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11

마르코복음[39]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진실히 말하거니와, 여기 있는 사람 가운데 더러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마르코 9:1 다음에 나올 마르코복음 13장에 종말에 관한 예수의 말씀이 자세히 들어 있다. 여기서는 종말의 때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여기 있는 사람 가운데 죽기 전에' 세상의 종말을 볼 수 있다는 것은 50 년 안에는 세상의 끝이 도래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예언은 틀렸다. 그때로부터 2천 년이 지나고 있건만 아직도 세상은 건재하다. 유대인들이 메시아를 고대하는 한편 하느님의 심판으로 세상의 악을 쓸어버리는 종말의 때를 기다리기도 했으리라. 종말에 관한 예수의 말씀을 보면 예수도 종말을 믿었던 듯하다. 그것도 확고하게 곧 닥칠 사실에 대해 의심..

삶의나침반 2022.02.19

용서하세요 / 공재동

태평양 어느 섬에서 찍은 사진에는 비닐장갑과 플라스틱 컵이 마구 쌓여 있었다 파도에 떠밀려 온 죽은 고래 뱃속에서 꺼낸 2037개의 장갑과 3434개의 플라스틱 컵 하나님! 용서하세요 - 용서하세요 / 공재동 한 해에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5억 t이 넘는다. 이중 10% 정도가 바다로 버려진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태평양 한가운데는 해류를 따라 모여든 플라스틱 조각들이 떠 있는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한다. 무려 한반도 면적의 5배라는데 작은 알갱이여서 육안에는 안 보인다지만 그래서 더 무서운 일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대형 해양생물 소식도 이젠 새롭지 않다. 조개나 물고기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고 있지만 정확한 실상은 모른다. 먹이사슬을 통해 당장 인간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

시읽는기쁨 2022.01.18

룩 업

'돈 룩 업(Don't Look Up)'이 지구 종말에 관한 영화라고 해서 봤다. 지구와 혜성이 충돌하는 상황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인류의 안위보다는 제 이익이 우선인 정치나 미디어계를 비판하는 영화다. 그러다 보니 혜성 충돌에 관한 사실적 묘사는 부족하다. 여러 군데 건너뛰면서 봤지만 인상적으로 들리는 말이 있었다. '돈 룩 업(Don't Look Up)'과 '룩 업(Look Up)'이다. 하늘에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는 절체절명의 때지만 상반되는 두 목소리가 있다. "올려다보지 마!"와 "올려다봐!"다. "올려다보지 마"는 지구가 파멸하든 말든 자기의 기득권을 끝까지 지키려 한다. 너희들은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길만 보라고 한다. 세월호에서 객실에 갇힌 학생들에게 ..

참살이의꿈 2022.01.13

공기 / 이시영

공기를 사러 다니는 꿈을 꾸었다. 편의점마다 공기가 동나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제어하지 못한 인류는 이제 툰드라나 아이슬란드 혹은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수입한 공기를 구입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부자 동네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다량이 공기를 매점해버렸기 때문에 서민들은 겨우 1리터의 공기 팩을 사기 위해 세븐일레븐과 GS25, 미니스톱을 향해 뛰었으나 품절되고 말았다. 병원 응급실마다 산소통이 반입되지 못해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었으며, 영유아들은 울부짖다가 쓰러졌다. 정부는 긴급대책으로 뉴질랜드로부터 대량의 공기선(船)이 들어온다고 발표했으나, 격분한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지금, 당장 마실 공기를 달라!"고 외쳤다. 경찰 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진격..

시읽는기쁨 2015.11.17

토리노의 말

외딴곳에 아버지와 딸이 살고 있다. 밖은 거센 바람이 불고 건조하다. 종말적 상황이다. 둘은 집안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쪽 팔을 못 쓰는 아버지의 옷을 입혀 주고, 감자 한 알을 먹고, 남는 시간은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바깥을 바라본다. 한 마디 대화도 없다. 관성적인 절망의 몸짓이다. 나는 이 영화를 인류 종말에 관한 보고서라 생각하며 보았다. 핵전쟁이든 기상이변이든 종말의 때가 닥쳤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우물의 물마저 말라 버리자 짐을 싣고 다른 데로 옮기려 하지만 폭풍으로 얼마 가지 못하고 돌아오고 만다. 철저히 고립되었다. 나중에는 램프도 켜지지 않는다. 기름이 있는데 불이 붙지 않는 건 산소가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핵겨울이 닥치기 전 지표면..

