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날아라 펭귄

샌. 2009. 10. 18. 16:55



기분전환을 할 겸 영화 '날아라 펭귄'(임순례 감독)을 보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인권영화라 하여 꼭 한 번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영화는 네 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초등학생 아이의 교육에 올인하는 엄마와 힘들어하는 아이, 채식주의자면서 술을 못하는 신입사원의 힘든 회사 생활, 자식들과 마누라를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 이야기, 노부부의 갈등과 황혼이혼 이야기가 순서대로 전개된다. 부와 사회적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이면에는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이 있다.영화는 지금 우리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성케 한다.

학원을 대여섯 개나 다니면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초등학생 아이는 식물을 가위로 자르고 거북이를 높은 데서 떨어뜨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욕구불만을 드러낸다. 그런데 엄마는 나름대로의 논리로 아이를 오직 공부에만 올인시킨다. 아빠는 그런 방식이 못마땅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첫번 째 에피소드는 부모의 욕심에 의해 망가지는 아이의 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번 째 에피소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식의 삶을 사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보여준다. 단체 행동과 팀웍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소수자는 왕따를 당한다. 세번 째 에피소드는 자식 교육을 위해 올인하는 기러기 아빠의 슬픈 모습을 그렸다. 방학을 맞아 가족이 귀국하지만 이미 정서적으로 부부관계, 부자관계는 일그러졌다.웃음소리가 자주 들린 부분은 네번 째 에피소드다. 퇴직하고 집에 있는 권위적인 남편과 이젠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부인 사이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코믹하게 전개된다.

이 영화를 보며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인권 보호의 대상이 이젠 남자들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영화 전체로 볼 때 여자들은 당당하고 적극적인데 남자들은 외롭고 쓸쓸하고 주눅들어 있다.큰소리를 치지만 공허하다. 그런 현상은 노년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삶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으면 남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과 함께 늙어서도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자기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느꼈다.

영화를 보고난 뒤 아내는 어느 집이나 사는 게 다 똑같다는 감상평을 내놨다.영화는 우리들 보통 가정의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집집마다 환하게 웃는 대형 가족사진이 거실에 걸려 있지만 실제 가정생활은 그만큼 행복하지 못하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가장 많이 상처를 주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 물리적 거리만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물론 위로가 되고 기쁨을 주는 것도 가족이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요소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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