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 10

신안 여행(1)

처제 부부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떠난 여행이 일이 꼬이는 바람에 계획과 어긋났다.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긴 했으나 엉뚱하게 두 팀으로 나누어 따로 다니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적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신안에 들어가는 길에 목포에 들러 해상케이블카를 탔다. 북항승강장에서 탑승하여 유달산을 지나 고하도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2019년에 개통되었고 길이는 3.2km다. 케이블카에서 보니 고하도 둘레로 해상데크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섬 가운데 있는 것은 전망대인 것 같다. 다음에 시간 여유를 가지고 목포에 온다면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유달산승강장에서 내리면 유달산 정상에도 다녀올 수 있다. 30분 정도 일등봉까지 오가는 산길을..

사진속일상 2023.05.18

남한산성에서 만나다

처제네와 남한산성에서 만나 함께 가을 낮을 즐겼다. 비 지나가고 쌀쌀해져서 "가을이구나!"라며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된 날이었다. 산성마을에서 점심으로 보리비빔밥을 먹고 행궁을 둘러봤다. 행궁 맨 위에 이위정(以威亭)이 있다. 순조 17년(1817)에 광주부 유수였던 심상규가 활을 쏘기 위해 세운 정자라고 한다. 행궁이라 해도 궁궐 안 제일 높은 곳에 유수의 활 쏘는 정자를 만들어도 되는지 의아했다. 유수(留守)란 직책은 조선 시대에 수도 이외의 요긴한 곳을 맡아 다스리던 정이품의 외관 벼슬이다. 개성, 강화, 광주, 수원, 춘천 등지에 두었다. '이위(以威)'란 '천하를 위압한다'는 뜻이겠다. 산성리가 조선 시대 300년 동안 광주부 관아가 있던 광주의 중심지였다고 하면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 남한..

사진속일상 2022.10.08

무주 모임

무주에서 장모님의 구순 기념을 겸해 처갓집 형제들이 모였다. 불가피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두 가족이 빠져 단출해진 모임이 되었다. 숙소는 무주리조트 내 진달래동이었다. 둘째 날 오전에는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1,520m)에 올랐다. 걸음이 되는 사람은 내친김에 향적봉으로 향했다.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1,614m)은 설천봉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고산지대 날씨는 먹구름이 몰려왔다가 햇볕이 났다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원래는 나 혼자 덕유산 등산을 하려고 했으나 궂은 날씨 예보 때문에 포기했다. 막상 비는 오후가 되어서야 내렸으니 일찍 나섰으면 지장이 없을 뻔했다. 향적봉에는 여러 꽃들이 있었지만 그중 함박꽃이 제일 눈에 띄었다. 오래된 주목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오후에는 무..

사진속일상 2022.06.11

속초, 춘천 여행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약속된 일정이라 어쩔 수 없이 다녀온 여행이었다. 1박 2일 중 첫째 날은 춘천, 둘째 날은 속초를 계획했으나 중부 영서 지방은 날이 궂어서 바로 속초로 직행했다. 처제네가 동행했다. 처음 들린 곳은 영랑호였다. 울산바위 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갔다. 부교로 된 영랑호수윗길을 건너 호수를 반 바퀴 돌았다. 멀리 설악산과 깨끗한 호수, 그리고 속초 시내가 잘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영랑호의 동쪽 데크길은 새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한쪽에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반 바퀴를 돌고 왔더니 하늘은 말끔하게 개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부교는 잘 만들어놓은 것 같다. 환경 단체가 부교 설치를 반대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혹 철새의 도래에 악영향을 주는지는..

사진속일상 2022.05.20

아쉬운 단풍 여행

올해 단풍은 낙제점이다. 비가 잦았던 탓인지 예년에 비해 영 시원찮다. 처제네와 강원도로 단풍 여행을 떠났지만 제대로 된 단풍은 구경하지 못했다. 아직 철이 약간 이른 탓도 있지만 단풍이 든 나무도 색깔이 선명치 못하고 한편에서는 말라버린다. 먼저 설악산 십이선녀탕에 들렀다. 여기는 작년에 왔다가 출입 시간인 12시가 지났다고 입장을 시켜 주지 않아 발길을 돌렸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제를 안 한다. 자기들 멋대로 오락가락이다. 십이선녀탕 초입부는 초록 세상이고 한참을 올라가야 가끔 단풍을 만난다. 그마저도 차마 탄성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칙칙하다. 이 정도면 설악의 단풍이라 칭하기 어렵다. 남자 둘은 응봉폭포까지 걸었다. 두 여자가 뒤처졌기 때문에 깊게 들어갈 수는 없었다. 십이선녀탕 계곡에서 제..

