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엄마 걱정 / 기형도

샌. 2009. 5. 9. 09:05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엄마 걱정 / 기형도

 

어버이날에도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 찾아뵙지 못했다. 전화를 드리니 괜찮다, 괜찮다 하신다. 그 말에 더욱 마음이 무겁다. 자식 노릇 하나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고담준론이나 일삼는 내 자신이 슬프다. 옛말에 공부시킨 자식이 불효한다는 말이 있는데 딱 그런 것 같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내 마음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윗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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