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11

한양도성길 걷기(2)

용두회에서 두 번째 한양도성길 걷기다. 전체 18km를 우리 수준에 맞게 세 구간으로 나누어 걷는다. 이번에는 숭례문부터 창의문까지 인왕산을 지나는 길이다. 도성을 따라 4대문이 있다. 4대문의 본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발견했다. 우리 역사에 너무 무지한 게 부끄러웠다. 동 - 흥인지문(興仁之門), 서 - 돈의문(敦義門), 남 - 숭례문(崇禮門), 북 - 숙정문(肅靖門)이다. 이중에 현재 소실된 상태로 볼 수 없는 것이 돈의문이다. 일제 때 전차길을 내면서 해체했다고 한다. 이번에 걸으면서 보니 '돈의문 터'라는 안내와 함께 가림막이 설치된 걸 보니 다시 복원하려는 것 같다. 11시 가까이 되어 남대문에서 출발했다.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색다른 덕수궁 주변을 지났다. 도심..

사진속일상 2017.05.12

인왕산 자락길

늙으면 새벽잠이 없어진다는데 나는 반대다. 아침 일고여덟 시가 되어야 겨우 일어난다. 삼삼회에서 인왕산에 오르기로 하고 10시에 경복궁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약속을 못 지켰다. 근래 벌써 두 번째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해서 정상으로 따라가지는 못하고 대신 손쉬운 인왕산 자락길을 걸었다. 인왕산 남쪽 자락을 따라 3.2km의 길이 숲 속으로 꼬불꼬불 나 있다. 가볍게 걷기에 적당한 길이다. 산에 올랐던 일행과 끝 지점인 창의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시작점은 사직단이다. 단군성전 옆 길에는 어천절(御天節)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어천절이란 이름이 생소한데 단군이 승천한 걸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자락길은 사직단 - 단군성전 - 황학정 - 택견수련터 - 수성동계곡 - 버드나무약수터 ..

사진속일상 2016.03.03

안산과 인왕산을 넘다

희뿌연 가을이다. 서대문 냉천동에서 안산에 들었다. 작년에 가끔 찾아와 아픈 가슴을 달랬던 그 길이다. 일 년이 지났다. 상처는 아무는 듯 하다가 다시 저려온다. 생각만 하면. 전화 벨이 울렸다. 베낭에서 꺼내다가 끊어졌다. 고종사촌 이름이 떠 있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계속 통화중이었다. 병환 중인 고모부 얼굴이 떠올라 산길이 시무룩했다. 너는 왜 이 땅에 와서 이렇게 천대 받고 있는 거니? 생긴 대로 살아가는 서양등골나물은 그저 억울할 뿐이다. 안산 정상을 지난 후 무악재역으로 내려왔다. 배가 고파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었다. 육교를 건너 홍제동에서 인왕산으로 방향을 돌렸다. 달동네 골목길을 헤매다가 겨우 입구를 찾았다. 기차놀이 하지 않을래요? 기차바위에서는 낯선 사람에게도 그렇게 말을 붙이고..

사진속일상 2015.10.08

스모그에 갇힌 서울

한반도가 엿새째 미세먼지에 갇혔다. 여기에 스모그까지 더해져 서울의 공기는 최악이었다. 그래도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으로 떨어진다길래 배낭을 멨는데 별로 잘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나마 산에서는 덜 했는데 도심으로 내려오니 목이 칼칼하고 눈이 따끔거리는 게 도저히 사람이 숨 쉴 공기가 아니었다. 참말로 어리석은 인간이 아닌가. 생명의 기본인 물과 공기를 더럽혀 놓고는 행복과 웰빙을 찾느라 난리니 말이다. 공기 청정기를 틀어놓아야 안심이 되는 게 현실이 되었다. 물을 사 마시듯이 공기마저 사서 들고 다니며 호흡해야 할 시대가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착잡한 심정으로 아내와 독립문에서 출발하여 인왕산을 넘어 창의문까지 걸었다. 서울을 뜬지 처음으로 다시 찾은 인왕산이었다. 인왕산은 338m지만 독립문 쪽..

