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오리 한 줄 / 신현정

샌. 2006. 6. 1. 15:44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뛰뚱뛰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꽥꽥

 

오리 한 줄 / 신현정

 

인간의 줄을 벗어나 차라리 저 뛰뚱거리며 걸어가는 오리들 꽁무니에 서고 싶다. 이념도, 욕망도, 무엇이 되고 싶은 소망도 벗어던지고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오리가 되어 저 뒷줄에 서서 따라가고 싶다.

 

5/31 지방선거가 끝났다. 사람들은 이 줄 저 줄에 갈라서 섰다. 어떤 사람은 억울해 하고, 어떤 사람들은 고소해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 고함 소리는 이제 질린다. 차라리 단순솔직한 오리의 꽥꽥꽥 소리를 만나러 연못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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