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암 5

천진암 큰괭이밥과 괭이눈

예나 다름 없이 천진암의 4월은 봄꽃이 많이 피어 있다. 현호색이 제일 흔하고 제비꽃도 자주 눈에 띈다. 시든 꿩의바람꽃도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훨씬 더 많은 종류의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앵자봉에서 흘러 내려오는 도랑물 가에 큰괭이밥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큰괭이밥이 이렇게 많이 피어 있는 건 처음 보았다. 옆에는 괭이밥도 몇 개체 있었다. 나에게 천진암은 성지이기보다 먼저 예쁜 꽃밭으로 기억되는 장소다. ▽ 큰괭이밥 ▽ 괭이눈. 줄기에 흰 털이 있는 걸로 보아 흰괭이눈이라 해야 정확한 이름일 듯하다.

꽃들의향기 2020.04.03

천진암의 가을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계절 변화가 무척 빠르다. 가을옷을 꺼낸 지 얼마 안 됐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겨울옷을 챙겨야 하게 생겼다. 가까운 천진암에 아내와 떠나는 가을을 보러 나갔다. 낙엽으로 덮인 순교자 묘역 가는 길이 예뻤다. 천진암의 조형물이나 시설은 미적 감각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대로 가만히 둔 자연은 아름답다. 손이 미치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계절 탓인지, 시국 탓인지, 요사이 심사가 착잡하다.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에게 희망이 있는가, 라는 물음이 이 가을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사진속일상 2016.11.02

한강 가톨릭회에서 천진암에 가다

한강 가톨릭회에서 천진암에 갔다. 그동안 등산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천진암을 찾았지만 성지 순례로 함께 하기는 오랜만이었다. 천진암(天眞菴)은 일반적인 순교 성지와는 달리 한국 천주교가 태동한 의미 있는 장소다. 1700년대 후반에 광암 이벽(李檗)을 비롯한 학도들이 이곳에 모여 학문을 연마했다. 그중에는 서학(西學)이 포함되어 있었고, 중국에 들어왔던 천주교 교리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그것이 자생적인 신앙 단체로 발전했고 한국 천주교의 모태가 되었다. 당시 10대였던 정약용(丁若鏞) 선생도 이곳에서 공부했고, 이때 천주교를 처음 접했다. 함께 했던 사람들이 권철신, 이승훈, 정약전, 정약종, 권상학 등이다. 이들은 천진암 공동체에서 실학 연구와 강의 외에 천주학 연구, 공동 신앙생활 실천,..

사진속일상 2011.12.13

천진암의 너도바람꽃

천진암 계곡 비탈에서 너도바람꽃을 우연히 발견했다. 약 10여 개체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작은 동네였다. 이곳에서 보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 놀라웠다. 그저께는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보았는데 올해는꽃들을 많이 만날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 나에게 봄은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을 타고 온다. 두 꽃이 보이면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동안 너도바람꽃은 천마산에서만 만났는데 이렇게 의외의 곳에서 보게 되니 더욱 반가웠다. 잘 몰라서 그렇지 너도바람꽃은 우리나라 전국에 흔하게 분포하는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내와 같이 천진암을 찾았다. 천진암은 예전 모습과 거의 변화가 없었고, 넓은 터에는 작년 행사를 알리는 플랭카드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바람도 부드러워졌고 대기에는 봄..

꽃들의향기 2009.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