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제아무리 많이 불어도 애기는 꼭 밖에 나가 노올지. "감기 들라, 가지 마라." 할머니가 붙들면 고개를 잘래잘래 도리질하며 "아냐, 아냐 감기 없쪄." 문 열고 내다보면 바람맞이 밭길에 아, 우리 애기는 뛰어다니네. 떼지어 몰려가는 겨울바람 속으로 저기 우리 애기는 뛰어다니네. - 애기와 바람 / 이원수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손주를 맞아 집으로 돌아올 때 할머니와 손주는 자주 실랑이한다. 놀이터 옆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그네 타고 놀래." "안 돼. 추워서 감기 걸리면 큰일 나." "난 안 춥단 말이야." 손주가 떼를 쓰면 할머니가 질 수밖에 없다. 따스한 날은 미세먼지 때문에 할머니는 또 걱정이다. 우리가 자랄 때는 공기 걱정, 날씨 걱정이 어디 있었는가. 고삐 풀린 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