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엄마 걱정 / 기형도
어버이날에도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 찾아뵙지 못했다. 전화를 드리니 괜찮다, 괜찮다 하신다. 그 말에 더욱 마음이 무겁다. 자식 노릇 하나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고담준론이나 일삼는 내 자신이 슬프다. 옛말에 공부시킨 자식이 불효한다는 말이 있는데 딱 그런 것 같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내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윗목이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깃발 / 유치환 (0) | 2009.05.20 |
---|---|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0) | 2009.05.13 |
저 못된 것들 / 이재무 (0) | 2009.05.06 |
마음 고치려다 / 이명수 (0) | 2009.04.30 |
하늘밥도둑 / 심호택 (0) | 2009.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