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마이산에 들리다

샌. 2008. 2. 29. 15:07



전주에 내려간 길에 잠시 마이산에 들렀다. 10여 년 전에 처음 찾은 이후 두 번째이다. 그때는 넷이서 찾아왔었는데 지금은 한 분이 세상을 뜨시고 셋이 남았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그분에 대한 추억을 같이 되새기고 있었으리라. 10여 년의 세월은 남아있는 사람들도 쇠약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장모님은 작은 경사길도 오르기에 힘들어 하신다.

 

그때는 탑사 아래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주차장이 약 2 km 아래로 옮겨졌다. 덕분에 20 분 정도 걸어들어가야 하지만 진입로의 벚나무를 위해서 아주 잘 한 조치인 것 같다. 그래선지 길가의 나무들도 한결 더 싱싱해 보였다.

 

마이산(馬耳山)은 생김새와 지질이 특이해서 마치 딴 세계에 간 듯 신기하고 새롭다. 말 귀처럼 생긴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모두가 모래와 자갈이 섞여 있는 거대한 역암층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라고 착각한다. 이 지층의 생성연대는 중생대 백악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약 1 억년 전에 만들어진 지질이다. 이런 거대한 퇴적층이 만들어지자면 바다나 엄청난 크기의 호수가 있었을 것이다.또한 대규모의 홍수가 생겨 굵은 자갈들이 호수로 운반되어 퇴적되었다. 저 두께를 생각하면 홍수의 규모나 긴 시간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힘에 의한 지각변동으로 융기하여육지로 되었고, 다시 긴 시간의 침식작용이 일어나 지금과 같은 형태의 산이 만들어졌다. 그런 지질학적 사건들의 스케일을 상상하노라면 자연에 대해서 경외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군데군데 구멍이 난 것을 풍화혈(風化穴)이라고 한다. 빗물에 침식되면서 약한 부분이 먼저 깎여나가서 저런 구멍들을 만들었다.

 

마령면 쪽에서 접근할 때 세 개의 절을 만난다. 금당사, 탑사, 은수사 순서다. 세 절 중에서 그래도 절집 분위기가 나는 것이 은수사다.

 



은수사(銀水寺)의 창건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고,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설화가 전해진다. 이성계가 여기서 물을 마셨는데 그 물 맛이 은처럼 맑다고 하여 은수사라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믿기에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은수사 뒤에 있는 수마이봉의 모습은 부처님 얼굴처럼 생겼다. 당시는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니 눈썹과 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면에서 보면 한 쪽 눈을 찡그린 고뇌하는 부처님이신 것 같다.

 

그리고 은수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실배나무가 있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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