사진속일상 2014.03.01

인왕산을 넘어 마포까지 걷다

점심 반주로 소주 한 병을 비우고 효자동에서부터 걷기에 나섰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답답하고 심란하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 이러한 때 알코올의 위안마저 없다면 사람들의 속병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불황에 모든 매출이 떨어지는데 소주 소비만은 늘어난다고 한다. 창의문을 지나 인왕산으로 접어들었다. 역사는 승자의 환희와 함께 패자의 한숨과 눈물과 고난으로 얼룩져 있다. 경복궁에 인접한 이곳 인왕산 자락에는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인간의 애환들로 가득할 것이다. 주택 사이로 난 골목길을 조금 들어가면 현진건 집터가 나오는데한쪽 구석에 무계동(武溪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바위가 있다. 이곳에서 안평대군이 무계정사(武溪精舍)를 짓고 뜻 맞는 사람들과 글을 읽고 활을 쏘며 심신을 단련했다고 한다. 뒤..

사진속일상 2008.12.17

인왕산을 넘다

사무실에서만 갇혀 지내기에는 화창한 봄 날씨가 아깝지 않은가. 눈을 들면 창 밖으로 보이는 봄의 인왕산이 나를 부르는 것만 같다. 이곳은 진경산수화의 개척자인 겸재 정선(鄭敾)의 생가터가 있던 곳이다. 얼마 전에는 사무실 앞 화단에 그 터를 가리키는 표석이 설치되었다. 겸재가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그린 장소가 이곳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산행의 들머리를 옥인아파트로 잡았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20 분 정도면 이르는 곳이다. 옥인아파트는 지은지 40 년 가까이 되는 서울에서도 아주 오래된 아파트다. 인왕산의 경관을 해친다고 철거한 뒤에 공원을 만들 계획으로 서울시에서는 현재 주민들과 보상 협상중이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벽에는 보상에 불만을 가진 주민들이격문을걸어놓았다. 둘 사이에 언젠가는 타협..

사진속일상 2008.05.16

인왕산과 안산 주변의 문화 답사

날 좋은 토요일 오후, 동료들과 인왕산과 안산을 등산하며 그주변의 문화 유적지를 둘러보는 답사길에 나섰다. 참가 인원은 13명, 근래에 드물게 많이 모였다. 이번에는 무속 방면에서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S선생님이 안내를 했다. 직장에서 인왕산 입구인 자하문 고개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다. 자하문 고개에서 인왕산에 오르는 골목길에 들어서면 바로 현진건 집터가 나온다. 현진건(1900-1943)은 근대문학 초기 단편소설의 양식을 개척하고 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소설가이다. 그분의 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친일문학에 가담하지 않은 채 빈곤한 삶을 살았고, 동아일보 기자였을 당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에 관계되어 옥고를 치른 사실 등 올곧은 삶을 사셨다는 것을 ..

사진속일상 2007.11.04

인왕산에 오르다

어제는 가을 하늘이 높고 파란게 너무 좋았다. 동료 셋이서 오늘 오후에 짬을 내어 뒷산을 오르기로 약속했는데 오늘은 구름이 온 하늘을 덮었다. 청명한 하늘 구경은 못했지만 대신에 산길을 걷기에는 적당한 날씨였다. 일터에서 약 10여분을 걸어가면 인왕산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인왕산은 그동안 쭉 폐쇄되어 있다가 문민정부 들어서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별로 높지는 않지만 사방으로 서울을조망하는데는 가장 좋은 산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산의 등산로를 따라 철조망과 초소가 있고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지만 그걸 무시한다면 가벼운 산책으로 나서기에는 알맞은 산이다. 다만 시멘트로 만든 계단이 많아서 걷기에는 불편하다. 개인적으로는 산에 오른 것이 참 오랜만이다. 작년 가을에 북한산을 찾은 후로는 처음이니 꼭 1년..

사진속일상 2004.09.03

비 개인 인왕산

며칠간 비가 계속 내리더니 오늘에야 그친다. 사무실에서 바라보이는 비 개인 인왕산이 아직 물기를 잔뜩 머금은 모습으로 앉아있다. 인왕산(仁王山)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산으로 풍수적으로는 우백호에 해당되는 화강암질의 크지 않은 산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인왕산 호랑이라는 말도 아마도 이런 풍수적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가 싶다. 요즈음은 자주 떠오르는 단어가 무상(無常)이다. 아무리 심한 장대비라도 한 나절을 넘길 수 없듯 성하면 쇠하고, 쇠했다가는 성하는 것이 인간사 뿐만 아니라 만물의 원리가 아닌가 싶다. 전에는 세상을 본질과 현상으로 나누고, 변하지 않는 본질과 쉼없이 운동하고 변하는 현상으로 구분하여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그런 구분조차 모호해진다. 과연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사진속일상 200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