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13

물빛공원 장미(2023)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장미의 달이기도 하다. 온갖 품종의 장미가 서로 자태를 뽐내며 화려하게 꽃피는 때가 지금이다. 전국에서는 장미 축제가 열린다. 서울에서는 올림픽공원, 서울대공원, 중랑천 장미가 규모가 크면서 유명하다. 이름이 나면 당연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고 번잡하다. 우리 동네 물빛공원에 있는 작은 장미 터널이다. 아담한 소규모여서 한적하니 좋다. 대단한 볼거리가 아니니 일부러 찾는 사람은 드물다. 공원을 걷기 위해 나오는 사람들에게 5월이 주는 선물이다. 나에게는 요란한 행사장보다 이런 소박한 장소가 더 낫다. 살펴보면 사는 곳이 어디든지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내 주변의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도 쏠쏠한 것이다.

꽃들의향기 2023.05.24

9월의 장미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계절의 여왕인 5월에 꽃의 여왕인 장미가 핀다. 그런데 요사이 장미는 사시사철 언제나 볼 수 있다. 원예종으로 개발된 장미 품종이 25,00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추위에도 견디는 장미가 만들어졌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9월에 동네를 산책하다가 만난 장미다. 활짝 핀 꽃과 함께 많은 꽃망울이 맺혀 있다. 가을에 보는 장미는 여전히 색다르고 이질적이다. '장미=봄'이라는 등식이 뇌리에 박힌 까닭이다. 언젠가는 동네의 한 집 울타리에 겨울에 핀 장미가 있어서 한참 들여다 보기도 했다. 이젠 더 이상 꽃이 계절의 전령사가 아닌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9.10

설봉공원 장미

올해는 장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5월을 넘기나 싶었는데 설봉공원에서 우연히 장미(덩굴장미/넝쿨장미/줄장미)를 만났다. 설봉공원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아담한 장미정원이 있다. 호수 둘레길만 걷다 보면 장미 정원이 있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사람도 적어 조용히 휴식하기 알맞은 곳이다. 붉은 장미는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너무 색깔이 강렬하다. 꽃말처럼 사랑도 보통 사랑이 아닌 불처럼 뜨거운 정열의 사랑이다. 그 불길에 데어서 타버릴 것 같다. 하물며 가시까지 숨기고 있으니 붉은 장미는 위험한 팜므파탈이다. 오뉴월 소나기라도 내려 그 열기를 식혀줘야 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5.27

8월의 애기장미

동네를 산책하는 재미 중 하나는 장미를 만나는 일이다.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인 8월 하순, 그런데도 마을 골목길의 장미는 여전히 붉고 환하다. 줄기에서는 새로운 꽃봉오리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니 가을이 되어도 이 붉은 장미를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리라. 무슨 품종인지 모르지만 자그마한 이 장미에 나는 '애기장미'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귀엽고 앙증스러워 뽀뽀라도 해 주고 싶다. 이 장미가 있는 집은 작고 아담한 농가다. 집 앞 세 평 정도 되는 마당에는 꽃밭이 있고, 집 둘레로 장미가 울타리를 만들고 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만 들었을 뿐 주인 얼굴은 보지 못했다. 꽃처럼 마음씨가 고운 분이리라 믿는다. 나도 마당 있는 집을 갖게 된다면 애기장미를 키워보고 싶다. 그전에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가능할지 실험을 ..

꽃들의향기 2021.08.27

물빛공원 장미

물빛공원에는 장미 터널이 있다. 때가 지나기는 했지만 장미 구경 겸 산책을 하기 위해 물빛공원에 나갔다. 꽃잎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아직은 장미가 볼 만했다. 장미가 진다는 것은 봄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이제야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올봄에 느닷없이 닥친 일들을 통해 나는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다 공부지요!"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여유를 찾을 것도 같다. 그동안 '봄장마'라 할 정도로 흐리고 비 오는 날이 잦았다. 오늘은 모처럼 맑게 갠 화창한 날이다.

꽃들의향기 2021.06.04

동네 장미

블로그에 꽃 사진을 못 올린 지 두 달 가까이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18년이 되는데 이렇게 뜸했던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지금은 봄으로 풍성한 꽃의 계절이 아닌가. 그만큼 꽃구경하기 위해 바깥출입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활짝 핀 장미를 보았다. 매년 같은 곳에서 보는 장미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I see you)."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의 인사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본다(see)'는 겉모습이 아니라 상대의 내면을 보고 만난다는 뜻이다. 동시에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네팔의 인사말인 '나마스떼'와 비슷하다. 내가 장미를 본다고 할 때, 과연 얼마나 제대로 '보는' 것일까? 눈 뜬 장님이 무엇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지 염치 없는 짓이 아닌..

