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2012

샌. 2009. 11. 16. 10:41



사람들은 자신의 마지막은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세상의 종말에는 관심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종말은 그 크기만큼 비현실적이라 별로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종말은 드라마틱할수록 인기를 얻는다. 그것이 수없이 재난 영화가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볼거리가 부족하더라도 종말의 원인과 진행을 그리는 과정이 충분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영화를 기대하지만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 '2012'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헐리우드식의 유치한 영웅담이 나오질 않길 바랬으나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부한 내용에 엉성한 스토리 전개가 영화 관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그림 하나는 칭찬해야겠다. 그러나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에 비해서 알맹이가 따라주지 않으니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2012'에서 지구 멸망의 원인은 태양 활동이 급격하게 활발해지면서 중성미자가 다량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 중성미자가지구 핵의 물질과 반응하여 온도를 높인다는 설정인데 얼마나 과학적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비밀에 붙이고 권력층과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생존을 도모한다는 설정도 억지스럽다. 그 와중에 가족을 살리겠다고 발버둥치는 주인공의 행적도 만화 이상으로 황당하다. 또한 아프리카를 향해 가는 마지막 장면도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한다. 좀더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상황 설정은 불가능했는지 아쉽기만 하다.

 

나는 이 영화에서 미국식 헐리우드영화의 한계를 다시금 느꼈다. 인간이나 세상에 대한 관점에 깊이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영화는 왜 하나같이 가족애를 강조하면서 꼭 영웅을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지진, 화산, 쓰나미 등 온갖 종류의 자연 재해를 화려하게 그려낸 솜씨는 칭찬해야겠다. 그냥 눈요기로 본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영화다. 그러나 이런 영화는 극장을 찾지 않고 그저 예고편 화면 정도로 만족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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