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익 2

열애 / 이수익

때로 사랑은 흘낏 곁눈질도 하고 싶지. 남몰래 외도(外道)도 즐기고 싶지. 어찌 그리 평생 붙박이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나. 마주 서 있음만으로도 그윽이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저리 마음 들뜨고 온몸 달아올라 절로 열매 맺는 나무여, 나무여, 은행나무여. 가을부터 내년 봄 올 때까지 추운 겨울 내내 서로 눈 감고 돌아서 있을 동안 보고픈 마음일랑 어찌 하느냐고 네 노란 연애편지 같은 잎사귀들만 마구 뿌려대는 아, 지금은 가을이다. 그래, 네 눈물이다. - 열애 / 이수익 암수가 딴그루인 나무들이 많이 있지만 시인들이 유독 은행나무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시인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다. 학창 시절에 노란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워두었다가 편지를 쓸 때면 함께 보내곤 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시읽는기쁨 2009.10.31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집 불 밝은 窓門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暗號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罪의 달디단 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아무리 시인일지라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속마음을 드러내도 되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 눈치도 있을 텐데, 더구나 시인의 부인이 이 시를 본다면 기분이 어떨지 헤아리기나 했는지. 그러나 한 편으로는 시..

시읽는기쁨 2009.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