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룩 업

샌. 2022. 1. 13. 11:31

'돈 룩 업(Don't Look Up)'이 지구 종말에 관한 영화라고 해서 봤다. 지구와 혜성이 충돌하는 상황을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인류의 안위보다는 제 이익이 우선인 정치나 미디어계를 비판하는 영화다. 그러다 보니 혜성 충돌에 관한 사실적 묘사는 부족하다. 여러 군데 건너뛰면서 봤지만 인상적으로 들리는 말이 있었다. '돈 룩 업(Don't Look Up)'과 '룩 업(Look Up)'이다.

 

하늘에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는 절체절명의 때지만 상반되는 두 목소리가 있다. "올려다보지 마!"와 "올려다봐!"다. "올려다보지 마"는 지구가 파멸하든 말든 자기의 기득권을 끝까지 지키려 한다. 너희들은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길만 보라고 한다. 세월호에서 객실에 갇힌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고 한 지시가 연상되었다. 그리고는 선장과 선원들만 탈출했다.

 

반면에 "올려다봐!"라고 외치는 소리가 있다. 올려다본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혜성과의 충돌은 이미 막을 수 없다. 그렇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지배층은 대중이 끝까지 속아주기를 바란다. 세상의 혼란을 원하지 않고 자기들만 무사히 탈출하기 위해서다. 나에게 "올려다봐!"는 세상의 북소리에 장단을 맞추지 말라는 의미로 들렸다.

 

이 두 목소리는 현재 우리를 둘러싼 여러 상황에 견주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록 혜성은 아닐지라도 문명의 파멸을 가리키는 시그널은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환경과 기후, AI, 바이러스 등 이미 종착역이 가까웠는데 우리는 애써 보려고 하지 않는지 모른다. 영화에서 과학자들이 아무리 경고해도 대부분 귀 기울이지 않듯이.

 

영화 끝에 나오는 쿠키 영상도 재미있다. 우주선을 타고 몰래 지구를 탈출한 잘난 사람들은 2만 년 후 미지의 행성에 도착한다. 지구를 망가뜨려 놓고 도망친 그들은 에덴동산의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에서 한 마디는 선명하다.

"Look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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