꽃들의향기 2021.05.30

매괴장미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감곡매괴성당에서 피는 장미다. '매괴(玫瑰)'는 중국어로 장미꽃이라는 뜻이다. 천주교에서 매괴는 로사리오, 즉 묵주기도를 의미한다. 천주교 전래의 종교적 의미를 가진 매괴꽃이 감곡매괴성당에 있다. 어느 신부님이 정성들여 구해서 심어놓은 것이라 한다. 매괴는 덩굴장미로 분홍색 꽃이 소박하면서 복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다. 화려한 다른 장미와는 느낌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흔히 보는 장미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번식이 잘 안 되는지 넓게 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매괴장미의 공식적인 품종 이름이 궁금하다. ▽ 매괴 옆에 있는 장미인데 품종이 다르다. ▽ 성당에는 매괴장미보다 이런 일반 장미가 많다. ▽ 감곡매괴성당은 1896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초대 신부는 파리외방전교회 소곡의 ..

꽃들의향기 2020.06.05

장마 장미

뒷산을 걷고 나서 마을로 내려오는데 여태 장미꽃으로 환한 집이 있다. 처음에는 장미인 줄 몰랐다. 보통 장미라면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가 한철이다. 장미 축제도 대부분 6월 중순이면 끝난다. 우리 동네 덩굴장미는 이미 졌다. 그런데 이 집 장미는 지금이 한창이다. 장미치고는 크기가 작다. 집안에서는 사람 소리가 두런두런 들린다. 무슨 품종인지 물어보려고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려는 기척이 없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지 웃음소리도 잦다. 그렇다고 노크를 할 수는 없고, 뒤돌아 나오며 임시로 '장마 장미'로 이름을 붙여 본다. 6월 하순이면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니 생뚱맞은 이름은 아니리라. 산은 계절마다 향기가 다르다. 뒷산은 지금 밤꽃 향기에 덮여 있다. 밤꽃 향기는 구수하면서 약간은 느끼하다...

사진속일상 2019.06.22

덩굴장미

장미 중에서 제일 친숙한 것이 덩굴장미다. 집 대문이나 울타리를 감싸며 자라는 덩굴장미를 어릴 때부터 봐왔던 때문이리라. 수많은 원예종이 개발되어 장미 색깔도 다양해졌지만 그래도 장미라고 하면 빨간색이다. 붉은 덩굴장미를 만나면 색깔 참 곱다고 찬탄하며 절로 코를 갖다 대며 향기를 맡아본다. 만약 어느 집 담을 덮고 있는 덩굴장미라면 집 안쪽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집주인도 장미처럼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 상상하면서. 우리 아파트 단지 울타리를 따라 덩굴장미가 환하게 피었다.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면서 탐스럽다. 이리저리 살펴보느라 쉽게 발을 떼지 못하겠다. 장미꽃 앞에 있으면 어린 시절의 골목길이 보인다. 페인트칠 벗겨진 철 대문을 가리듯 피어난 덩굴장미와 아스라이 겹쳐진다.

꽃들의향기 2019.06.04

올림픽공원 장미

5월은 계절의 여왕이고, 꽃의 여왕은 5월의 장미다. 꽃 인기도를 조사하면 장미가 단연 1등이다. 장미 축제가 열리는 올림픽공원에 잠시 들렀다. 30도까지 기온이 오른 햇볕 뜨거운 한낮이었다. 개인적으로 원예종 화초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아무리 예뻐도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난다. 장미도 수많은 종들이 개발되어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사진에 담아 보았다. 위에서부터 레드비즈, 시노브레도, 찰스톤, 코틸리온, 엘르다. 마지막 노란 장미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넓은 장미 정원에 향기가 별로 없다. 몇 송이에 코를 가져가 봐도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겉보기만 화려하도록 개량시켜서 그럴까, 꽃조차도 요즘 사람을 닮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꽃들의향기 2019.05.25

올림픽공원 장미정원

방이동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올림픽공원 장미정원에 들렀다. 지금이 장미의 계절이라 정원에는 온갖 색깔의 장미가 화려했다. 매년 이맘때엔 장미 축제를 했는데, 올해는 '축제'라는 이름을 빼고 '장미 전시회'라 부르고 있다. 침울한 나라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흑장미가 있다. 완전히 검은색은 아니고 짙은 붉은색을 띠는 장미다. 정원에 혹 흑장미가 있나 찾아보았으나 짧은 시간 탓이었는지 만나질 못했다. 올해 같으면 따로 코너를 마련하여 흑장미라도 전시했으면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강렬한 5월의 햇살에 알록달록 장미꽃밭이 너무나 눈이 부셨다.

꽃들의향기 2014.05.30

장미

장미는 사랑의 꽃이다. 그 황홀한 자태와 향기는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꽃 일순위는 아마 장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장미를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은 로마인들이었다고 한다. 로마의 공식 축제인 '바쿠스제'가 열리면 장미로 치장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군인이 전쟁에 나갈 때도 장미로 몸을 장식했고, 장미를 기념하기 위한 공휴일도 있었다. 그리고 네로 황제는 만찬장 천장에 파이프를 설치하고 손님들 머리 위로 장미향수를 비처럼 뿌렸다고도 한다. 어느 황제의 즉위식 때는 하객들에게 너무 많은 장미꽃잎을 뿌려 그 향기에 질식하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한다. 이같은 로마인의 장미 사랑을 안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바닥에 장미꽃을 두껍게 깔아둔 방으로 안..

꽃들의향기 200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