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사랑은 흘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외도(外道)도 즐기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 나무여, 은행나무여. 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돌아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 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아, 지금은 가을이다. 그래, 네 눈물이다. - 열애 / 이수익 암수가 딴그루인 나무들이 많이 있지만 시인들이 유독 은행나무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시인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에 노란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워두었다가 편지를 쓸 때면 함께 보내곤 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