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도솔암 마애석불 소나무

샌. 2009. 4. 29. 10:34



고창 선운산 도솔암에 있는 마애석불 앞에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반송의 한 종류로 미끈하게 큰 키가 눈길을 끄는데 자세히 보면 나무가 많이 상해 있다. 줄기 두 개는 중간에서 꺾여졌고 나무 크기에 비해 솔잎도 초라하다. 나무의 생육조건이 좋을 법하건만 왠일인지 상채기 투성이다.

 

그 사연을 모르는 나그네로서는 마애석불에 얽힌 옛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마애석불의배꼽에는 검단(黔丹) 스님이 쓴 비결록을 넣었다는 감실이있다. 조선말에 전라도 관찰사였던 이서구가 감실을 열자 갑자기 풍우와 뇌성이 일어 그대로 닫았는데 책 첫머리에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그런데 동학농민전쟁 당시 동학의 주도세력들이 미륵의 출현을기다리는 민심을 모으기 위해 이 비결을 꺼내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비결을 손에 넣으면 한양이 망한다는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나무의 수명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200 년이 넘는다면 아마 그런격동기의 아픔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소나무의 상처는 그런 혼란기의 흔적이 아닌지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도솔암 마애석불은 고려시대에 조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륵불이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데 입을 굳게 다문 얼굴 표정이 어둡다.선운산 일대가체제에 반대한 민중불교의 장소였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당시 민중들은 이 투박한 미륵불을 통해 새 세상을 기원했음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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