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저 못된 것들 / 이재무

샌. 2009. 5. 6. 18:48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맨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하네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보라네

저 못된 것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가지 밖으로 얼굴 내민 연초록 시켜

지갑 속 명함을 버리라네

기어이 문제아가 되라 하네

 

- 저 못된 것들 / 이재무

 

그래, 모든 게 저 못된 것들 때문이야. 배낭 둘러매고 이 산 저 산 헤매이게 하는 것이며, 몇 잔 술에 취해 집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게 되는 것이며, 기어이 눈물을 보이게 하는 철없는 짓이며, 모든 게 저 못된 것들 탓이야. 그러나 이 환장할 봄날에 잠시 문제아가 되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봄의 유혹에 모른 척 빠져보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 아무래도 봄이 갈 때 쯤에는 나 역시 반성문 한 장 써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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