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일에 힘들어질 때 푹 삭힌 홍어를 먹고 싶다 값비싼 흑산 홍어가 아니면 어떠리 그냥 잘 삭힌 홍어를 먹고 싶다 신김치에 홍어 한 점 싸서 먹으면 지린 내음에 입안이 얼얼해지고 콧구멍 뻥뻥 뚫리는 즐거움을 나 혼자서라도 즐기고 싶다 그렇지, 막걸리도 한 잔 마셔야지 입안의 즐거움이 온몸으로 퍼지도록 한 사발 벌컥벌컥 마셔야지 썩어서야 제맛 내는 홍어처럼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지 한 세월 썩어가다 보면 맛을 내는 시간이 찾아올 거야 내가 나를 위로하며 술잔을 권하면 다시 내가 나에게 답잔을 권하며 사이좋게 홍어 안주를 나눠 먹고 싶다 그러다 취하면 또 어떠리 만만한 게 홍어라고 내가 나를 향해 고함을 치면서 세상을 향해 삿대질하면서 크게 한번 취하고 싶다 - 홍어 / 정일근 삭힌 홍어 맛을 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