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시골로 내려가기로 결심했을 때 어떤 명칭을 붙일지 고민을 했다. 내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들어가려는 목적이 있었으므로 거기에 맞는 적당한 이름을 부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말하는 귀농과는 성격이 달랐으므로, 뭔가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귀본(歸本)’이었다. 귀본은 ‘근본(根本)으로 돌아가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나름대로 해석하고,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 의미가 좋아 내 자신만의 용어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중에 사전에서 찾아보니 ‘귀본’은 불교 용어로 사람이 죽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리 내 식대로 쓴다고는 하지만 별로 좋은 말이 아닌 것 같아 그 뒤로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이제 내 삶의 방식을 나타낼 나의 용어를 다시 만들 필요를 느낀다. 그것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그 무엇’에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그 무엇’을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노자의 사상에서 따와 ‘무위자연(無爲自然)’ 또는 ‘자연(自然)’으로 하기로 하고, ‘귀연(歸然)’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러니까 ‘귀연’은 ‘스스로 그러함으로 돌아가기’ 쯤의 뜻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명칭에 매달리는 것이 그리 보기 좋은 꼴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나만의 명칭을 찾고 싶은 것은 내가 가졌던 첫 뜻[初志]을 잃고 싶기 않기 때문이다. 그 뜻 속에는 종교, 생명, 은둔, 평화 등 내가 아끼는 가치들이 모두 녹아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방법론적인 부분에서는 변할 수가 있으나 종지(宗旨)는 지켜져야 한다. ‘귀연’은 나의 그런 마음을 나타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잠시 한 호흡을 가다듬는다. 초기의 열정에서는 일정 부분 오류가 있었다. 내가 나 자신에 집중하면 할수록 인간관계의 단절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나의 완성이 다른 것을 충분히 보상하리라 믿었지만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인간은 모든 부분이 골고루 충족되어야 심리적 만족을 느끼는 존재다. 하나는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과 상호 연결되어 있다. 이제 나는 초심(初心)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간관계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한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 길은 우리 모두의 공통되는 길이면서 동시에 나만의 길이 되어야 한다. 그 길은 다른 길을 무시하지 않는 나의 길이며, ‘함께’의 가치를 잊지 않는 아름다운 나의 길이다. ‘귀연(歸然)’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정한 데에는 나의 이런 마음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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