사진속일상 2021.10.23

운동장의 밤

저녁을 먹고 운동장으로 산책을 나갔다. 코로나 때문이리라, 밤 운동하러 나온 사람이 확연히 줄었다. 저녁 8시밖에 안 됐으니 다른 때 같았으면 꽤 북적였을 터였다. 전주에 내려온 날이었다. 3년 전만 해도 장모님 모시고 함께 트랙을 돌았다. 이제는 걸음이 불편해서 나올 엄두를 못 내신다. 흐르는 세월은 야속하고 잔인하다. 누구나 예외가 없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내 두 발로 걸어가지 못할 때가 언젠가는 닥치리라. 그렇다고 인생이 끝나지야 않겠지만 어쨌든 슬프고 쓸쓸한 일이다. 혼자 걷는 걸음이 영 맥이 없다. 전주 경기장은 사용을 안 하는지 관리나 보수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겉에 페인트칠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너무 지저분하다. 새로운 종합경기장을 딴 곳에 짓고, 이곳은 다른 용도로 재개발할 계..

사진속일상 2021.10.08

시도(矢島) 걷기

인천 영종도 서쪽에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라는 세 개의 작은 섬이 있다.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쯤 가면 신도선착장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세 섬 사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셋을 합쳐 '신시모'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을 걸어보기 위해서 신시모에 갔다. '삼형제섬 길'인데 세 섬을 지나는 길이가 14km 쯤 된다.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3번 노선에 해당한다. 처제 부부와 함께 했다. 처제 부부는 걷기에 자신이 없다면서 차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래서 우리도 신도 걷기는 포기하고 시도만 함께 걷기로 했다. 신시도 연도교에서 시도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노루메기까지 걸었다. 이것만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시도를 한 바퀴 돌고 모도로 건너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소라와 ..

사진속일상 2021.07.01

선녀바위의 저녁

한 해가 저물어가서 그런지 해 지는 풍경에 자꾸 끌린다. 이번에는 서해 영종도로 나갔다. 을왕리에서 일주일 만에 다시 처제 부부와 만났다. 서쪽 바다 끝에 짙은 구름이 끼어 있어 해는 연붉은 색깔을 잠시 보여주다가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선녀바위 뒤에서 ND 필터를 끼고 30초 노출로 찍어본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노을을 보기 전에 선녀바위와 을왕리해수욕장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걸었다. 바닷길과 산길이 적당히 어울려 있는데 새로 만든 길이라 산뜻했다. 새로 설치한 출렁다리인데 코로나 때문인지 출입은 막고 있다. 산책로에서는 멀리 을왕리해수욕장이 보인다. 25년 전에 천문반 아이들을 데리고 별 보러 이곳까지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캠핑 장비에 무거운 망원경 두 개를 들고, 버스-전철-버스-배-버스를 타고..

사진속일상 2020.12.29

탄도항의 저녁

안산에 들린 길에 처제 부부와 대부도 탄도항에 찾아갔다.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을 바닷바람이 씻어주길 바라서였다. 탄도항 앞에는 누에섬이 있는데 바닷물에 잠겼다 열렸다 하는 시멘트 길로 연결되어 있다. 마침 썰물이라 바닷물이 빠지고 길 주변은 넓디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었다. 비록 물이 빠졌지만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서해로 넘어가는 일몰까지 구경하는 것은 덤이었다. 때 맞추어 날씨가 포근했다. 탄도항에 도착한 건 오후 세 시경이었는데 바닷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누에섬에서 보니 제부도가 바로 코 앞이었다. 옆에 전곡항도 있다. 전곡항과 제부도를 연결하는 다리 공사는 교각을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바깥나들이가 두렵지만 가족끼리의 가벼운 나들이는 괜..

사진속일상 2020.12.23

처제의 집들이

처제가 결혼 10년이 넘어 32평 아파트를 장만했다. 어제 저녁에는 장모님을 비롯하여 처가쪽 여러 가족이 모여서 집들이를 하며 같이 축하했다. 한국 사회에서 내가 살 보금자리를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집 한 채를 갖는다는 의미 이상이 있다. 결혼해서 힘든 전세살이를 전전할 때 대부분 가정의 목표는 내집 마련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집을 가지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더구나 그것이 본인들이 마련한 첫집이라면 그 기쁨은 더할 것이다. 그래선지 처제 부부의 표정은 유난히 밝아 보였다. 묘하게도 같이 모인 처가쪽 네 가족은 아직 모두들 집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 사업을 하는 처남은 나이가 50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까지 계속 남의 집살이를 하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

사진속일상 2006.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