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삶의 전환기에서

샌. 2007. 3. 25. 08:10

살다 보면 인생에도 매듭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인생 역시 비연속적인 단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대개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런 매듭을 분별해 내지만 어떤 때는 인생의 흐름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채기도 한다. 특히 한 매듭에서 다음 매듭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서 사람은 지나온 삶과 현재를 비교하며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예감과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변화란 새로움과 성숙의 조건이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이기도 하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내적 갈등이다. 기존의 삶의 태도를 수정한다는 것은 한 세계에 대한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그것은 번민과 고통을 수반한다. 새로 얻게 될 것의 의미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던 기둥을 뽑아내는 작업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이 스스로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손에 의하여 이끌려가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이때 사람은 대개 무력감이나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한 인간이 성장하는 데 수반되는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사춘기가 대표적인 것으로 누구나 알게 모르게 그런 전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일생을 하나의 세계에 안주하면서 별 다른 번민이나 고민 없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을 행복하다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사실 많은 사람들이 변화의 기회를 거부하며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한다. 그것은 혹독한 자기부정이 따르며 자신이 이룩한 것에 대한 상실의 아픔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팎으로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 수록 변화를 거부하며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애쓰게 된다. 자신이 공들여 쌓은 세계를 허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여기서 가진 것이 적다는 것은 물질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차원으로까지 확대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선언의 의미일 것이다.

40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나를 지배했던 사고의 틀이최근 들어서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그 시기는 나에게 있어서 인생 실험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때 나는 하늘에까지 오를 것 같았던 자신감으로 작은 쪽배 하나를 몰고 저 멀리 있는이상향을 향해바다로 뛰어 들었다. 별빛 하나에 의지한 채 키를 잡고 힘차게 출발했다. 그러나곧 밀려온 먹구름으로 방향을 잃고는 조난을 당했다. 그 경험은 나에게나 가족에게 큰시련이 되었다. 이제 구조선의 도움을 받아 회항하는 처지에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소중한 인생 체험이 되었음을 뒤돌아보면서 깨닫는다. 사람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경험에서 더욱 값진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이제 내 인생에서 중요했던 한 매듭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시간은 부단히 연속적으로 흘러가지만 실제 우리 삶의 내용은 불연속적인 패러다임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역사의 시대 구분이 개인에게도 역시 유효하다. 나에게 다가오는 다음 매듭이과거보다 나아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새로운 것이 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사건들은세상적 기준에서의실패나 성공을 떠나 모두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전환기에는 이렇게 번민과 갈등과 함께 기대와 설레임도 동시에 존재한다. 뒤로 물러서는 도망자 보다는미지의 앞길을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의 심정으로 다가오는 새 삶을 맞이해야겠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활의 삶  (1) 2007.04.11
부탄의 행복 실험  (0) 2007.03.28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지?  (0) 2007.03.14
시장 사람과 마트형 인간  (0) 2007.03.14
참행복  (0) 200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