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부탄의 행복 실험

샌. 2007. 3. 28. 15:05

부탄이라는 나라를 처음 접한 것은 재작년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제목의 부탄 여행기를 읽었을 때였습니다. 책을 통해 아름다운 풍광과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에 반했었는데 비록 단편적이지만 그 뒤에 알게된 부탄의 모습은 저에게는 무척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알다시피 부탄은 1인당 연간소득이 1200달러에 불과한 빈국입니다. 인구도 70만 정도에 불과한데 가끔씩 발표되는 행복지수를 보면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나라입니다. 정치 형태로는 왕권국가로 불교가 생활의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군주의 왕권이 아니라 국민 중심의 왕권이라는 것은 "국민의 행복이 왕보다 더 중요하다"는 국왕의 선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왕이 도입한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 개념은 국가목표를 서구의 GNP 중심의 성장 논리가 아닌 국민들의 행복을 중심에 둔 정책을 추진한다는 데서도 명확해집니다.

이 GHN은 네 가지 기본 축을 중심으로 집행된다고 합니다. 첫째,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둘째, 철저한 자연 보호. 셋째,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 증진. 넷째, 좋은 국가 통치입니다.

자연환경 보존에 관한 한 부탄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숲을 최소한 전 국토의 60%는 유지해야 한다'고 헌법에 명시까지 되어 있다는 군요. 국가 수입은 주로 수력발전에 의한 전력 수출인데 그것도 댐을 설치하지 않고 강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광산업 역시 관광객 수를 제한하여 부탄의 문화나 전통, 자연 훼손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한답니다.

모든 국민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제공되는 나라인데 거기에 투입되는 돈이 국가예산의 18%에 이른다고 합니다. 교육, 의료, 주거문제만 해결되어도 살아가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부자 나라들에서 군사비로 지출되는 천문학적인 돈을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쉽습니다. 특히 부탄은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없애기 위해 교사와 공무원은 도농간의 순환근무를 원칙으로 한다고 합니다. 이런 정책이라면 어느 정도의 평등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양극화 집단보다는 훨씬 더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오늘 한 신문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렸습니다.

'소남 킹가(S. Kinga, 33)는 부탄 수도 팀부의 한 주택가에 있는 한 건물의 5평 남짓한 방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매달려 끙끙대고 있었다. 그는 '부탄 옵서버'란 신문의 편집국장. 부수 1만부에 기자도 10명 뿐이다. 연봉 8000달러(730만원). 그가 작년 초 일본에서 거절한 '제의'와는 엄청난 금액 차이가 난다. 일본 교토대 정치학박사 출신인 그는 일본의 한 대학에서 연봉 10만 달러(9300만원)의 교수직을 제의받았지만 귀국했다. 왜 돌아왔을까? 킹가는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며, "나는 부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물질보다는 삶의 질과 행복을 택한 부탄이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동시에 이런 부탄의 모습은 물질에 중독된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국민소득이 1/10도 안된다고 그들을 작고 가난한 나라라고 비웃을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드리어 그들의 순박한 마음과 정신적 풍요가 부럽습니다.

어떤 사람은 부탄의 상태를 '무균 상태의 행복'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가치는 어떻게 해서든 꼭 지켜내고픈 마음이 간절합니다. 세계화가 휩쓸고 있는 지구상에서 아직 부탄 같은 나라가 있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희망입니다. 그러나 천박한 자본주의의 마녀가 부탄을 유린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에 마음이 아픕니다. 부탄 국민들 역시 미래에는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부탄의 행복 실험을 기쁘게 지켜보면서도 자꾸 불안해지는 이유입니다.

선거를 앞둔 우리나라 대선 주자들이 입만 열면 경제 성장, 개발, 소득 향상을 외칩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열심히달려왔지만, 그래서국부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잘 살게 되었지만전혀 행복과는 관계없다는 것이 지금 여기서 증명되고 있는 데도 줄기차게 그런 주장을 하는 신념을 도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질의 부자 보다는 정신의 부자 되기,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지도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것이 지도자 탓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대선 때는 어느 당의 후보가 연설하면서한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라는 말이 유행되었지만 그것이 표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물음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물어야 될 질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이 제시하는 당연한 해답 대신에 우리의 참살이를 위한 새로운 길을모색해야 합니다. 그 길은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겠지만부탄이 걸어가는 길이 하나의 모범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탄의 행복 실험을 유심히 지켜보며 새 모델을 이루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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