촌에 있는 한 초등학교였는데 후반에 교체 멤버로 들어가서 10분 정도 뛰었다. 전원이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때 날아오는 공을 헤딩하다가 죽는 줄 알았다. 머리가 띵 해서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축구 선수들이 어떻게 헤딩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지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저러다가 머리를 다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직장 생활을 할..

길위의단상 2019.02.02

고수는 다르다

정현 선수가 대활약했던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가 끝났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준결승까지 올라 페더러와 대결했다. 비록 졌지만 4강에 올라간 것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번 호주에서는 테니스 중계를 기다리며 행복했다. 정현 선수 때문에 오랜만에 페더러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결승전에서는 칠리치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오래 전 테니스를 할 때 동료가 백핸드를 배우라며 페더러의 경기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준 적이 있었다. 그때 페더러의 폼이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감탄사가 연발로 나왔다.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두 손으로 백핸드를 치는데 페더러는 한 손으로 친다. 한 손으로 치면 힘은 약할지 몰라도 빠르고 정교하다는 장점이 있다. 페더러의 테니스는 부드럽고 우아하다. 힘을 별로 들이지 않..

길위의단상 2018.02.03

힘내라 정현

조금 전에 정현 선수가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조코비치를 3: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두 번이나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어서 가슴 졸이며 봤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8강까지 간 것은 정현이 처음이다. 테니스는 동양인이 힘을 못 쓰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타고난 체격이 경기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들어간 동양인 선수는 몇 명 되지 않는다. 동양계로 제일 유명한 선수는 1990년대에 활약한 마이클 창이라는 미국 선수다. 창은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키와 근력에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열세다. 테니스는 서브가 중요한데 스피드와 파워에서 차이가 나니 이미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다. 100m 달리기로 비유하면 서양인은 10m 앞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다. 정현이..

길위의단상 2018.01.22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

리우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전에 비해서 올림픽 열기가 덜한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도 성숙해 가고 있다는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이젠 메달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올림픽이 오염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무대는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최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할지라도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경기가 끝난 뒤 우리나라 어느 선수가 한 말이 기억난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잖아요. 그래서 저도 함께 즐기려고 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은 아름답다. 너무 금메달에 집착하면 추해 보인다. 차라리 아름다운 패배가 더 멋지다. 이번 리우올림픽 성화 ..

길위의단상 2016.08.20

피겨 퀸 김연아

8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새해를 맞아 동료들과 직장 상사의 집에 세배를 간 적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상사는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여자 피겨 연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동계 올림픽 중계였다. 나오는 선수들은 모두 미끈한 몸매의 서양인이었다. 그걸 보며 우리는 동양인이 과연 저 무대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해 설왕설래했었다. 더구나 한국인이 세계 피겨 무대에 설 수 있을 때는 언제쯤 될 건지에 대해서도 말을 나누었다. 아마 대부분의 예상이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다시 우승했다. 총점 218.31로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2위와는 무려 20점 넘는 차이가 났다.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연기였다. 실수나 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봤는데 다른 선..

길위의단상 2013.03.17

올림픽 단상

런던 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 중계를 보다 보면 외국 선수의 직업이 소개될 때가 있다. 유럽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교사, 소방관, 검찰관 등 다양하다. 우리는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촌하고 몇 년간 운동에만 전념하며 전문 훈련을 받는다. 외국 사정을 잘 모르지만 우리만큼 특별 훈련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직업이 있다는 것은 근무시간 외에 파트타임으로 틈틈이 훈련하는 것은 아닐까?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차이다. 우리나라가 메달을 많이 따고 스포츠 강국이 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외화내빈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 전체가 운동을 즐기기보다는 소수정예주의로 성적을 낸다. 외국에는 운동 종목별로 많은 클럽이 있고, 거기에 등록된 선수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그만큼 운동..

길위의단상 2012.08.14

직장 탁구대회

어제는 탁구를 좋아하는 직장 동료 10 명이 서대문에 있는 탁구장을 빌려 대회를 열었다. 복식으로 다섯 팀을 만들고 풀리그로 시합을 했는데, 나는 P와 파트너가 되어 4전 전승으로 우승을 했다. 친목이었지만 시합은 시합인지라 역시 이기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상품으로 배낭도 받고, 즐거운 뒤풀이 자리도 가졌다. 예전에는 축구나 배구, 야구같은 구기운동도 가끔 했었지만 지금은 여교사가 많아지면서 시합을 위한 인원을 채우기가 어려워졌다. 축구동호회가 유지되고 있는 학교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젠 탁구나 테니스 같은 적은 숫자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주로 한다. 그리고 인터넷이 들어오면서 직장 안의 바둑판도 사라졌고 바둑대회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대부분이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시..

사진속일상 2008.10.11

일본 야구의 재미

얼마 전에 케이블 방송이 들어와서 요사이 저녁 시간이면 일본 야구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승엽 선수가 출전하는 요미우리의 경기를 중계해 주는 채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구기종목 중에서 야구를 제일 좋아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바람이 불고 있지만 나는 축구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4 년 전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했을 때도 제대로 본 게임이 하나도 없었다. 동대문 야구장에서 열렸던 고교 야구부터 잠실 야구장의 프로 야구까지 야구장은 자주 찾았지만 아직 축구장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잠실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던져주는 사인볼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MBC 청룡의 팬이었다. TV를 통해 일본 야구를 보니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비슷한 동양적 스타일이겠지만 우..

사진속일상 2006.06.02

테니스 대회

직장 테니스 대회가 열리다. 20명이 A, B조로 나누어 복식 시합을 하다. 그런데 파트너를 잘 만나서 B조에서 우승을 하다. 20대때 테니스를 시작했으니 경력은 오래되었으나 중간에 공백이 많아 지금도 시작할 때 실력 그대로다. 더구나 금년 들어서는 라켓을 잡는 것이 두 번째이다. 운동을 즐길 여유가 그만큼 없었다. 그러나 맑은 가을 하늘 아래서 동료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다. 웃음 소리, 고함 소리에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린다. 끝나고 저녁 식사자리에서 소주 맛이 너무 좋아 여러 잔을 마시다. 몸은 뻐근하지만 고였던 찌꺼기가 빠져나간 듯 몸도 정신도 개운하다. 바쁘더라도 운동을 즐길 여유를 되찾아야겠다.

사진속일상 200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