읽고본느낌 2015.07.24

더 로드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볼 때는 늘 조마조마하다.소설에서의 감동이 영화에서는 반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까이는'눈 먼 자들의 도시'가 그랬다.이태 전에 소설로 '더 로드'를읽었었는데 그때 영화로 만든다는 얘기가 있어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기다리던 영화가 드디어 올초에 개봉되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영화는 그런대로 잘 만들어졌다. 우려했던 헐리우드식의 가족 감상주의도 강도가 덜했다. 나는 세상이나 인류의 종말에 대한 관심이 크다. 문명의 파멸은 어떤 식으로 찾아올 것인지, 그리고 파멸 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이 영화 '더 로드'[The Road]에서는 지구 파멸의 과정은 나오지 않는다. 전지구적인 자연의 재앙 탓이라는 것만 암시적으로 주어질 뿐이다. 아마 소행성의..

읽고본느낌 2010.01.23

2012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은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세상의 종말에는 관심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종말은 그 크기만큼 비현실적이라 별로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드라마틱할수록 인기를 얻는다. 그것이 수없이 재난 영화가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볼거리가 부족하더라도 종말의 원인과 진행을 그리는 과정이 충분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영화를 기대하지만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2012'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헐리우드식의 유치한 영웅담이 나오질 않길 바랬으나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부한 내용에 엉성한 스토리 전개가 영화 관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그림 하나는 칭찬해야겠다. 그러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에 비해서 알맹..

읽고본느낌 2009.11.16

로드

대재앙을 겪은 지구는 종말을 맞았다.뜨거운 불길이 전 지구를 태웠고 세상은 잿빛이 되었다. 짙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기온은 내려갔다. 대부분의생물은 멸종했다.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들은 극한상황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간다. 파괴된 지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서로를 잡아먹는 인간들이다. 그중에 한 남자와 아들이 있다. 그들은 온갖 고초를 겪으며 따뜻한 남쪽을 향해 길을 나선다. 코맥 매카시의 소설 '로드'[The Road]를 단번에 읽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다. 지구의 종말을 그린이야기는 많았지만 이렇게책 속으로 빨려들어간 적도 드물었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실이나 신념들이 산산조각난 상태, 신이나 진리라는 말 조차 꺼낼 수 없는 비참한 상황은 문명이나 인간의 본모습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

읽고본느낌 2008.10.05

인간 없는 세상

에는 인류가사라진 후 지구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상한 연대기가 실려 있다. 이 책은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며, 그리고 언젠가는 인간 역시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지구에서 인간만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인간이 생태계에 가한 압박이 없어지면 지구는 어떻게 반응할까? 확실한 것은 인간이 사라져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세상은 잘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멸종을 슬퍼할 종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도리어 대부분의 생물 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인간의 부재를 환영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문명의 구조물들도 오래지 않아 숲 속에 묻히게 될 것이다. 인간이 오염시킨 땅과 대기도 정화될 것이다.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지구가 인간의 흔적을 지우는데 그리 오..

읽고본느낌 2008.09.03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미국의 한 교수가 뉴욕을 중심으로 예상을 했다. 인간이 사라지면 맨하튼 땅 밑으로 흐르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흘러나와 이틀 만에 뉴욕의 지하철은 물에 잠긴다. 이어서 하수 오물이 땅 위로 떠오르고 부패하면서 1년 뒤에는 도로 포장이 마멸된다. 4년이 지나면 빌딩이 붕괴하기 시작하고, 5년 뒤에는 자연발화에 의해 불이 나 엄청난 화재가 발생해 모든 것을 태워 버린다. 그리고 20년이 지나면 폐허가 된 맨허튼 거리에는 개울과 늪이 생기고, 건물이 서 있던 자리에는 온갖 초목이 자라면서 뉴욕 특유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결국 500년 뒤가 되면 뉴욕은 거대한 수풀 지대가 된다. 15000년이 지나면 빙하기가 찾아오는데, 맨해튼에 남아 있던 거대 건물들의..

길위의단상 2007.07.31

바퀴벌레는 진화중 / 김기택

믿을 수 없다, 저것들도 먼지와 수분으로 된 사람 같은 생물이란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시멘트와 살충제 속에서만 살면서도 저렇게 비대해질 수 있단 말인가. 살덩이를 녹이는 살충제를 어떻게 가는 혈관으로 흘려보내며 딱딱하고 거친 시멘트를 똥으로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입을 벌릴 수밖엔 없다, 쇳덩이의 근육에서나 보이는 저 고감도의 민첩성과 기동력 앞에서는. 사람들이 최초로 시멘트를 만들고 집을 짓고 살기 전, 많은 벌레들을 씨까지 일시에 죽이는 독약을 만들어 뿌리기 전, 저것들은 어디에 살고 있었을까. 흙과 나무, 내와 강, 그 어디에 숨어서 흙이 시멘트가 되고 다시 집이 되기를, 물이 살충제가 되고 다시 먹이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빙하기, 그 세월의 두꺼운 얼음 속 어디에 수만 년 썩지 않을..

시읽는기쁨 200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